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제대로 알고 드시나요?
나이가 들수록 챙겨 먹어야 할 약의 종류도 늘어납니다. 당뇨병 약, 혈압약, 심장약 등은 물론 비타민, 오메가3 등의 건강기능식품까지 합치면 먹어야 할 것들이 ‘한 보따리’입니다.
알고 먹으면 ‘약’이 되지만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는 약, 올바른 복용법을 알아봅시다.
약은 식후 30분에만?...약마다 달라
‘약은 반드시 밥을 먹고 30분 후에 먹어야 한다?’ 정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신용문 약사(대한약사회 교육전문위원)는 “보통 식후 30분에 악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음식에 큰 영향이 없는 약일 때만 그렇습니다.”라며,“의약품은 형태나 약효에 따라 몸에서의 반응·지속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복용 시간을 제대로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합니다. 식후 30분에 먹어야 하는 약으로는
속 쓰림을 일으킬 수 있는 소염진통제, 일부 비타민제 등입니다.
철분제나 무좀약과 같은 항진균제,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의약품 등은 식사 직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과 함께 흡수될 때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위가 비어 있을 때 먹어야 하는 약도 있습니다. 골다공증 치료제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음식으로 인해 약효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식사 2~3시간 후
공복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당뇨병 약, 식욕 촉진제 또는 억제제, 구토 억제제, 정장제, 구충제, 위산 분비 억제제 등은 식사하기 30분~1시간 전에 먹으면 효과가 있습니다.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먹는 약도 있습니다. 항생제, 항암제, 항균제 등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식사와 관계없이 인체 내 약물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해열제 _ 양배추, 심장약 _ 알로에는 ‘상극’
약과 함께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는 우유를 비롯해 커피, 녹차, 콜라, 사이다, 술 등을 꼽습니다.‘누가 약을 그런 걸로 먹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식후에 약을 먹고 설거지가 끝나자마자 커피를 마신다면 약을 커피와 함께 먹은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경희대 약학대학 송연화 교수는 “위는 1분에 3회 정도 움직여 섭취한 음식을 시루떡처럼 쌓아놓습니다. 음식이 죽처럼 변해 위에서 작은창자로 내려가는데 보통 2시간이 걸립니다. 어르신은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약과상극인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약과 상극인 대표 음식은 우유나 양배추, 자몽, 알로에입니다. 특히 우유, 해열제나 소화제, 감기약과 함께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유에 든 칼슘이 약을 체내에 흡수하지 못하도록 막아 약효를 저하 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들어간 해열제(타이레놀 등)와 양배추를 함께 먹으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소변으로 배출되어 약효가 떨어집니다. 자몽주스나 자몽을 먹은 뒤 약을 먹으면 저혈압,현기증, 잦은 맥박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자몽에 들어 있는 나린진 성분이 약품의 농도를 상승시키기 때문입니다. 알로에는 심장약인 강심제를 비롯해 혈압이나 심장질환에 사용하는 이뇨제, 부정맥 치료제, 피부과나 류마티스 관절염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몸속 전해질을 지나치게 배출해 칼륨 결핍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여름에 즐겨 먹는 수박이나 참외는 칼륨 함량이 높아 이뇨 작용이 뛰어나고 부종치료에 탁월한 반면 신장 기능이 저하된 이들에겐 오히려 고칼륨 혈증을 일으켜 심장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약과 건강기능식품 함께 복용시
가정마다 1가지 이상 갖고 있다는 건강기능식품. ‘몸에 좋은 거니까...’하고
무턱대고 약과 함께 먹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과 약이 만나 약효가 변할 수도 있기 대문입니다.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인 홍삼은 원기 회복과 면역력 증진에 탁월하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약과 함께 복용할 경우 출혈에 주의해야 합니다.
오메가3는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지만 피를 멈추지 않게 하는 작용을 하므로 혈액 응고 억제제인 아스피린이나 와파린을 복용할 경우 주의해야 하며 특히 수술 전에는 절대먹어서는 안 됩니다.
칼슘 약과 비타민 C는 궁합이 맞지 않습니다. 이 둘을 함께 복용할 경우 신장결석이 생기거나 소변 배출을 더디게 만듭니다. 반면 칼슘은 마그네슘과 함께 복용하면 흡수가 잘되고, 비타민 D와 함께 먹으면 골다공증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통풍약을 복용할 때도 비타민 C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함께 복용할 때도 조심해야 합니다. 두 가지 이상의 약이 상호작용해 약의 반응이나 효과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현재 우리나라는 처방하는 의사나 조제하는 약사가 전산망을 통해 금기 약들을 사전에 체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본인이 직접 구입한 일반의약품을 복용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속 쓰릴 때 흔히 복용하는 제산제는 본인이 직접 약국에서 구입하는경우가 많은 데, 이 약은 항생제나 심장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 발기부전 치료제 약을 심혈관계 질환 약과 함께 먹으면 심장마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신용문 약사는 “두 가지 이상의 약 또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을 경우 약사나 의사 등 전문가에게 현재 복용하는 약의 이력, 즉 ‘약력’에 대해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합니다.
포장·설명서 버리지 말고 보관해야
약은 온도, 습도, 빛 등에 민감합니다. 자칫 잘못 관리하면 화학적 변화가 생겨 약효가 변하거나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송연화 교수는“특별한 제한이 없다면 대부분 공기가 잘 통하는 실온(1~30℃)에 두고 직사광선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약은 햇빛을 차단한 원래의 포장 그대
로 보관할것”을 권합니다. 습기가 많은 곳도 피해야 합니다. 습기에 노출되면
약 성분이 분해되거나 모양이 변하고 서로 달라붙어 복용할 수 없게 되는 등 여
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급적 포장을 버리지 말고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때 포장 속 사용설명서를 챙겨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약국에서 직접 구입한 일반의약품은 ‘누가 무슨 목적으로 구입한 약’ 인지를 표시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조제약은 보관이 중요합니다. 조제 봉투가 없을 때는 ‘누구의 것인지’, ‘무슨 약인지’, ‘언제 조제했는지’ 등을 적어둬야 합니다. 특히 습기가 많은 장마철엔 조제약이나 가루약 등은 제습제 한두 개와 함께 지퍼 백에 넣은 후 잘 봉하여 보관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유효기간을 정확히 지켜야 합니다. 유효기간이 지나거나 불분명한 약은 버리는 게 좋습니다. 안약은 개봉 후 한 달, 연고는 뜯은 지 6개월이 지나면 버립니다. 건강기능식품도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만약 약을 폐기해야 한다면 근처 약국의 ‘폐의약품 수거함’ 에 버립니다.
약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점
-알약을 가루로 내거나 캡슐을 벗기고 복용하면 안 돼-
약을 삼키기 힘들다는 이유로 알약을 잘라 가루로 만들거나 캡슐을 벗겨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위험천만한 행동입니다.
알약이나 캡슐 형태의 약은 정해진 시간 동안 약이 일정하게 방출되도록 조제됐으므로 쪼개거나 씹어 먹으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약이 방출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 형태 그대로 먹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캡슐을 벗기고 먹으면 위·식도 점막을 손상시키거나 약효가 떨어집니다.
또 장에서 녹아 흡수되도록 코팅 처리한 약을 가루로 복용하면 위산에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으므로 부수거나 가루로 먹지 않도록 합니다.
식전일까? 식후일까?
약 종류에 따른 복용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