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STI의 과학향기(참고 1)
'움직이는 분자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만드는 과학자들은 새로운 고속카메라를 보유하게 되었다. 12억 유로(미화 14억 달러)짜리 유럽 엑스선자유전자레이저(XFEL: X-ray Free Electron Laser)가 9월부터 독일 함부르크 근처에서 첫 번째 실험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유럽 XFEL은 수백 펨토초(10-15초) 동안에 강력한 엑스선을 발사하는데, 시간이 워낙 짧아서 멈춰버린 시간 속의 분자들의 스냅샷을 포착할 수 있으며, 엑스선의 파장이 짧아 원자 수준의 해상도를 가진 사진을 제공할 수 있다. 함부르크 머신은 전세계에 설치된 몇 한 되는 엑스선 레이저 중 하나지만, 독특한 속사포 같은 특성을 갖고 있다. 즉, 매초 27,000펄스를 연달아 쏘아대는데, 이는 두 번째로 빠른 미국 캘리포니아 주 멘로파크의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에 있는 4억 2천만 달러짜리 LCLS(Linac Coherent Light Source)보다 무려 200배나 빠른 것이다. "그것은 지구상에 있는 어떤 것과도 다른 괴물로서, 완전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을 줄 것이다"라고 함부르크에 있는 자유전자레이저과학센터의 아웬 피어슨 박사(생화학)는 말했다. "과학자들은 함부르크에서 1초 동안 3천 장 이상의 고품질 엑스선 사진을 얻을 수 있는데, 다른 설비들의 경우에는 고작 100장에 불과하니 게임이 안 된다"라고 함부르크 근처 셰넨펠트의 유럽 XFEL 실험실에서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애드리언 만쿠소 박사는 말했다. "많은 데이터를 얻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유럽 XFEL은 그것을 차떼기로 제공한다"라고 미국 위스컨신-밀워키 대학교의 압바스 우르마즈드 박사(물리학)는 말했다. 유럽의 12개국이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한 유럽머신은 미국과 일본에 있는 구형 XFEL들이 겪었던 과중한 압력을 일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의 과학자들은 자신의 샘플에서 원자 수준의 이미지를 캡처하기 위해 오버부킹을 해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포항 가속기연구소에 있는 XFEL은 지난 6월 사용자들에게 개방되었으며, 스위스 빌리겐에 있는 또 하나의 머신은 2018년부터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참고】 엑스선 레이저 건(laser gun)
원자 수준의 해상도로 분자구조를 결정하기 위해, 현재 전세계에서 네 개의 설비들이 밝은 엑스선 레이저를 발사하고 있다. 각각의 설비들이 뿜어내는 엑스선 섬광은 약 100펨토초 동안 지속되는데, 이 정도로 짧은 순간이면 분자의 운동을 포착하는 데 적당하다.
1. 이번에 독일에서 가동되는 유럽 XFEL은 다른 레이저들보다 약 200배 빠른 펄스율을 자랑한다. 2. 미국의 LCLS는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는데, 2020년대가 되면 초당 약 100만 펄스의 엑스선을 발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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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의 XFEL에서, 전자 무더기는 먼저 1.7킬로미터의 터널을 통과하며 가속된다. 다음으로 자석을 이용하여 전자의 경로를 비틀어 좌우상하로 구불구불한 활강트랙으로 집어넣음으로써, 전자로 하여금 곡선을 그리며 고에너지 엑스선을 방출하도록 만든다. 밝은 엑스선 펄스는 너무나 강렬하여, 충돌하는 샘플을 파괴하지만, 그 전에 충분한 광자가 산란되어 샘플의 원자구조를 드러내게 된다. 엑스선 영화 전통적인 엑스선 광원을 사용한 구조결정 실험의 경우, 분자들이 결정으로 뭉쳐야만 충분한 광자를 산란시켜 구조를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XFEL에서 나오는 엑스선은 매우 밝아, 겨우 몇 나노미터의 결정, 심지어 비결정 분자 덩어리로부터도 회절패턴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XFEL을 이용하면 결정화하기 어려운 단백질들을 연구할 수 있다. 또한 연구자들은 수천 개의 상이한 스냅샷을 다양한 시점에서 촬영함으로써 효소, 바이러스, 촉매가 움직이는 장면을 영화로 찍을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종종 용액 속으로 분자를 분출하여 엑스선 빔을 통과하게 한다. 예컨대 2015년, 과학자들은 LCLS를 이용하여 촬영한 미오글로빈(산소에 결합하는 근육 단백질) 사진을 여덟 장 공개했는데, 해상도가 0.18 나노미터였다. 그 사진은, 단백질에 결합한 일산화탄소를 한 줄기 빛으로 이탈시킨 후 몇 피코초(10-12초) 만에 촬영한 것이다(참고 2). 지난 8월 14일, 우르마즈드 박사와 동료들은 LCLS에서 바이러스 한 마리에 엑스선을 산란시킴으로써 9나노미터짜리 3D 동영상을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그것은 바이러스 한 마리가 유전체를 재조직한 후 유전물질을 관 모양의 분자구조로 들이미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킬 때 일어나는 사건이다(참고 3).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존 스펜스 박사(물리학)에 의하면, 이상과 같은 작업들은 다른 구조상태(conformational state)에 있는 동일한 입자를 여러 장 촬영한 다음 입자의 운동범위에 관한 합성사진으로 만드는 방법에 의존한다고 한다. "유럽 XFEL의 높은 펄스율(pulse rate)은 그런 과정을 훨씬 더 빠르게 진행함으로서, 훨씬 더 작은 개별입자에 대한 구조적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그것은 유럽 설비의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로서, 단일입자들에서 나오는 회절패턴을 초고속으로 수집할 수 있다"라고 만쿠소 박사는 말했다. "강렬한 엑스선은 지나가는 비말 속의 입자들을 강타하여 말살시키므로, 파괴된 샘플의 잔해가 다음 샷의 캡처작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실험을 해볼 때까지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도 잘 모른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또한 함부르크의 설비는 경쟁자들보다 커다란 용량을 자랑한다. 그것은 다른 XFEL과 달리 세 개의 독립적인 언듈레이터(undulator)를 갖고 있어서, 동시적인 엑스선 빔들을 만들고 초당 27,000펄스를 그들 사이에 분산시킨다. 그러나 유럽 XFEL은 한정된 시간 동안만 세계 챔피언으로 군림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SLAC가 올해 1조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건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SLAC는 유럽 XFEL보다 훨씬 더 밝은 레이저빔을 만들고, 2020년대 초에는 초당 100만 펄스의 엑스선을 발사하게 될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408759&cid=58413&categoryId=58413) 2. T. R. M. Barends et al. Science 350, 445–450 (2015); http://dx.doi.org/10.1126/science.aac5492 3. A. Hosseinizadeh et al. Nature Methods (2017); http://dx.doi.org/10.1038/nmeth.4395 ※ 출처: Nature 548, 507–508 (31 August 2017) http://www.nature.com/news/europe-s-x-ray-laser-fires-up-1.22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