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최근 방영되고 있는 '유나의 거리'라는 한 드라마를 보고 감상평을 해당 방송 홈피에 올린 것임다.
일독 하시고.. 시간 나시면 시청도 권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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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다니던 직장을 정년퇴직 하고 귀촌해 살고 있는 시청자입니다.
ID 와 패스워드를 새로 하고 들어와 글을 쓰기가 좀 귀찮고 번거로웠지만 한 마디 남기고 싶었습니다.
< "유나의 거리" 를 보고 >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 우연히 jtbc 유나의 거리를 몇 장면 보게되었습니다.
대사 몇 마디를 들어보고 이끌려 보기 시작한 것이 결국 'TV 다시보기'로 1회부터 단숨에 30여회까지 보게 되었네요. 연이어 보다니까 내가 무슨 드라마에 열광하는 아줌마도 아닌데 바쁜 바깥일도 제칠 정도로 은근히 중독성이 있네요.
1. 제일 먼저 김운경 작가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김운경이라는 이름을 몇 번이나 되뇌어 보게 되더군요. 대단 하십니다.
나는 오래 전에 회사의 해외 주재원을 3년 간 지낸 적이 있는데.. 그 때 한인사회에서 '사랑이 뭐길래'라는 김수현 드라마의 열풍이 불었습니다. 온 가족이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 저녁마다 보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김운경 작가는 적어도 김수현 작가 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수현 작가의 톡톡 튀는 대사에 덧붙여 김운경 작가는 다양하고 독특한 캐릭터를 그려내는 능력, 실제로 소매치기 사회에서 일 해본 것같은 탄탄한 스토리 구성 능력이 정말 탁월하군요.
2. 임태우, 김재홍 연출자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아무리 훌륭한 대본이라 해도 연출이 영~ 아니면 졸작이 되고 말지요.
김운경 작가가 종이 위에 그려 놓은 그림에 호흡을 불어 넣어 실제 옆집에서 일어나는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리얼리티를 맛보게 합니다.
예를 들어 유나가 보육원을 떠날 때 손을 흔드는 아이들 모습의 사소한 장면에서도 연출자의 세심함이 엿보입니다. ( 다른 여느 드라마에서 처럼 모든 아이가 똑같은 모습으로 손을 흔드는 게 아니라, 배웅하는 아이들의 각기 다른 모습을 보고 이 드라마의 연출자를 생각하게 되지요.)
3. 탁월한 캐스팅
솔직히 주인공들이 장동건, 김희선 같은 미남 미녀는 아니지만 극을 살리기 위한 캐스팅은 아주 잘 되었다고 봅니다. 개팔이, 콜라텍 한 사장 부부, 딸, 전직 형사 봉 반장 부부, 미선, 장노인, 칠복 부부 등등... 모든 등장인물이 어느 한 사람 부족함이 없이 독특하고 생생하게 살아 극적 재미를 최고조로 끌어 올립니다.
가장 캐스팅이 잘 된 사람은 역시 주인공 '유나'입니다.
그녀는 이 역할을 맡기 위해 준비된 연기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운동화를 신은 그녀의 싸뿐사뿐한 걸음걸이는 멀리서 봐도 알아 볼 정도... 거리에 나가면 눈에 띌 것같은 착각이 들고, 역할에 딱 맞는 냉정함은 묘한 매력을 발산합니다.
4. 얼마 전 "정도전"이라는 사극을 오랜만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요즘 막장 드라마완 전혀 다른 흥미진진하고 드물게 보는 휼륭한 드라마였습니다.
그 드라마도 본 방송을 그때 그때 보지 못하고 거의 TV 다시보기로 전편을 보았는데, 이번 '유나의 거리'와 비교가 되더군요.
작가, 연출, 연기, 작품의 완성도를 모두 합쳐 한 마디로..
정도전이 80점이라면... 유나의 거리는 90점을 주겠습니다.
5. 사족
근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웬 술 마시는 장면이 그렇게 많습니까? 등장 인물 남녀노소 거의 모두가 애주가(?)더군요.
모든 대화는 술을 앞에 두지 않으면 안되더군요.
두 번째...
걸핏하면 노래를 시키데요. 무슨 뮤지컬 드라마도 아닌데...
노래방 장면에서의 노래는 당연하다 치고, 수 십년만에 처음 집에 온 이모에게도 노래를 시키고..
심지어 고물상에 고물 사러온 사람에게도 노래를 시키데요.
임태우 연출자가 등장 연기자 모두를 노래자랑 테스트 하기로 작정한 것 같기도 하고... ^^
하하... 이건 아쉬운 게 아니라 즐겁게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노래 실력은 봉 형사 부인이 젤 나은 듯 합디다. 그녀의 발랄한 연기도 일품이고.
평소에 드라마를 별로 즐기지 않는 내게도 이렇게 좋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덕분에 '바닥 식구' 라는 소매치기 사회에 대한 고정관념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좋은 책을 읽은 것처럼 많은 것을 간접 경험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가까운 주위 사람에게도 시청을 권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북 문경에서 한 시청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