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박찬법호(號) 출범
박(朴)회장 "그간 혼선 일단락" '분란' 박찬구 전(前)회장 불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1일 오너 가문이 아닌 전문경영인 출신의 신임 박찬법 회장 취임식을 갖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날 오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1관 빌딩에서 박삼구 명예회장을 비롯, 그룹 사장단과 계열사 임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호아시아나 그룹 제5대 회장 취임식을 가졌다.신임 박 회장은 취임사에서 "경영환경이 중차대하고 엄혹한 시점에 그룹 회장을 맡게 됐다"며 "비장한 각오로 대임(大任)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특히 그룹의 현안인 구조조정에 대해 "보다 속도를 높여 신속하고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그룹 경영에 있어 실적과 성과를 중시하고 소통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 ▲ 박찬법 금호아시아나그룹 신임 회장(왼쪽)이 31일 오전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박삼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사기(社旗)를 전달받고 있다./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박삼구 명예회장은 이날 취임식장에서 박 회장을 격려하며 그룹 기(旗)를 넘겼으며, 형제간 분란을 일으켰던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신임 회장 앞에는 산적한 과제도 많다. 우선, 채권단과 맺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약정 이행과 그에 따른 대우건설 매각 등 구조조정이 급선무다.
박찬법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그룹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찬구 전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 등으로 어수선해진 그룹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박 회장은 "박찬구 전 회장의 대표 해임으로 그간의 혼선은 완벽하게 일단락됐다"며 "11월 그룹 정기 임원인사 때까지 당분간은 현행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된 박찬구 전 회장의 법적 분쟁 제기 가능성에 대해서 "대표 해임은 정식 절차대로 진행된 것이며, 화학 계열사들의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찬구 전 회장이 아직 맡고 있는 다른 계열사 이사직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적절한 절차와 형식에 따라 해결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는 이날부터 박찬법 회장에게 박삼구 명예회장과 같은 예우를 하는 등 신임 회장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이날 박 회장 취임식은 물론 취임식 후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신훈 건설부문 부회장, 이원태 금호고속 사장, 오남수 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 기옥 금호석유화학 사장,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 등 20여개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했다. 선대 회장인 고(故) 박정구 회장의 아들 박철완 아시아나항공 부장과, 박삼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전략경영본부 박세창 상무 등 창업자 3세도 이날 취임식에 참석했다.
박 회장의 집무실은 박삼구 명예회장 집무실과 같은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관 27층에 마련됐고, 업무용 승용차는 기존 에쿠스에서 렉서스로 격상됐다.
박 회장은 이날 "지금까지 그룹을 이끌어온 박삼구 명예회장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 사업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우리 금호아시아나 임직원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앞으로 최선을 다해 그룹을 이끌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