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둘레길 1구간
금정산 둘레길1
둘레코스: 범어사 주차장~금어동천~거북약수터~사배못둑~양산 동면초교
소요거리: 8.7km.
소요시간: 4시간
산행은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1차 구간의 들머리로 범어사 주차장에서 계명봉 기슭길로 정했다.
너무 평범한 들머리였다. '금정산 둘레길' 리본을 나무에 매달았다.
10분 정도 걸으니 비석골에 이르렀다. 비석이 많아서 붙은 이름인데,
'부사 정공현 덕영세불망비'(1872년) 등 5기의 비석이 도열했다.
비석은 조선시대 동래부사 등이 피폐한 백성과 사찰에 베푼 은덕과 공을 기려 범어사가 세웠다.
비석골을 지나 차나무가 듬성듬성 땅에 박힌 오솔길을 가다 지장암 뒤편에 다다랐다.
길가에서 이상한 돌무덤을 만났다. 어림잡아 200개는 넘는 돌에 절 이름이 빼곡했다.
지나가는 산객에게 물어도 연유를 몰랐다. 구청도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지장암의 한 신도가 신심에서 발원해 만든 탑이 아닐까'라고 추측해 봤다.
평평하고 싱거운 길이 계속됐다. 잠시 뒤 너비 3m, 높이 2m 정도 큰 바위를 발견했다.
'金魚洞天(금어동천)' 바위이다.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동천이라 하는데,
신선이 산다. 하여 '금어동천'은 신선과 금정산의 금어가 함께 노니는
신성한 장소였다. 주변에 약수터가 있다.
주민체육시설과 산림욕장을 통과해 대밭을 지나간다. 사유지라 함부로 들어가선 안 된다.
119 안내 이정표에서 사송리 방향으로 향했다. 잇따라 '까치의 손바닥'을 닮은 작장마을,
'큰 용의 형상을 띤' 대룡마을, '사슴 노루가 많았다'는 녹동마을 갈림길을 만났다.
갈림길에서 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면 언제든지 둘레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평일 오전인데도 둘레길에 사람들이 제법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 길을 걷는다는 주부 서선옥(52) 씨와 정옥순(50) 씨.
평생지기인 두 사람은 "등산이 아니라 걷는다는 생각으로 둘레길을 찾는다.
둘레길은 부담이 없어 여성들에게 딱"이라고 말했다.
순탄한 길이 이어졌다. 희락원 갈림길에서 또다시 경고 간판과 맞닥뜨렸다.
'이곳은 녹동마을과 희락원(고아원)의 유일한 식수이다. 여기가 아니면 먹을 물이 없다.
절대로 취사하거나 손, 발 등을 씻지 말라.' 등산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글을 읽었다.
여기서부터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나타났다. 그래도 산허리를 질러가는 길은 유순했다.
길은 'S라인' 꼴로 자주 다가왔다.
이 라인 끝과 계명천 골짜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봉분이 능선을 따라 일렬로 누워있다.
어느 풍수가가 장군봉의 기운을 묘에 담으려고 배치한 듯싶다. 묘지 옆에 목 잘린 문인석이 서 있었다.
성림농장과 거북이 약수터를 돌아 녹원 수목원에 도착했다.
출발한 지 2시간 40분.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집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부산지역 ROTC(학군단) 5기들의 모임인 '기우회'의 쉼터다.
이날 권혁동 회원(부산시인협회 회장)은 '새해'라는 시를 읊었다.
시는 '삶은 생각이 머무는 곳에 있고/생각은/눈길 머무는 곳에 있으니/더불어 새해를 볼 일이다'라고 끝났다.
조금 더 가서 녹원수목원을 만났다. 한때 유명한 유원지였는데, 지금은 폐쇄됐다.
주변 민가들도 정부의 개발정책에 따라 마을을 떠났다. 버려진 집마다 잡초가 피었고, 쓰레기가 빈터에 가득했다.
사송리 사배마을 못 둑에서 외송마을 회관까지의 2㎞ 구간은 개활지였다.
길은 평탄하고 미끈했다. 왼편에 장군봉이 보였다. 포도밭과 파밭을 지나갔다.
외송마을 회관에서 예닐곱 명의 주민들이 곁불을 쬐고 있었다.
이 일대는 지난 2000년 개발계획이 나오면서 주민들이 떠나 지금은 30여 가구만 산다.
갈 데가 없고 자란 터전을 떠나기 싫어 남은 사람들이다. 정작 개발이 몇 년째 지연되면서 마을은 방치됐다.
60대 한 노인이 "개발하든지 아니면 포기하든지 빨리 나서 달라.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의 어두운 배웅을 뒤로한 채 일행은 첫 둘레길 산행의 종점인 양산시 외송리 동면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첫날 거리는 8.7㎞. 쉬고 밥 먹는 시간을 빼면 4시간 정도 걸렸다.
전대식 기자 pro@busan.com 2011.01.06.목요일
금정산 둘레길2
둘레코스: 외송마을~다방천굴다리~다방교~계석마을~돌티미~질메쉼터~임도길 정자~법천사
소요거리: 9.3km.
소요시간: 4시간30분.
외송마을 한가운데에 약수터가 있다.
100여 가구가 살았던 마을이지만 이제는 아무도
약수터에서 물을 마시지 않는다.
마을 개와 고양이들이 여기에 와서 물을 마신다.
물은 금정산에서 흘러온 것이다.
외송마을을 관통해 은동굴·금륜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났다.
둘레길 팀은 여기서 잠시 고민했다. 지난해 사전답사에서는 송정사로 올라가
임도를 따라 양산 계석마을을 지나 다방교까지 걸었다.
하지만 이 코스는 해발고도가 250~300m에 달해 사실 걷기보다는 산행에 가까웠다.
'길을 걷는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선을 수정했다.
이정표에서 우회전하니 잠시 뒤 폭 넓은 흙길에 다다랐다.
나무판자로 대충 지은 집들이 처박히듯 들어섰다.
집 앞마당에 닭과 오리들이 무리지어 아침 볕을 받고 있었다.
닭과 오리가 둘레길 일행을 보고 놀랐는지 중구난방으로 울고 있다.
길 오른쪽으로 멀리 경부고속도로 양산휴게소가 보였다.
금정농원 돌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쭉 걷다 보니 터널이 나왔다.
길이 4m, 너비 3.5m의 통수로인데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뚫고 지나간다.
둘레길에서 처음 만난 터널이다. 터널에서 '와'하고 소리쳤지만 그다지 울리는 맛이 없었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다방천을 만났다. 이 천은 양산천으로 연결된다.
다방천은 큰 비가 오면 자주 침수됐다. 양산시가 사람과 돈을 들여 하천을 정비했다.
지금은 다방천을 따라 산책길이 났다. 길을 따라 벚나무가 서 있다.
벚나무 머리 위로 경부고속도로가 걸려 있다. 봄이 오면 벚꽃 풍성한 길을 걸을 것이다.
20분 정도 걸었다. 다방교가 나타났다. 다방교 옆에 '전진뱅이 가는길'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전진뱅이는 다방동과 동면(내송)의 경계지점에 있는 큰 바위이다.
임진왜란 때 조선군이 이 바위 뒷길에 숨어 왜군들을 창으로 찔러 내송천으로 떨어뜨렸다고 한다.
'전진(前陣)'은 전방진지라는 뜻이다. 돌비석 옆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
계석마을 이정표를 보고 왼쪽으로 걸었다.
아스팔트 포장길을 걸으면서 뒤돌아서서 멀리 있는 영축산과 오봉산을 쳐다봤다.
대정 1·2차 아파트를 지나 다시 금정산 품으로 들어갔다. 소나무 숲길이 잘 다듬어져 있다.
숲 향기가 코를 시큰하게 했다. 머릿속이 청량한 기운으로 충전되는 듯했다.
경사가 다급하다 싶을 즈음 '뒷등대'에 도착했다. 뒷등대는 마을 뒤편의 언덕배기인데.
정월 대보름날 마을 주민들이 달을 맞는 언덕이기도 했다.
20년 전만 해도 이 주변에 할미꽃, 민들레 등 수많은 야생초가 자생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뒷등대부터 또다시 오르막이다. 푹신한 길이 이어졌고, 소나무 숲 사이로 한참을 걸었다.
마을 사람들이 소에 올라탈 때 썼다는 '소탄바위'가 나타났다.
길섶 여기저기에 자잘한 바위들이 보였다. 여기는 '돌티미'인데, 등산로를
정비하기 전 작은 바위들이 길 한가운데 겹겹이 박혀 있던 곳이다.
10여 분 정도 걷자 '석류정'이 나왔다. 바위틈에서 물이 나오는 약수터이다.
조금 뒤 큰 무덤이 나타났다. '말미'이다. 말의 무덤인데, 고려 말 조선 초기 장수
이징규(李澄圭)가 금정산에서 수련할 때 타고 다니던 애마를 묻은 곳이다.
이징규는 무과에 급제해 벼슬이 병조판서까지 올랐다. 조선 세조 때 난을 일으킨 이징옥(李澄玉)이 그의 형이다.
조정이 '연좌'의 혐의를 물어 갖은 고초를 당했다. 애마의 무덤에 말라 죽은 잔솔가지가 덮여 있다.
말미에서 석산리 이정표를 거쳐 '질메쉼터'에 도착했다.
양산시의 정비 공사가 한창이었다. 질메쉼터 앞에서 낙동강과 김해평야, 양산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서부터 자갈길과 흙길, 시멘트길이 계통 없이 나타났다.
흙길을 걸으면 몸이 푸근해진다. 자갈길에서는 발에서 '따각따각' 소리가 난다.
시멘트 길을 만나면 발걸음이 날래진다. 길마다 걷는 맛도 다른 모양이다.
길 곳곳에 쉼터 역할을 하는 정자가 있어 언제라도 배낭을 풀 수 있겠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서 있어 헷갈릴 일도 없겠다. 겨울 둘레길 곳곳에 미처 녹지 못한 눈이 묻어 있다.
봄이 '기어이' 온다면 이 길을 다시 찾고 싶다. 그때는 이징규의 애마 무덤에 소주라도 한 잔 바칠 생각이다.
둘레길 팀은 질메쉼터에서 법천사 삼거리 이정표까지 걸어서 오늘 구간을 마감했다.
9.3㎞, 4시간 30분 정도 걸었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2011.01.20.목요일
어떻게 가나?
2차 구간 기점인 경남 양산시 동면 외송마을에 가려면 부산 동래구 명륜동과 양산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12번, 12-1번, 57번 시내버스나, 명륜동에서 물금까지 운행하는 132번을 타고
외송마을 정류소에 내리면 된다. 요금은 1천100원.
자가 승용차를 타고 갈 때는 7번 국도를 타고 노포동 검문소를 지나 삼거리에서
동면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이후 1077번 지방도로를 타고 20분쯤 달리면 외송마을 표지판이
나타나는데, 여기에서 마을 쪽으로 빠져나가면 된다.
종점인 법천사 입구에서 돌아가는 길은 조금 까다롭다.
법천사 삼거리 이정표에서 동산초등학교까지 20분 정도 걸어 내려간다.
동산초등에서 부산 구포까지 가는 23번, 24번, 63번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호포역까지 운행하는 88번 시내버스가 있다.
차는 15~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승용차를 기점인 외송마을에 두고 왔다면
양산 방면 시내버스를 타고 양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12-1번, 57번 시내버스를 타고
외송마을까지 가면 된다. 택시를 타면 6천~7천 원 정도 나온다. 전대식 기자
금정산 둘레길3
둘레코스: 법천사~송싯골쉼터~호포
소요거리: 9km.
소요시간: 3시간
경남 양산시 동면 금산리 법천사 앞에서 첫걸음을 뗐다.
일제강점기에 창건된 것으로 보이는 법천사는 아직 전통사찰로 등록되지 않았다.
이 절의 석조여래좌상은 지난해 3월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493호로 등록됐다.
높이 80㎝, 너비 44㎝의 이 불상은 돌에 금박을 입히고 옻칠을 했는데,
17~18세기 조선 불상의 특징을 보여준다.
석조여래좌상 앞에서 둘레길의 언 땅이 녹고, 새싹이 피고,
햇볕이 자애롭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절 대웅전 뒤편에 산신각이 있는데, 수백 년 된 소나무가
계단 앞에 버티고 앉았다. 범상치가 않다. 가람은 200평 남짓하다.
주변의 화강암 바위들이 신장처럼 둘러앉았다.
법천사에서 5분 정도 시멘트 포장 임도를 걸었다.
내리막이었다. 갈림길을 만났다. 왼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계속 직진하면 양산 금산리 방면으로 나간다.
금산리의 '금' 자는 원래 '거문고 금(琴)'이었다.
마을을 감싼 냉정천과 고천천의 물소리가 거문고 소리처럼 들려서다.
그러다 지난 1914년 '산이 많아 살기 좋은 비단 같은 곳'이란 뜻으로
'비단 금(錦)'으로 바뀌었다. 마을이 개명 덕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15분 정도 진행했다. 또다시 갈림길을 만났다. 왼쪽 능선은 금정산 장군봉(734.5m),
오른쪽 내리막 능선은 금산리 금산아파트로 빠지는 탈출로다.
장군봉은 억새평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8시께
청룡동 일대 8푼 능선에서 불이 나 소나무, 참나무 등
4천900여㎡(약 1천500평)를 태워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길 왼쪽 능선에 바위가 알차게 박혔다. 덩치가 상당하다.
탁자 모양, 개 머리 모양, 한반도 모양 등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꽤 유명한 바위들은 이름이 있겠지만, 둘레길 주변의 평범한 바위한테는
이름이 있을 리 만무하다. 하여 우리는 '무명바위 1호, 2호' 하며 이름을 붙였다.
만약 '바위 이름 작명소'가 생긴다면 금정산 둘레길 바위를 보여주고 싶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모양의 바위가 나타났다.
둘레길 일행 중 하나가 '제주 돌하르방을 닮았다'고 외쳤다.
김춘수의 시에서 '꽃이라 불러 주었을 때 꽃이 됐듯
그 순간 이 바위도 '돌하르방 바위'로 정해졌다.
5분 정도 걸었다. 산정에서 모인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타났다.
물이 맑고 청량해 보였다. 계곡 옆에 두 개의 경고판이 서 있다.
'사유지로서 무단 출입을 삼가 달라', '가산마을 주민 식수원이니
누구를 막론하고 냇가의 출입을 금한다'고 적혔다.
경고판은 세속과 세인에게 '제발 손대지 말라'고 호소하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금정산, 영남알프스 둘레길 기사가 나간 뒤 일부 둘레길
순례단이 남의 땅을 함부로 밟아 '주민들의 항의가 몇 차례 있었다'는
말을 행정기관으로부터 들었다. 길을 걷는 건 자유이겠으나,
삼갈 때는 삼가는 게 사람의 도리이겠다.
15분 정도 순탄한 길을 걸었다. 또다시 돌무더기가 흩어진
넉넉한 쉼터를 만났다. 몇 분 동안 쉬었다. 폭양의 계절에 다시 찾는다면
차가운 돌 기운만으로 더위가 달아날 것 같다.
자갈 임도와 시멘트 임도를 번갈아 밟았다.
둘레길 팀 뒤로 금정산 하늘 리지가 벽공에 창을 꽂듯 솟구쳐 있다.
'골산(암석이 많은 산)'의 진면목을 한눈에 드러내 보이는 유명한 암릉이다.
임도 곳곳에 이정표가 잘 박혀 있다. '호포 매운탕 마을' 이정표를 만났다.
이 마을은 3차 구간 종점인 부산도시철도 2호선 호포역 부근에 있다.
민물 매운탕, 생선회·생선찜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 수십 군데 있다.
예전 금정산이나 천태산 산꾼들이 산행을 마치고 소주 한 잔에 몸을 녹이고 가던 곳이다.
5분 정도 지나 '금정산 정상'과 '호포 새 동네' 이정표가 나왔다.
푯말에서 금정산 정상까지 1.7㎞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가산리 마애석불입상을 볼 수 있다.
10분 정도 걸었다. 나무로 지은 '송싯골(송짓골) 쉼터'가 나왔다.
예전에 소나무가 많아,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송진을 채취했다.
쉼터에 앉아 멀리 있는 낙동강을 봤다. 강 옆에 굴착기와 대형 트럭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강 위로 얼음덩이가 떠다니고 있었다. 저녁 노을이
겨울 강을 비췄다. 양산시 전역이 누렇게 물들기 시작했다.
낙동강 풍경을 오른쪽 허리춤에 끼고 아래로 걸었다.
배나무 과수원을 지나자 시멘트 임도를 만났다.
주인 모르는 8폭 산수화 병풍이 길 옆에 서 있었다.
세상의 산들이 8폭에 담겨 있었다.
5분 정도 걸어 종점인 35번 국도와 접한 호포역 임도 입구를 만났다.
쇠로 만든 차량 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9㎞, 3시간 정도 걸렸다.
종점 건너편에 부산 북구청이 조성한 금곡꽃박물관이 있다.
구청에 물으니 '올 봄에 느티나무, 장미, 능소화 등 나무 2천500그루를 심는다'고 했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영상=황수형VJ
어떻게 가나?
양산시 동면 법천사에 가려면 부산도시철도 2호선 금곡역이나 호포역에 내려
양산행 23번, 24번, 63번 시내버스를 탄 뒤 동산초등학교에서 내려야 한다.
소요시간 10~15분, 요금 1천100원. 동산초등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새터두부마당~금산가든~환희정사 방향으로 20~30분 정도 걸으면
법천사 안내간판이 나온다.
승용차로는 35번 국도를 타고 부산 구포 쪽에서 양산 방면으로 가다
동산초등학교에서 법천사 방면으로 진입하면 된다.
법천사 주변에 주차할 만한 곳이 마땅히 없으니 금산리 마을 주변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가는 게 좋겠다.
종점인 호포역 임도 입구에서는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걸어서 10~15분 정도 거리에 호포역과 금곡역이 있다. 전대식 기자
금정산 둘레길 9구간
길을걷다 금정산 둘레길9
둘레코스 : 효원재~범어사 입구
이동거리 : 9.5km
소요시간 : 4시간
지난 1월 초 한겨울에 답사팀은 범어사 입구에서 '금정산 둘레길'의 첫발을 뗐다.
겨울 숲을 지나 초봄 오솔길과 바윗길을 걸었다. 부산 금정구에서 양산 땅을 거쳐
부산 북구·사상구·부산진구·동래구를 밟으며 '둘레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걸었다. 노란 안내 리본도 촘촘하게 매달았다.
구간마다 제대로 된 길을 보여주려고 제 몫의 길을 걸으려 애썼다.
눈이 오고, 언 땅이 녹고, 새순이 돋더니 어느새 꽃이 피었다.
아홉 개의 멋 있고 격 있는 길이 연결됐다. 하나 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갈 봄 여름 없이' 피는 꽃처럼 길이 있고,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 길은 살아 숨 쉴 것이다.
9차 구간은 다른 구간에 비해 화려한 길의 연속이다.
금정산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을 지나고, 조붓한 숲길을 만난다.
범어사 주변에서는 편백, 삼나무, 서어나무들이 반긴다.
9차 구간은 부산대 효원재 입구에서 출발해 남산동 부산외국어대 운동장과
상마마을을 거쳐 범어사로 접어든다. 간간이 오르막이 나오지만,
아이와 어르신들도 충분히 걸을 만하다. 다만 8차 구간처럼 이번 구간도
금정산 등산로와 연결되는 갈림길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8차 구간의 종점인 부산대 효원재 입구 삼거리를 기점으로 잡았다.
효원재 쪽으로 1분 정도 시멘트 길을 오른다. 효원재는 부산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국가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머무는 기숙사이다.
효원재 입구와 일반 학생 기숙사인 웅비관 샛길로 걷는다.
웅비관이 끝날 무렵 왼쪽 길로 방향을 튼다. 290m쯤 가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이번 구간의 첫 갈림길인데 여기서 헷갈리면 낭패를 보기 쉽다.
검정, 노랑이 섞인 끈이 소나무와 소나무에 묶여 있다.
등산로 안내 밧줄인데 부산시가 향후 이 구간을 둘레길로 정비할 계획이다.
줄을 통과하면 묘가 나오는데 다시 오른쪽으로 붙어야 한다.
왼쪽 발아래 계곡을 보다가 바위를 딛고 건너면 곧바로 길 좋은 등산로를 만난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다 왼쪽으로 다시 오른다. 8분쯤 걸으면 장전동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해 10분 정도 걸으면 아담한 묘 1기가 나온다.
주변에 텃밭이 있다. 양파, 마늘, 파, 당근도 있고 녹차, 당귀도 보인다.
작물 종류로 보아 하니 농사 내공이 보통은 넘어 보였다.
잠시 뒤 나무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부터 갈림길이 어지럽게 나온다.
짧은 구간에서 방향이 자주 바뀌는 터라 일일이 지도에 표시하기 쉽지 않다.
대신 둘레길 안내 리본을 참고하길 바란다. 일부 등산객이 둘레길 안내 리본을
고의로 훼손한다는 제보와 목격담을 간혹 듣곤 한다. 이 바람에 기사를 보고
답사하는 독자들이 애를 먹고 있다. 답사팀은 자연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수준에서 리본을 부착한다. 리본을 달 때는 등대에 불을 켜는 마음처럼 간절하다.
부디 리본을 훼손하지 않길 바란다.
다리에서 잇따라 갈림길을 지나 10분 정도 가면 쉼터가 나온다.
이 쉼터에서 왼쪽 언덕으로 난 길로 붙어야 한다.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금강아파트 철조망을 따라 오른다. 자연보호 비석을 지나 곧 방화수 보관소가 나타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3분 정도 오르면 갈림길이다. 이 길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 쓰자.
갈림길에서 5분 정도 내려오면 숲을 반쯤 빠져나와 텃밭에 닿는다.
텃밭을 구경하면서 내려오면 또다시 철조망을 만나는데 왼쪽으로 꺾는다.
운세를 보는 달마명상원이 보인다. 명상원을 지나면 서서히 오르막이다.
배드민턴장을 가로질러 언덕에 오른다. 여기서부터 길가에 심심찮게 노랑,
검정 빨랫줄 끝이 보인다. 금정구에서 둘레길 안내를 위해 매단 것이다.
답사팀 리본이 없는 곳에서는 이 줄을 따라 걸으면 된다.
5분 정도 가면 '동문 2.3㎞'가 새겨진 119 나무 푯말이 있다.
길이 나뉘는데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내리막이 끝나는 데서 산성로·3망루
남산동 부산외국어대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남산동 부산외국어대 이정표를
따라가면 나무다리가 나온다. 3~4분 정도 바윗길을 걸으면 물망골 약수터에 닿는다.
약수터를 지나 조금 올랐다가 내려선다. 20분가량 2푼 능선을 걸으면 또다시
남산동 부산외국어대 방면 이정표가 나온다. 주변에 등산로 안내도 간판이 있다.
오르내리막이 완만한 길을 따라 7분 정도 가면 '구서동 체육공원 안내도'가 서있다.
10분쯤 더 가 어린이 쉼터에 닿는다. 쉼터에서 빠져 나와 시멘트 임도를 따라 올랐다.
부산외국어대 아래쪽 운동장이 오른쪽에서 조금씩 나타난다.
두 개의 운동장 사이로 난 오솔길 끝에 위쪽 운동장이 있다.
운동장 가장자리로 걷는다. 왼쪽을 보니 금정산 주능선이 보인다.
나비암, 의상봉이 녹음 위에 솟아 있다.
운동장을 나와 시멘트 도로를 따라 불광사 방면으로 올랐다.
허름한 음식 가게들이 눈에 띈다. 불광사 입차 제한 쇠말뚝 앞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금정산 숲길 안내판이 있다.
텃밭이 지천이다. 계통 없이 봄나물과 채소 향이 날린다.
그 덕에도 눈, 코가 신이 난다. 10분쯤 가면 상마마을 방향 이정표가 있다.
이 길부터 고즈넉한 숲길이 이어진다. 산새 소리도 하나 없다. 드문드문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고령자 쉼터와 범어사 경계석까지 이런 길이 이어진다.
범어사 경계석에서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상마마을 이정표부터는 오르막이 약간 가파르다.
오른쪽 건너편에 1차 구간을 걸을 때 만난 계명산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답사팀은 감회에 잠시 젖었다.이정표에서 만성암까지는 500여m. 범어사에서 울리는
염불 소리가 산자락을 감싼다. 만성암 정문 바로 오른쪽에 제3등산로 안내간판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초소를 지나자마자 음식점인 '손씨집' 뒷문이 있다.
이 지점에서 길을 잃어버릴 우려가 크다. '손씨집'을 오른쪽 허리춤에 끼고 우회전한다.
특이한 모양의 바위를 구경하면서 철조망 아래를 통과해 5분쯤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답사팀은 여기에 금정산 둘레길의 마지막 리본을 매달았다.
답사팀 사이에서 절로 환호가 나왔다.
이 길부터 범어사 입구까지는 '버라이어티한' 숲의 장관이다.
대나무, 느티나무, 삼나무, 편백, 삼나무, 서어나무가 '나 좀 봐 달라'는 듯 운치를 뽐낸다.
군데군데 나무 안내 패가 있다. '휴쉼터'와 무명폭포를 지나 드디어 범어사에 도착했다.
평일이지만 상춘객들로 북적거렸다. 범어사 매표소를 지나 입구에서 9차 구간을 마감했다.
9.5㎞,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정도 걸렸다.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영상=김정규·이남영 대학생 인턴
어떻게 가나?
들머리인 부산대학교 효원재 입구까지는 부산대 순환버스를 이용한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을 탔다면 부산대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와
순환버스를 타고 가다 학생회관에서 내린다. 소요시간 15분(요금 현금 900원·교통카드 800원).
학생회관 앞에서 오른쪽으로 2~3분 정도 올라가면 들머리가 나온다.
시내버스로 가려면 부산대 앞 정류소에서 내려 부산대 정문에서 순환버스를 탄다.
요금은 앞의 노선과 동일. 부산대 정문에서 효원재까지 걸어도 된다.
대학본부~인문관~박물관~제1도서관(연구도서관)을 거쳐 학생회관 방면으로 20분쯤 걷는다.
날머리인 범어사에서는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90번 시내버스를 타고
금정구 청룡동 종점에서 내린다. 소요시간 10분 정도(요금 현금 1천200원·교통카드 1천80원).
종점에 내린 뒤 주변 버스정류장에서 37·49-1·50·50-1·80-1·148·301·1002번 시내버스를
연계해 이용할 수 있다. 도시철도를 타려면 종점에서 5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범어사역이 나온다.
적색 라인이 금정산 둘레길 전체 구간 90km
1차구간 : 범어사 - 양산 동면 초등교 8.7Km
2차구간 : 양산외송마을 - 법천사 입구 9.3Km
3차구간 : 법천사 - 호포역 임도 입구 9Km
4차구간 : 금부역 - 화명정수장 11.3Km
5차구간 : 화명정수장 - 만덕종합사회복지관 11Km
6차구간 : 북구만덕종합복지관 - 사상구 청룡암 10Km
7차구간 : 청룡암 - 어린이 대공원 휴게소 9.5Km
8차구간 : 어린이대공원 휴게소 - 부산대 효원재 입구 9.2Km
9차구간 : 부산대효원재입구 - 범어사 9.5Km
매월 네째주는 금정산 둘레길 1구간 부터 둘레길 트랙킹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