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순환기학회가 지난해 9월 ‘제1회 심장 수호 주간’을 맞아 1996∼2002년 서울대병원 등 3개 대학병원의 외래 환자 74만2000여명을 분석한 결과,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 환자는 5449명에서 2만5985명으로 4.8배,심장 이상으로 심장 박출량이 부족하게 된 심부전증은 934명에서 4289명으로 4.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상 동맥이 막혀 심장에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허혈성 심장병’의 증가폭(1.9배)보다 훨씬 높은 증가치다. 전문가들은 노령 인구의 증가와 서구식 식생활,운동 부족 등의 확산에 따라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흔히 깜짝 놀라거나 흥분하면 먼저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러한 가슴 두근거림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심장병을 의심해야 한다. 심장은 전기 자극에 의해 수축하며 이를 통해 온몸에 혈액을 공급한다. 이때 전기 자극이 잘못 만들어지거나 잘못 전달되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부정맥(不整脈)'이 생긴다. 대한순환기학회 홍보위원인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김동수 교수에게 부정맥의 위험성과 치료 및 예방법 등에 대해 물어봤다.
Q:부정맥이 어떤 병인지 쉽게 설명해 달라.
A:부정맥은 한마디로 심장 박동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려지는 병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으나 일부에서는 졸도를 하거나 급사할 수 있다. 몇년전 프로야구 임수혁 선수가 이 부정맥으로 경기중 갑자기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Q:부정맥은 어떻게 발생하나.
A:심장에는 우심방 위쪽에 전기를 만드는 '동방 결절'이란 부위가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가 전체 심장에 전달돼 심장을 뛰게 한다. 즉,일종의 발전소인 셈이다. 정상인의 경우 1분에 60∼100회 정도 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동방 결절에서 전기가 잘 안 만들어지거나 전기 전달이 잘 안되는 경우,전기가 동방 결절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들어져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는 경우에 부정맥이 생긴다. 안정시 심장 박동수가 100회를 넘는 경우(빈맥)나 활동시 심박수가 50회 미만인 경우(서맥),그리고 심장이 아주 불규칙하게 뛰는 경우가 모두 부정맥에 포함된다.
Q:부정맥이 생기면 어떤 증상이 생기나.
A:부정맥 환자들은 보통 '심장이 건너뛴다' '벌렁거린다'고 말을 하는데,이것은 부정맥으로 심장 펌프가 헛돌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때는 맥박이 아주 약하거나 잘 만져지지 않는다. 심박수가 분당 150회 이상까지 증가되는 '심한 빈맥'일때는 안정시에도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럼증과 함께 숨이 막히는 것같은 답답함을 느끼고 졸도를 하기도 한다. 반대로 분당 심박수가 40회 이하인 '심한 서맥'일때도 빈맥일때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Q:가슴이 두근거리면 모두 심장병을 의심할 수 있나.
A:그렇지는 않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의 심장 검사를 해보면 대부분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들이다. 이처럼 건강한 사람에게 생기는 가슴 두근거림을 '생리적 부정맥'이라 한다. 흔히 운동을 하거나 흥분,스트레스에 의해 잘 생기며 커피 등 카페인 음료나 흡연,과음,약물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또 공항 장애같은 불안증상을 가지고 있을 때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힘든 경험을 한다. 대부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Q:그러면 문제가 되는 부정맥은 어떤 경우인가.
A:심장이나 심혈관에 병이 있을때 생기는 부정맥이다. 특히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악성 부정맥은 대부분 협심증이나 심근 경색증이 그 원인이다. 그밖에 심장 판막증이나 심근증,고혈압 등에 합병돼 이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경우 대부분 맥박이 너무 빠른 '빈맥' 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심장의 아랫방인 심실에 전기적 장애가 발생,맥박이 불규칙적으로 빠른 빈맥(심실성 빈맥)은 돌연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심장의 윗방인 심방에 전기 장애가 생겨 맥이 아주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일 경우엔 직접적으로 생명에 위협을 주지는 않으나 대신 뇌졸중 위험이 높다.
Q:부정맥 진단이 쉽지 않은 이유는.
A:대부분의 부정맥 환자들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또 증상이 있더라도 금방 별 문제 없이 끝나기 때문에 그냥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 실제 최근 한 30대 여자 환자가 집안 일을 하는 도중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앞이 가물거리는 증상이 생겨 병원에 왔다. 검사결과 심장 박동수가 비정상적으로 빨랐고 심장 기능도 감소돼 있었다. 그 환자는 5개월전부터 가슴 두근거림이 있어 왔지만 오랜시간 지속되지 않았을 뿐더러,눈앞이 가물거리는 증상은 없었다며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가슴 두근거림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게 문제다.
Q:부정맥을 예방하려면.
A:심한 부정맥인 경우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졸도하거나 급사할 수 있다. 또 치명적인 부정맥이 아니더라도 방치하면 심부전증이나 혈전증을 일으켜 뇌졸중,콩팥 경색,팔다리 썩음 등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타고 날 때부터 생기는 부정맥은 예방이 불가능하지만,후천적으로 생기는 부정맥은 그 원인이 되는 심장병을 치료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치명적 부정맥은 대부분 심근경색증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동맥경화의 예방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을 예방하고,금연과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