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기차여행(6)- <함평역>, <목포역>
1. 아침에 일어나 ‘정읍시’를 걸었다. 이정표에 있는 ‘내장산’을 향해 약 1시간 조금 넘게 걸었다. ‘내장산’은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몰려드는 사람 때문에 내장산을 방문했던 시간은 단풍 대신 낙엽이 가득한 시기였다. 아름다운 얼굴은 낡아가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오히려 화려한 색색의 빛깔보다 깊은 풍미를 지니고 바닥에 떨어져 겸허하게 세월을 지나는 낙엽이 주는 깊이가 아련했다. 나 또한 단풍보다는 ‘낙엽’에 가까운 시기가 되면서, ‘낙엽’의 의미를 좀 더 성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아있는 날들’의 시간들을 위하여.
2. <함평역>으로 이동했다. 전북과 전남은 같은 ‘전라도’로 묶이지만 항상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정치적 색채, 지역적 감성 뿐 아니라 지리적 감각도 전혀 다르다. 함평역을 나와 함평 시내을 향해 걸으면서 더 넓고, 더 풍성한 하늘과 평야 그리고 공기를 만나는 듯하다. 시내를 향하는 도로 또한 넓고 여유롭다. 도로 옆에 만들어진 갓길은 또 다른 차선에 준할 정도로 넓다. 그 길을 따라 차량의 위협없이 걸을 수 있었다. 찻길 옆에 있는 함평의 버스 정류장도 ‘나비 축제’로 유명한 함평의 ‘나비’ 이미지를 채용하고 있었다. 길 가에는 봄의 수확을 기다리는 ‘보리’가 심어져 있었다. 봄의 ‘함평’을 다시 방문하고 싶은 명분이 떠올랐다. 그때 이 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오늘부터 ‘철도태업’이 종료되었다. 차량의 연착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3. 하지만 열차 시간은 정확하지만, 예정되어 있던 역에는 내리지 못했다. 계획상으로는 내려야 할 <무안역>에 기차가 정차하지 않았다. 머물지 못하고 지나는 열차 앞으로 ‘무안역’의 낡은 역사가 스쳐지나간다. 이렇게 내가 선택했어도, 세상이 허락하지 않은 무수한 일들이 있었고, 또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 또한 흘려보내면서 세월의 강을 지나야 하는 것을. 몸의 곳곳에서 나타나는 기능저하에 대처하면서, 흐려지는 정신의 몽롱함과 싸우면서, 소멸되어 가는 그리움의 대상과 이별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결국 남은 시간은 새로움의 추구가 아닌 그동안 추구했던 삶의 가치를 다시금 점검하면서 그 곳에 덧대를 대고 수리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시간일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4. 기차여행의 종착지 <목포역>에 도착했다. 항상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선택되는 ‘목포’, 오늘은 숙소 가까이에 있는 삼학도를 탐색하기로 했다. 서서히 어둠이 몰려 오면서, ‘여수 밤바다’와는 다른 모습의 ‘목포 밤바다’가 나타난다. 해안가에는 ‘목표 포차’ 먹거리 타운이 만들어져 있다. 제법 많은 포차들이 있지만, 유독 한 군데에만 사람들이 몰려있다. 아마도 ‘방송’을 탄 곳일 것이다. 사람들은 ‘유행’과 ‘주목’에 집중되어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불행이 없다’라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은 행복하고 싶고 끊임없이 재미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런 강박증이 ‘행복’과 더 멀게 만들지 모른다. 원래 지나치게 집착하면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워있는 가게에 들어가 ‘낙지 호롱’과 막걸리를 마셨다. 싸한 바람과 싸한 막걸리가 온 몸을 싸늘하게 훑고 지나간다. 약간 취기를 안고 숙소까지 약 30분간 걸었다. 바람이 시원하다. 몸은 피곤하지만, 남도 바다의 정취가 기분좋다. ‘역’을 따라 걸었지만, 아직 ‘역’에 대해 잘 모르겠다. 좀 더 남은 역을 답사해야겠다. 역처럼 흐르는 ‘삶’에 대한 답사도 포함하여.
첫댓글 - 단풍보다는 ‘낙엽’에 가까운!!!
- 하지만 어쩌랴, 그 또한 흘려보내면서 그 곳에 덧대를 대고 수리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시간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