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슬픔의 삼각형>
1. 2017년 <스퀘어>로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루벤 외스틀룬드은 2022년 <슬픔의 삼각형>으로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 영화 또한 감독의 장기인 위트와 아이러니 그리고 짙은 페이소스와 유머가 종합된 작품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돈과 권력에 종속되는 모습을 ‘웃픈’ 장면을 통해 재현한다. 그와 동시에 돈과 권력이 아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벌어지는 기막힌 반전 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2. 영화는 제목처럼 세 개의 다른 장면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판매하는 제품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모델의 표정을 통해 상품의 품질보다 이미지에 치중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유쾌하게 지적한 다음, 곧바로 두 모델연인의 데이트 비용을 둘러싼 찌질한 다툼을 통해 인간의 애정이나 마음까지 지배하고 있는 돈의 강력한 영향력을 사소하지만 공감되는 장면을 통해 표현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호화 유람선에서 펼쳐지는 부자들의 허세와 돈과 계급으로 분리된 사회의 축소판이다. 유람선의 총매니저는 직원들에게 손님들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과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그 결과는 ‘돈’이라는 점을 주입시킨다. 엄청난 부를 지닌 부자들은 직원들에게 엉뚱하면서도 무리한 요구를 남발한다. 가장 황당한 일은 직원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휴식을 준다는 이유로 갑작스럽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을 즐기라고 강요하는 장면이다. ‘부가 권력’이 되버린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한 편의 블랙코메디와 같은 방식으로 제기하는 것이다.
3. 하지만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권력은 급반전한다. 폭우와 해적의 공격으로 유람선은 좌초하고 소수의 사람들만 외딴 섬에 도착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원시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는 어떤 기술이나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때 새로 도착한 사람이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던 중년의 여성 직원이었다. 그녀는 무능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불을 피울 수 있고, 야생의 먹을 것을 찾을 수 있었다. 결국 돈과 미모 그리고 명예와 사회적 지위는 외딴 섬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녀는 그 섬의 캡틴으로 군림한다. 모두가 그녀의 명령을 따르고 그녀에게 아부하며 그녀가 나누어주는 식량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는 먹을 것을 이유로 남성 모델을 자신의 침실로 불러들이지만 남성의 애인은 그저 무력하게 바라볼 뿐이다.
4. 영화는 ‘돈(화폐)’이라는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요소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의 감정을 농락하며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가를 냉정하면서도 시니컬한 유머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한바탕 웃고 나지만 곧바로 씁쓸해지는 장면을 통해 돈에 종속된 우리의 현실을 정직하게 재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돈의 힘이 사라지자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부와 미모와 사회적 지위는 원시적 섬에서는 필요없다. 오로지 자연에 적응할 수 있는 힘과 사람들과의 연대가 필수적일 뿐이다. 영화의 제목 <슬픔의 삼각형>은 자본주의의 슬픈 세 개의 장면이라고 할 수도 있으며, 영화 초반에 나오는 자본주의에 적응하기 위해 갖춰야 할 모델의 가식적인 얼굴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 수상작 <스퀘어>에서 보여주었던 자본주의를 냉혹하게 해부하는 감독의 능력은 <슬픔의 삼각형>에서 더욱 깊어지고 풍부해졌다. 두 개의 영화 모두에서 발견되는 진실은 인간들 대부분이 욕망과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라는 점이며, 이상적인 가치의 실현은 모호한 세계 속에서 여전히 요원하다는 자각일지 모른다.
첫댓글 - 천민 자본주의의 변주곡...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의 차이에 대한 무지... 환상과 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