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이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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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무런 기대 없이 들어봤던 책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는 일본 문단에 대하여
다소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그 편견으로 잘 읽지도 않습니다. 기껏해야 하루키의 소설들을 몇 개 읽어본 정도. 일본 문학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조금 가벼워 보이고 내면의 모습을 살찍 들어올렸다가 꼼꼼한(아니, 다소 쪼잔한) 말 잔치로 돌아가버린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러다 문득 누가 떨구고 간 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보게 되었습니다.
추리소설 작가 답게, 줄거리의 인과 관계를 얶어나가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복선을 내놓고 회수하는 것도
상당히 성실합니다. 무엇보다도 몽환적인 느낌과 잔잔한 따스함이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기에 입가에 미소를 약간 띄우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추리소설류 맞습니다.
문득 책을 일고 나서 언젠가 읽었던 셰익스피어 문학에 대한 평가가 떠올랐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불후의 명작이
된 수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인간에 대한 믿음과 따뜻한 시선이라는 평가였습니다. 많은 비탄과 고통과
계략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는 비극이라 할지라도 그 인물 하나하나의 내면에 도사림 인간성과 그 인간성의 바닥에 깔린
'인간적 마음'에 대한 믿음이 셰익스피어를 더 위대하게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나미야 잡화점 역시, 인간에 대한 믿음과 따스함을 깔고 써내려간 작품이어서 읽는 내내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언젠가 저도
나미야 잡화점 같은 행복이 머무르는 시공간에서 제게 갈 길을 열어주었던 누군가의 말을 저의 다음, 또는 다음 다음 세대들
에게 따뜻한 시선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되기를 꿈꿔봅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은 아니겠지만, 읽는 한 사람의 마음을 잠시나마 덥혀 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작가는 자신의 이 세상에서의
소임을 해주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첫댓글 이 작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한 사람의 책이라고 보기에는 참 다양한 책을 쓰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