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것은 / 이재봉
레고 조각은 무엇이든 만든다
파란 조각을 쌓아 집을 만들고 가차를 만들어
외갓집에 가고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도 난다
시 쓰기도 레고 조각을 쌓는 것처럼
기억을 모아 재구성 하는 일이다
어릴 때 들었던 후티새 소리를 불러내 시를 만들고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 냄새를 맡으며 시를 쓴다
시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 위에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레고 조각처럼 기억의 창고에 흩어져 있는
기억들을 꺼내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재탄생 되는 것이다
마치 백지 위에 물감을 칠해야
그림이 되듯이
첫댓글 레고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보면 공룡도 되고 비행기도 된다. 기억은 뇌 여러 곳에 레고 조각처럼 흩어져 있다가 기억을 불러내면 파편 같은 조각들이 모여 여러가지 모습으로 재탄생 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는 창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는 사물적 측면 없이는 현실화되지 않는다.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의 근원』에서 “모든 예술작품은 사물적 측면 없이는 작품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그림이 물감 가운데 존재하고 음악 작품이 음향 가운데 존재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