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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성초(2):자소엽(1):녹차(1) 비율로 잘게 잘라서 유리용기에 넣는다.
2. 증류주(담금주 알코올 30%) 1.5리터를 넣는다.
3. 공기가 통하게 밀봉한 후 3개월간 21℃의 상온에서 발효시킨 후에
냉장 보관해 준다. (밀봉하고 뚜껑에 구멍을 3~4개 뚫어준다.)
4. 건더기는 버리고 진액만 쓴다.
5. 아침, 저녁으로 머리를 감은 후 두피가 촉촉한 상태에서 발모팩(4ml)을
뿌린다.
6. 발모팩을 얼굴에 바르면 피지선을 깨끗하게 해서 트러블을 예방한다.
'울 남편이 발모팩을 바른지 한 달이 되었는데 글쎄 머리카락이 가늘게
올라오지 뭐예요. 요즈음은 굵어지고 있다니까요.이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정말이예요? 진짜요?
그녀 주변에 있던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그 발모팩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공격을 하듯 질문을 퍼부었다. 머리숱이 하루하루 줄어드는 나는
가발이라도 써야 할 지경에 이르고 있었고 육십이 넘어선 여자들 대부분이
성글어지는 머리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으므로 당연한 일이었다.
내일이라도 당장 머리가 쑥쑥 올라올 것 같은 그녀의 말에 누군들
호기심을 감추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보려고 했으나 경동시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가격의 두배였다. 무엇에 좋다더라 최고라더라 라고 떠도는 말들을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 나는 경동시장까지 다녀오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하루하루 지나면서 발모팩에 대한 믿음이 시큰둥해지고 있었는데
에구 마누라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그가 이번에도 발동을 걸었다.
'경동시장 가자 발모팩 재료 사다가 담궈봐야지. 마누라 머리숱이
많아진다는데 한번 해봐야지 지하철 타고 가면 멀지도 않은데 뭘.
'머리숱 많아져서 마누라 젊어지면 뭍 사내들이 줄지어 따라다닐텐데
괜찮겠수? ㅋ 지금도 좋다는 남자 많은데 어쩔라구? ㅋ
기분이 좋아진 내가 은근슬쩍 농을 걸어보는데 걱정말란다. 괜찮단다.
자신있단다. 모자를 쓰고 있는 자신을 삼십대로 본 사람도 있단다.
흥!! 착각은 자유!! 라 했던가.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종로 3가로 향했다. 3호선을 타고 가는 동안에는
별로 알아채지 못했는데 종로 3가에서 내려서 1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걸어가는 동안 우리는 저절로 알 수 있었다. 우리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팔십퍼센트가 뒤통수가 히끗히끗하고 텅 빈,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이 든 아주머니들도 많았다. 젊은층은 줄어들고
노년층만 비대해지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떠들던 불안전한 인구곡선이
여실히 증명이 되고 있었다. 아뿔싸!! 미래가 걱정이 되었다. 그들에 비해
우리가 아직은 젊다는 게 약간의 위로라면 위로였을까.
경동시장에 가까워질수록 노년층은 더욱 늘어났다. 나이를 먹으면 잡초도
다 약초로 보인다는데. 좋은 약초를 사려고? 자신을 위해서? 자식을 위해서?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60대보다는 70대가 더 많을 듯 싶었다.
경동시장 입구, 지붕도 가리개도 없는 노천에서, 귤 한바구니
생강 한바구니 밤 한 바구니씩 놓고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도
거개가 70이 넘어보였다. ' 이 추위에 이 추위에' 아이구 저런!!
칼바람이 몰아치는데 저 한바구니 팔아 얼마나 남는다고?
사는게 참으로 모질구나 싶었다. 사는 게 참으로 애닯구나 싶었다.
내가 살아온 삶은 온돌방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살랑살랑 봄바람
불어오는 봄언덕이었음을 알겠다. 게으름뱅이 삶이었다.
경동시장 지하에 있는 그 유명하다는 안동칼국수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발 빠른 그가 인터넷으로 알아낸 집이었다. 오래되고 지저분하고
낡은 층계를 따라 내려가는 동안, 옴닥옴닥 붙어있는 음식점들 틈에서
안동집을 찾아내는 동안, 나는 이곳이 혹시 피난민이 들끓던 국제시장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였다. 어둡고 습한 지하실 냄새와 음식 냄새들 그리고
얼굴빛깔이 푸르죽죽하여 환한 기운이 없는 늙은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밥 먹는 그곳. 반대 편 좁은 공간 공간을 일터 삼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오래전 흑백 사진속 풍경처럼 멈춰있는 것 같을 그곳.
다행히 칼국수는 담백하고 구수했다. 조밥에 배추쌈 그리고 국수는 무한 리필!!
인정은 최고!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그래도 활기차고 젊고 상냥했고 바지런해보였다.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길목 한약방에서 뜨끈뜨끈한 '마'차를 공짜로
주고 있었다. 손님을 끌기 위한 미끼겠지만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그 주변만은
따뜻해보였다. 무안해하며 그냥 지나치려는 그를 세워놓고 두 잔을 받아왔다.
길에 서서 홀짝이며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 달콤하고 따뜻했다.
할 일 없는 노인이거나 갈 곳 없는 노인이거나 어째든 굼벵이처럼 느릿느릿
밀려다니는 노인들 때문에 우울해졌던 나를 조금이나마 일으켜 세워주었다.
생강도 사고 표고버섯도 사고 밤도 사고 발모팩 재료도 샀다. 한보따리다.
아내를 위해 앞장 선 그가 아니었다면 나는 분명 그냥저냥 지나쳐버렸을
일이다. 함께 공부하는 문우가 경동시장에 다녀왔다며 선뜻 건네준 발모팩
한 병이나 발라본 뒤 그것으로 그만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 씀씀이가 갸륵하다.
발모팩을 만드는 일 또한 그가 맡아 줄 것이다. 오!! 사랑하는 내 당신!!
둘도 없는 내 당신!!! 어느 가수의 노래가 떠올랐다.
경동시장. 몰려다니던 허름해진 늙은이를 닮아 누추하고 빛깔은 바랬지만
생에 대한 열망으로 끊임없이 출렁이는 바다와도 같은 그곳.
나이를 먹어서인가. 젊어서 지나치듯 바라보던 그 경동시장이 아니다.
살아있음이 살아 숨쉬는 곳. 살아감이 삶의 전부인 곳.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 세상일에 끝없는 욕심이 생기는 날,
세상 일이 재미없는 날, 불현듯 그곳에 가리라.
죽을 힘을 다해, 정성을 기울여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루종일 바라보다
돌아오리라. 그 출렁이는 물결을 타고 그렇게 출렁여야 한다고,출렁이다가
출렁이는 사람이 되어 돌아오리라.
첫댓글 경동시장
나도가서 재료사다가
바르면 정말로 머리카락이
날까요?
솔직히 반신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