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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gic
언제나..
‘아~ 요즘 밤에 잠을 잘 때 껴안고 잘게 없어서 말야. 큰 인형이 하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채한? 듣고 있는 거야? 아니 뭐, 딱히 너한테 사달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흘겨보던 민여령 때문에 이채한은 결국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채한은 지하철에서 내려 갤럭 백화점 정문에 위치한 출구로 올라갔다. 계단을 중간쯤 올라갔을 때 껌 파는 할머니가 눈에 보였다. 이채한은 걸음을 멈춰서서 주머니를 뒤졌다. 왼쪽 주머니에는 한웅큼의 흰색 종이들이 있었고, 오른쪽 주머니에는 동전 몇 개와 천원짜리 몇 장이 있었다. “삼천……, 오백원 밖에 없네.” 이채한은 오른쪽 주머니에서 꺼낸 돈들을 세어보며 말했다. 이채한은 동전은 집어 넣고 할머니 앞에 놓인 조그만 바가지에 이천원을 넣었다. “하이고~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학생.” 할머니는 손주 뻘도 안 될 이채한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며 연신 고맙다고 했다. 이채한은 코끝이 찡하게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두 손으로 공손히 할머니가 건낸 껌 세 개를 받으며 대답했다. “고맙긴요, 돈 내고 껌 사는 건데요, 뭘. 아니에요 할머니” 이채한은 말을 마치고 잠깐 망설이다 “수고하시고, 건강하세요 할머니” 라고 한 마디 하고 도망치듯 서둘러 올라갔다. 이채한은 갤럭 백화점 4층의 팬시점으로 향했다. 일요일의 백화점은 굉장히 붐비고 있었고, 팬시점 안에 들어서자 화사한 인테리어의 팬시점 안에는 친구들과 놀러 온 여학생들과 데이트 중인 커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매장 여기저기에서 재잘거리며 쇼핑하는 여자애들의 밝아진 옷 색깔과 짧아진 치마들을 보니 이채한은 봄이 왔음을 새삼스레 느꼈다. 그리고 여자애도 없이 남자 혼자서 팬시점을 쇼핑하는 자신의 모습이 괜히 초라해졌다. 이채한은 인형 진열대로 가서 민여령의 생일 선물을 골랐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보니 이채한의 앉은 키만한 푸우 인형과 갈색 곰인형. 두 인형으로 좁혀졌다. ‘두개 다 곰이네.’ 하고 생각하며 이채한은 인형을 양손에 들고 비교했다. “오빠! 나 향수 좀 사주면 안 돼?” 이채한은 갑자기 귀에 익은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리자 인형에서 시선을 돌려 쳐다봤다. “그래? 사줄게, 사줄게. 뭐 사줄까? 골라 봐.” “왓-! 진짜? 고마워어- 오빠!” 건장한 체구의 남학생과 함께 데이트하는 이채한과 또래로 보이는 소녀를 보자 이채한은 순간 경직됨을 느꼈다. ‘에, 최혜정이잖아?’ 가벼운 웨이브 파마의 소녀는 이채한의 첫사랑이었다. 이채한은 잠깐 동안 최혜정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선물 고르는데 열중했다. 이채한이 있는 인형 진열대와 최혜정이 있는 향수 진열대 사이에는 볼펜 진열대가 있었고 볼펜 진열대에서는 작은 체구에 꾀재재한 모습의 모자 쓴 남자애가 볼펜을 고르고 있었다. 이 볼펜 저 볼펜 골라보던 소년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더니 재빠른 손놀림으로 볼펜을 남방 앞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소년은 출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년이 출구 쪽으로 가려면 향수 진열대를 지나쳐야 했는데 소년이 최혜정의 데이트 상대자에 옆을 지나가는 순간, 소년은 최혜정 애인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아! 뭐야? 이거 안 놔!” 소년은 거칠게 반항했다. “잡았다, 이 도둑놈의 새끼!” 갑작스러운 소란에 이채한이 쳐다보니 펜을 훔치던 소년이 최혜정과 함께 있던 돈 많아 보이던-옷차림이- 남자애에게 붙들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채한은 대충 눈치채고 눈살을 찌푸렸다. “빨리 안 놔? 이 미친놈아! 어디서 다짜고짜 도둑놈이라는 거야! 니가 봤어? 봤냐구! 니가 뭔데 지랄이야!” 건장한 남학생, 대현고 유도부 주장 김연효는 소년의 욕설에 자극 받은 듯 ‘내가 다 봤어 새꺄!’ 하고 말하며 소년의 뒷통수를 세게 때렸다. 김연효는 소년의 남방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더니 소년이 훔쳤던 볼펜을 꺼냈다. 소년은 몸을 비틀며 반항했지만 그의 손길에 너무 쉽게 주머니를 털려버렸다. “자, 그럼 이 볼펜은 뭐냐, 이 도둑놈아!” 어느새 그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알바생 하나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여기 알바세요?” 김연효가 물어봤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하고 대답했다. 김연효는 “이놈, 도둑놈이니까 경찰에 신고해 버리세요. 이런 놈은 그래야 정신을 차린다니까요” 이채한은 김연효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연효는 알바생에게 소년을 넘겨주며 소년이 푹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벗겨 버렸다. 때구정물이 가득한 소년의 얼굴이 드러났다. 소년은 얼굴이 온통 시뻘개져서는 자신을 멸시와 동정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수많은 ‘구경꾼’ 들을 노려봤다. 노려보는 그 눈은, 많이 쳐줘야 열여섯으로 보이는 애의 눈치고 그 독기가 너무 강해 보였다. 알바생은 소년의 헤진 바지의 호주머니며 뒷주머니 등등의 온 몸을 뒤져댔다. 그러자, 조그마한 핸드폰 악세사리-핸드폰도 없으면서-며 자질구레한 조그만 쓰레기들, 백원짜리며 십원짜리의 동전들이 나왔다. 알바생이 소년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쬐끄만 놈이 벌써부터 도둑질이나 배워가지고. 니 부모님이 너 이러는 건 아냐? 응?” 소년이 갑자기 알바생을 무섭게 노려봤다. 방학 기간을 맞아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한 남자애치고는 하얀 피부의 알바생은 소년의 눈빛과 마주치자 그 독기에 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 아빠 얘기는 꺼내지마, 이 개자식아!” 독기로만 가득 찼던 소년의 눈동자가 이 말을 하면서는 약해지며 붉어지는 것을 이채한은 봤다. 알바생은 잠깐이라도 어린 소년에게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 화가나 소년의 머리를 몇 대 더 때렸다. 수군수군 대는 구경꾼들을 헤치며 이채한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걔가 제 동생이거든요? 좀. 놔줄래요?” 갑작스레 소년의 형이라며 자처하는 이채한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뭐야, 넌? 진짜 얘 형 맞아? 하나도 안 닮았는데?” 아닌게 아니라, 형제라고 믿기엔 소년과 이채한이 너무 달랐다. 소년의 눈이 크고 유려하니 여자 같이 예쁜 눈이라면 이채한은 쌍꺼풀 없이 날카로워 보이는 눈이였고 이채한의 코가 오똑하고 큰 편이라면 소년은 작고 앙증 맞은 편이었다. “안 닮은 형제도 많거든요? 그리고 원래 우리 집안이 엉덩이에 점이 있는데, 쟤랑 저도 똑같은 위치에 점이 있어요. 왜? 확인해 볼래요? 까볼까요?” 구경하던 사람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이채한은 혹시나 알바생이 진짜로 까보라고 하진 않을까 살짝 걱정하였지만 알바생은 그러지 않았다. “아,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어” 하고 말하며 넘어갔다. “그 볼펜이요, 훔친게 아니라 제가 나중에 계산해 준다고 줬던 거에요. 이제 됐죠? 이제 애 좀 놔줘요.” 이채한은 말을 하다 무의식적으로 최혜정과 눈을 마주쳣다. 머리를 양갈래로 귀엽게 따고, 무릎의 살짝 위까지 오는 하늘색 주름 스커트를 입은 예쁜 최혜정은 이채한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알바생은 말도 안 된다는 듯 혀를 한 번 차더니 “그래, 일단 니 동생이라고 치자. 근데 니 동생은 형이 사주는 물건을 계산도 하기 전에 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냐? 얘 저능아야? 바보야? 그리고 여기 이 손님이 얘가 훔치는 것도 봤다는데?” 하고 말하며 또 소년의 머리를 툭툭 때렸다. 이채한은 알바생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연효는 소년을 잡아서 넘겨준 이후로 아무 말 없이 이채한과 알바생의 말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기분 나쁘게 애 머리나 툭툭 때리지 말고, 그래. 얼만데요? 지금 사면 될 거 아니에요. 얼마에요?” “이만 오천원. 근데 훔친 거니까 그 열배로 물어내야 돼.” 이채한은 말싸움이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없으며. 알바생을 골탕 먹이고 싶은 마음도 들어서 여기서 끝내려 마음먹었다. 이채한은 비웃음을 지으며 “25만원이네요?” 하고 묻더니 들고 있던 인형을 가슴 높이까지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거 두 개는 얼만데요?” “둘이 합해서 13만 3000원.” “그럼 다 합해서 38만 3000원이네요?” 알바생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채한은 흰 종이만 가득하던 자신의 왼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으며 “컨트립(환각 마법)!”하고 중얼거렸다. 순간, 이채한의 손에서 희미한 빛이 났지만 누구도 눈치채지는 못하였다. 이윽고 이채한이 주머니에서 손을 뺏을 때는 퍼런 지폐 한 다발이 들려나왔다. 그 두께가 장난이 아니었기에 알바생과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이채한은 인형을 잠깐 내려놓고 돈을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39만원을 떼내 알바생에게 줬다. “거스름돈은 가져요” 하고 말하며. 이채한은 아직도 적은 액수로는 보이지 않는 돈다발을 다시 왼쪽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이채한이 돈을 알바생에게 건내주는 것을 보곤 깜짝 놀라며 이채한을 쳐다봤다. 이채한이 웃어주자, 소년은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홱 돌렸다. “이제 제 동생 좀 놔주실래요? 초면에 반말하는 예의 없는 알바생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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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v의 글틀 |
첫댓글 인생을 정말 멋드러지게 사는군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매직은 '키즈멧' 이 되었습니다. 즉, 매직이 키즈멧의 Ver1 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