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오늘 하루도 무사했는가?
TV를 봐도 신문을 봐도
우리는 범죄의 숲 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저 무수한 강도와 강간,
사기와 절도, 폭행과 살인...
왜 세상엔
이토록 많은 나쁜 놈들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세월이 흘러도
세상의 나쁜 놈들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나 역시 그대처럼,
세상의 나쁜 놈들을 몽땅 없앨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대와 함께
세상의 나쁜 놈들을 몽땅 없앨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대와 함께 세상의 나쁜 놈들을 없애기 위해
출동하고자 한다.
두려워 말라.
또 총이나 수갑을 찾지도 말라.
겨우 그 정도의 일에
우리가 빨간 망토를 쓰고
하늘을 날 필요는 없다.
나를 따르라, 그대여,
출동이다.
우리는 우선 나쁜 놈을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이마에 '나쁜놈' 이라고 쓴 나쁜 놈은 세상에 없으니까...
그렇다면 나쁜 놈이란 과연 어떤 놈인가?
그대는 우선
그 수업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세상의 도덕 기준에 맞춰 나쁜 놈을 정의한다.
그러나 사실
완벽하게 나쁜 놈이라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추는 좋은 음식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매운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고추는 나쁜 음식으로 여겨질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가 볼 땐 나쁜 놈인데
다른 이가 볼 때는 좋은 놈일 수도 있고,
모두가 좋은 놈이라 말하는데도
나에겐 나쁜 놈을 수 있다.
그럼 도대체
나쁜 놈은 없다는 말인가?
다들 알고 보면,
또 사귀고 보면 의외로 좋은 놈이란 말인가?
아니다, 세상엔 딱 한 가지 종류의
완벽하게 나쁜 놈이 있다.
그대여,
진실로 진실로 나는 그대에게 이르노니
그 가장 나쁜 놈이자,
세상에서 유일하게 완벽한 나쁜 놈은
바로
'나뿐인 놈'이다
나는 나쁜 놈을
나뿐인 놈으로 규정하나니
무릇 세상의 모든 나쁜 놈들은
다 나뿐인 놈들이다.
그대여,
이 우주에는 '나뿐' 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는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야 하거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문득 인간은
'나뿐' 이라 생각하고 행동했던 적이 있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나쁜 놈이었다.
이처럼 인간은
누구나 나쁜 놈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큰 충격을 받거나
분노에 휩싸이거나
탐욕의 노예가 되거나
또
폭력의 하수인이 될 때,
인간은 나뿐이라 생각하고
행동하기 쉽다.
그대여, 나는 세상의 나쁜 놈들을 없애고
또 범죄를 없애는 유일한 길이
모두가
나뿐인 사람이 안 되려
애쓰고 노력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노력은 훈련이며
훈련은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히틀러라는 나뿐 놈은
딱 한가지 옳은 말을 했는데,
그것은 반복하고 반복하면
반드시 자신이 세운 목표를 성취하게 된다는 말이다.
히틀러는 자신의 말처럼
'나뿐인' 일만을 반복했기 때문에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 되는 데 성공했다.
그대여,
그 자리는 좀처럼 넘보기 힘든 것이니
우리는 그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놈이 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자
그럼 우리는
무엇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하나,
콜린 윌슨이란 저명한 심리학자는
수십 년간 전세계의 범죄자들을 연구한 결과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당하는 사람의 입장,
상대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나 뿐인' 놈들이었던 것이다.
그대여, 문제의 답이 여기 있다.
이들과 반대로 남의 입장을 헤아리는 일-
그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일이야말로
세상에 제일 좋은 놈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더 나아가
같은 인간의 입장만을 헤아리지 않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
또 생명이 없는 모든 것들의 입장까지
이해하고 헤아릴 줄 안다면
인간은 누구나 석가요,
예수가 아닐 수 없다.
그대여,
날이 갈수록 세상은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이는 나뿐인 놈이 더 많아졌다는 말이며
나쁜 놈이 더 늘어났다는 말이다.
나는 그대가
나뿐인 놈이 아니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대가
남의 입장을 생각하고
이웃의 입장을 생각하고
부모, 친구의 입장을 생각하고
심지어는 지구 반대편에 있을
그 누군가의 입장도 생각해 보고
꽃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나무와 벌레와 푸,
저 돌과 산,
하나님의 입장까지도 생각해 보길 빈다.
만약 그 일이 반복된다면
먼 훗날 그대는
분명 너그럽고 아름다우며
행복하고
존경받는 존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대여
그대는 오늘 한 명의 나쁜 놈을 해치웠다.
언젠가 '나뿐' 일 수 있는
그대 안의 나쁜 놈을 ...
이제 출동해라.
저 눈에 이는 세상의 삼라만상-
그 모두의 입장을 헤아리고 사랑해서
세상의 모든 나쁜 놈들을
해치워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