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산여인 원문보기 글쓴이: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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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님과 함께한 100대 명산 대구 팔공산
▲ 산행일 : 2005. 2. 13(日). 맑음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동화사 집단시설지구 (07:40)
☞ 염불암 오르는 삼거리 (07:56)
☞ 케이블카 승강장 (스카이라인) (08:20~08:31)
☞ 서봉과 동봉으로 갈리는 사거리(09:30~09:35)
☞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 (09:37~10:02)
☞ 동봉 (10:08~11:23.1,167m. 점심식사)
☞ 염불암 내려가는 삼거리 (11:55)
☞ 신령재(동화사 내려가는 삼거리) (13:10~13:18)
☞ 헬기장 (11:05~12:05)
☞ 두 번째 헬기장 (14:03)
☞ 은해사, 갓바위 갈림길(팔각정 터) (14:14~14:17)
☞ 갓바위, 북지장사로 갈리는 안부 (15:05)
☞ 갓바위 오르는 계단 (15:22)
☞ 석조여래좌상 (갓바위) (15:37~15:47. 약 820m)
☞ 관암사 (16:17)
☞ 갓바위 시설지구 주차장 (16:40)
▲ 총 산행시간 : 9 시간 (디카 215컷 촬영)
▲ 구간별 거리 :
탑골초소→(1.2km)→스카이라인→(1.9km)→서봉, 동봉 갈리는 사거리→(0.1km)→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0.2km)→동봉→(0.7km) →염불암 내려가는 삼거리→(2.0km)→신령재→(1.0km)→헬기장→(1.8km)→팔각정터→(1.1km)→갓바위, 북지장사로 갈리는 안부 →(0.6km)→갓바위→(2.3km)→주차장
▲ 총 산행거리 : 약 13 km
▲ 산행지도
▲ 산행기
금요일 저녁.
휴대전화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세요.”
“저, 코스모습니다.”
“어! 웬일이세요?”
“아니, 팔공산에 올기야 안올기야?”
“가긴 가야것는디~ 그게 쉽지가 않네요.”
“내 답글 보기나 한거야?”
“뭔 답글?”
“팔공산 오고 싶다고 해서 내일모레 오라고 답글 달아놨는데 보지도 않았구먼. 노스페이스에서 100대 명산 어쩌구 저쩌구……. 허영만 화백, 박영석씨도 오신다는데...”
(평상시 댓글에 대한 답글을 안 다는 분이라 댓글만 올려놓고 그 뒤로 보지를 않았었다. 팔공산 동봉의 높이가 높아졌다는 코스모스님의 산행기 참조)
두 분 다 내가 좋아하는 분들(대학 때부터 30대 중반까지 허영만씨와 이현세씨 만화를 무지 좋아했었다.)인데 무조건 가야한다.
14일에 개학하는 아들 녀석에게 의견을 물으니 현장학습 보고서를 아직 못써서 못가겠단다. 그 보고서작성을 내가 도와주기로하고 녀석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다.
새벽 3시 정각에 일어나 온수와 보온도시락을 넣고 출발(03:40분)한다. 동대구 나들목에서 6시에 만나려면 부지런히 가야한다.
남해고속도로와 구마고속도로는 거의 차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로 쓸쓸하다. 슬슬 배가 고파온다.
현풍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05:10분) 안에 들어가 봤지만 이 새벽에 곡기는 커녕 분식도 찾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차에 돌아와 보온도시락을 꺼내 아들 녀석과 아침을 먹는다.
성서인터체인지인듯한데서 갑자기 길이 세 갈래로 갈라진다. 길게 가로로 늘어선 이정표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부산이나 동대구라는 단어는 눈을 씻고 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이런 빌어먹을 도로공사넘들 같으니라구. 길 가운데 차를 세우고 쳐다볼 수도 없으니, 일단 가운데 길로 들어가 진행하다보니 무슨 공단 톨게이트로 나가는 길인 듯싶다. 얼른 갓길에 차를 세우고 갓길후진을 하여 다시 삼거리까지 간다. 다행히 새벽이라 공단 쪽으로 들어오는 차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왼쪽 제일 넓은 길로 들어서니 잠시 후 오른쪽에 북대구, 동대구방면이라고 씌어진 톨게이트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헤매지 않고 동대구나들목까지 갈 수가 있었다. 동대구나들목 못 미쳐서 산사랑방님에게 전화가 온다.
“아우님! 미안해서 어쩔까. 나 지금 덕유산 가고 있어.”
“제 걱정말고 형님이나 잘 다녀오세요.”
일찍 연락했더라면 산사랑님과도 산행을 같이 할 수 있었을텐데, 토요일 밤 늦게 문자메시지만 보내드렸더니, 이미 산행계획이 있으셨는지 덕유산으로 떠나셨다.
동대구 나들목을 빠져나오자 이미 전화통화로 서로의 위치확인을 한 상태에서 코스모스님이 주유소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반가운 악수를 나눈 후(06:08분) 코스모스님의 차를 따라 대구 시내에 진입하여 코스모스님의 친구분 권여사님과 합류한다.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명산" 에 공식 접수하여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은 20명.
코스모스님도 참가신청을 했지만, 이미 탈락한 상태에서 비공식으로 참가를 하게 된 거다.
노스페이스팀이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에 들어서니 잠시 후 허영만 화백이 눈에 확 들어온다. 흰머리가 희끗희끗, 그 잘생긴 얼굴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셨다. 워낙 사진으로 많이 뵌 얼굴이라 한 눈에 알아보고 얼른 아는 체를 하고 싶었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그리하지는 못하고 코스모스님에게 도움을 청한다.
“ 허화백님 뵈려고 순천에서 오신분입니다.”
“ 아, 그러세요? 순천 어디?”
“ 예? (이 양반이 순천이면 순천이지 어느 동네 사는가는 왜 묻는겨?)
연향동인데요. ”
“ 난 조례동여.” (바로 옆 동네다.)
“ 네? 고향이 순천 조례동이세요?”
“ 그렇다니까.”
반가운 덕담이 오고가고 아들 녀석과 기념촬영. 그 이후로 허화백님은 산에서 뵈올 때마다 먼저 한 마디씩 꼭 건네주신다. 인정이 상당히 많은 분 같으시다. 저런 친형이 한 분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산악인 박영석씨는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기셔서 이번 산행에 불참하셨다고 한다.
왼쪽부터 권여사님, 산친구 1, 허영만 화백님, 코스모스님
식당 밖으로 나와 스트레칭과 단체사진을 찍은 일행은 탑골초소를 산행 들머리로해서 오르기 시작한다. 염불암으로 오르는 삼거리를 지나 능선을 오르는 동안 양쪽의 키 큰 소나무들로 조망은 거의 없다. 삼림욕하기에는 좋은 코스다.
권여사님은 오랜 산행경력이 말해주듯 날아가듯 저만치 앞서서 올라가신다.
케이블카 승강장(스카이라인)거의 다 이르러서야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스카이라인에서 1차 휴식을 취하며 후미조를 기다린다.
눈앞에 펼쳐진 팔공산의 주능선은 봉황이 나래를 편 듯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동으로 관봉에서 서로 가산까지 주능선의 길이만 25km에 이른다니 지리 주능선과 견줄만한 대단한 산이다.
식당 앞의 팔공산 팔경비
산행코스를 설명하시는 코스모스님, 그 왼쪽은 와우레포츠 정용권 기자
스카이라인 전의 바위들
스카이라인과 뒤로 팔공산 정상이 보인다. 제일 높게 보이는 봉이 동봉
스카이라인에서 바라본 정상 비로봉과 동봉 (줌 촬영)
동봉 오른쪽 능선 (줌 촬영)
스카이라인에서 조금 가다가 내려다본 염불암 (줌 촬영). 아담하고 조용한 암자였었는데 자꾸만 커지고 있다고 애석해하시는 코스모스님의 말씀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린다.
대구시내를 바라보고있는 허영만 화백. 날씨가 맑은데도 대구시내가 개스와 스모그로 흐릿하게 보여서 시내사진을 올리지 않았다.
한참을 내려섰다가 또 오른다.
서봉과 동봉으로 갈라지는 사거리에서 후미조를 기다린다. 모자에 고드름이 달린 아저씨가 위풍당당하게 서 계신다. 예전에 어떤 산님의 북한산인가, 도봉산 산행기에서 그런 현상을 보았는데, 내가 이런 기이한 현상을 볼 줄이야…….
고드름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앞 넓은 공터에서 긴 휴식을 취한다. 군시설물있는곳이 정상 비로봉인데 오를 수가 없어서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무등산도 그렇고, 관악산, 계룡산, 모악산도 그렇다.
정상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는 능선이 아름답다. 저 길을 언제쯤 걸을 수 있을까.
저 능선위가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이 있는 주능선
석조약사여래입상앞 공터
동봉 남쪽 능선에 있는 기이한 바위 (줌 촬영)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100대 명산. 맨 왼쪽이 산친구1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 정확히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석조약사여래입상의 뒷부분
동봉 정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넓지가 않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저만치 동쪽에서 코스모스님이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우리끼리 점심을 먹고 가잔다. 두 분이서 도시락을 싸오셨나?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아늑한 곳이 나타나고, 이미 친구분과 다른 산님 두분이서 자리를 잡고 계신다.
팔공산 동봉
동봉에서 내려다본 우리가 올라온 능선 길
주능선 동쪽에서 바라본 동봉 (줌 촬영)
잠시 후 코스모스님이 나타나셔서 두 분을 소개해주시는데, 알고 보니 세분 모두 산에서 사귀신 산친구분들이시다.
버너에 쇠고기 안창살과 자연산 송이버섯을 굽고 계신 분은 대구에서도 알아주는 불고기정식 OO가든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시라는데, 불고기를 다 먹은 후 떡라면까지 끓여서 대접하신다.
양주와 포도주까지 한 순배 돌아가니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랜지기를 만난듯 초면인 우리의 벽을 자연스럽게 허물어버렸다.
이런 환대를 받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라면 국물에 권여사님이 싸오신 밥을 말아 잘 익은 묵은 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셋이 먹다 셋이 다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게 먹어서 나중에는 일어서려는데 배가 불러서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가 되어버렸다. 아들 녀석도 배가 고팠는지 잘 먹는다.
주능선상의 기암
다시 능선에 올라서서 내려가려는데 눈길과 빙판길이 이어진다. 모스님의 아이젠을 차라는 명령에 누구하나 거역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아이젠을 착용한다. 주능선의 북쪽으로 우회등산로가 있어서인지 계속 빙판길이다.
대부분의 길이 능선 북사면에 있어서 눈길 아니면 빙판길이다.
주능선에서 내려다본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불 (줌 촬영)
양진암으로 추측되는 산사 (줌 촬영)
주능선 북쪽으로 뻗어있는 능선상의 수려한 바위들.
발목이 안 좋으신 현사장님과 그의 친구 분은 신령재 못 미쳐서 남쪽으로 난 탈출로로 하산을 하신다. 아쉬운 작별을 할 수 밖에…….
“조계산이나 백운산 한 번 놀러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오늘 너무 고마웠습니다.”
대구의 현사장님과 친구분. 바리바리싸가지고 오셔서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잔뜩 신세만 지고 아무런 보답도 해드리지 못했다.
신령재
첫 번째 헬기장 조금 못미쳐서 되돌아본 북쪽 지능선상의 수려한 바위군들 (줌 촬영)
첫 번째 헬기장에서 또 휴식을 취하는데, 와우레포츠 정기자님은 커다란 복숭아통조림을 들고 다니면서 모두의 입에 한 점씩 넣어주신다. 훤칠한 키에 활달한 성격이 무척 호감이 가는 분이다. 이분들은 어디서 식사를 하셨는지 궁금하다.
조금 더 가다가 아이젠을 벗는다.
첫 번째 헬기장
어느 봉우리에 올라서니 팔공 컨트리클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아서는 엄청난 환경파괴로도 보인다. 첫 눈에 보아도 산 한 귀퉁이가 벌겋게 옷을 벗고 있는 형상이다. 등산에 미친 나로서는 골프는 한량들의 스포츠로 보일 뿐이다.
뒤돌아본 주능선
골프치는 사람들 (줌 촬영)
앞으로 가야할 길. 맨 왼쪽 봉우리가 갓바위가 있는 관봉
팔공 컨트리클럽
어떤 봉우리에서 노적봉을 바라보면서
두번째 헬기장을 지나는 코스모스님과 권여사님
팔각정이 있던 봉우리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보니 저 멀리 동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참 많이도 왔다.
작은 대리석 이정표 위에 능성재라고 씌여있다. 여긴 봉우리인데 재라면 여기 올라오기 전의 고개가 능성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 봉우리는 인봉이 아닐까 추측된다.
갓바위가 있다는 관봉이 성큼 다가와 있다.
팔각정터
팔각정터에서의 허영만 화백님과 코스모스님
지나온 길
장쾌한 팔공 주능선. 아래는 팔공컨트리클럽
햇빛에 전혀 눈을 못뜨는 산친구1, 눈을 크게 뜨라고 했더니 표정이 이상하다. 권여사님은 졸리세요?
관봉. 저 봉우리 뒤편 아래에 갓바위 부처님이.... (줌 촬영)
관봉 북쪽 사면에 있는 갓바위 부속 암자
우뚝선 바위 . 왼쪽아래에 선본암으로 보이는 산사가 보인다.
로프구간을 지나 갓바위와 북지장사로 갈라지는 안부에서부터는 또 다시 빙판길이라 정체가 된다. 앞서 간 선두는 이미 갓바위 주차장까지 내려갔다는 연락이 오고, 갓바위 올라가는 계단은 심한 정체로 갓바위까지 한 시간 이상 걸린다는 무전연락이 온다. 정기자가 코스모스님을 급히 찾는다.
우회길도 있고 하니 걱정 말고 따라오라는 코스모스님의 당당함. 산중여걸이다.
로프구간
정성
반가운 산사랑방님의 흔적
등산로를 벗어나 참배객들이 오르내리는 돌계단에 들어선다. 걱정했던 것보다 정체는 없다.
마지막 계단구간에서 약간의 정체가 있을 뿐이다.
갓바위오르는 돌계단
갓바위 전의 암자에서도 많은 불자들이 불공을 드리고 있다.
애자모지장보살
연꽃 촛불
드디어 오늘의 종착역 갓바위에 올라선다.
낭랑한 독경소리, 바닥에 엎드려서 끝없이 절을 하는 불제자들, 그 사이를 지나가는 구경꾼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갓바위는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저 위에서 군상들을 내려다보는 부처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사진 찍기가 힘들 정도로 지나는 이들과 몸을 부딪친다.
아들녀석은 부처님을 보더니
" 와! 오길 잘했다. 잘했어. " 라며 감탄을 한다.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려서서 하산을 한다.
근엄하신 갓바위 부처님 (석조여래좌상)
관암사에 내려서서 노스페이스팀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
몇 발짝 내려가다가 다시 돌아서서 허 선생님에게 다가간다.
“ 오늘 올라가실 거죠? ”
“ 네.”
“ 이거 올라가시면서 차안에서 드세요.”
아껴두었던 연양갱 하나를 초로의 화백에게 건넨다.
환하게 웃으면서 받는 허선생님에게
“ 저 허화백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 라는 말을 끝내 하지 못하고 돌아선다.
관암사 대웅전의 지붕
대학 때부터 삼십대 초반까지 근 10년간 그분의 만화에 빠져서 밥 먹는 것도 잊고 밤을 꼬박새면서 읽은 적이 허다했었다. 이현세님, 박봉성님의 그것도 마찬가지였다.
그 분의 책은 웬만한 소설책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열권, 스무 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물은 1권을 손에 잡는 순간 마지막 권까지 읽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아마 허 선생님이 소설가로 전향하셨으면 더욱 성공하셨을 것이다.
마음속으로나마 그분의 건강을 기원해본다.
‘ 건강하시어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내주십시오.’
웬 항아리?가 아니고 식수대이다.
갓바위 시설지구 주차장에서 어묵 하나씩 먹으니 꿀맛이다.
코스모스님과 권여사님이 식사를 하고 가라는 간곡한 부탁이 있었지만, 사양을 하였다.
오후 장거리 운전만 하면 졸음운전을 하는 특이한 신체구조 때문에 밥까지 먹으면 졸음운전이 엄습을 해오니 두려워서 사양을 한 것이다.
실제로 졸음운전으로 지금까지 수백 번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내 차에 타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OO산님은 잘 알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병이라는데 치유할 방법이 없을까?
갓바위 시설지구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갓바위 (줌 촬영)
원래 계획은 염불암에서 동봉에 올라 서봉까지 갔다가 수태골로 내려와서 코스모스님과 점심을 같이 하고 쉬엄쉬엄 고속도로를 내려올라 했는데(그래서 도시락도 먹어버렸었다), 노스페이스팀과 같이 산행을 하다보니까 팔공산 반 종주를 하게 되어 코스모스님일행에게 잔뜩 신세만 지게 되었다.
코스모스님, 권여사님과 마지막 작별을 한다. 두 분 덕분에 참으로 멋진 산행을 하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랜다.
남대구 나들목 지나면서부터 잠이 쏟아진다. 그 추운데 창문을 앞뒤로 열어놓고, 허벅지를 꼬집고, 귀싸대기를 후려쳐도 소용없다. 아들 녀석은 춥다고 난리다.
작년에는 청량고추를 먹어가면서 운전을 해보았지만 별로 도움이 되질 않았었다.(그 매운 고추의 효력이 10분을 넘기지 않았었으니까.)
안되겠다 싶어 현풍휴게소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또 달린다.
맑은 정신도 잠시이고 또 다시 잠이 몰려온다. 다시 영산휴게소에 들어가서 한 잠을 자고 일어나니 배가 고프다.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고 나와 핸들을 잡는다.
옆에서 졸지 말라고 계속 얘기하던 아들 녀석도 어느 틈엔가 곯아 떨어졌다. 녀석도 피곤할 것이다. 복숭아 홍차 티백가루를 입안에 털어 넣어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비몽사몽간에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마지막으로 사천 휴게소에 들어가 다시 잠을 청한다. 이렇게 중간에 휴게소에서 세 번씩이나 쉬면서 잠을 자보기는 또 난생처음이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어디에요?”
“아, 코스모스님! 여기 사천 휴게소요. 벨소리에 자다가 깼네요.”
“그럼 내가 전화 잘했네.”
“그러게요. 고마워요. 권여사님하고 백운산에 꼭 와야 돼.”
“오케이! 언제 시간 내서 갈게요. 안녕!”
한국의 산하가 맺어준 아름다운 인연이다.
출처: 산여인 원문보기 글쓴이: 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