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판세를 보니 한때 유행했던 ‘백수네 수탉과 고관댁 멍멍이의 대화’라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어느 마을, 새벽이면 앞집 백수네 수탉은 ‘꼬꼬댁 꼬꼬댁’ 홰를 치고, 뒷집 고관댁 멍멍이는 외부 사람이 접근하면 ‘멍멍~ 멍멍’ 요란하게 짖어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조용해졌다. 멍멍이가 “너 요즘, 새벽에 홰를 안 치더라.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라고 묻자 수탉은 “우리 집 아저씨가 백수가 되었는데, 새벽잠을 깨워서 쓰것냐?”라고 대답했다.
이번엔 수탉이 “그런데 너도 요즘 짖지 않더라. 요즘 유행하는 성대수술 했니?”라고 묻자 멍멍이는 “그래, 나 성대수술 했다. 세상천지 다 둘러봐도 온통 도둑놈들 판인데 누굴 보고 짖어야 하나? 그리고 짖어봐야 뭐 하겠나, 내 입만 아프지”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 선생은 ‘조선의 3대 도적’으로 홍길동과 장길산, 그리고 임꺽정을 꼽았다. 성호 선생이 이들을 3대 도적으로 꼽은 것은 비단 대도(大盜)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당시 위정자들은 이들을 도적떼로 몰고 갔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만추구하며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는 위정자에 대한 농민의 저항이자 신분해방의 부르짖음이 담긴 ‘의적(義賊)’이라는 시각이 담겨 있다.
임꺽정은 조선조 명종 때 살았던 실존 인물인데 우리에게는 소설이나 드라마 주인공으로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당쟁으로 조정의 기강이 문란하고 사회질서가 어지러웠던 시절에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임꺽정은 1559년(명종 14년)부터 수년간 경기도와 황해도 일대를 횡행하면서 탐관오리들을 잡아 죽이고 여러 고을을 소란케 했다.
<명종실록>을 비롯한 당시의 역사 기록물들은 임꺽정과 그 무리들을 약탈과 살인, 방화를 서슴지 않는 인간들로 묘사했지만, 벽초 홍명희(1888~1968)는 그의 소설에서 임꺽정을 의적으로 부활시켰다.
홍명희가 생각한 임꺽정은 도적이 아닌 민중의 영웅이었다. 실존하는 인물에 역사적 해석을 달리해 새로운 인물을 재창조한 것이다. 1928년부터 10년간 조선일보에 연재한 소설 <임꺽정>은 민족해방운동이자 현실적 저항운동의 일환이었다.
명종대의 진정한 대도는 실권자였던 문정왕후의 혈육 윤원형(尹元衡)이었다. 윤원형은 명종의 외삼촌이자 문정왕후의 동기간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었다.
임꺽정은 우연하게 출연한 도적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임꺽정이 활약했던 황해도 지역의 지방 관리들은 명종의 모후인 문정왕후의 친정붙이들이었다.
‘임꺽정의 난’이 기록상에 보이기 시작하는 1559년의 황해도 지역은 극심한 흉년과 전염병으로 시체가 들판에 가득할 지경이었다. 가난과 전염병으로 쪼들린 농민들은 살 곳을 잃고 떠돌아다니다가 도적 신세가 되었다.
임꺽정이 횡행했던 주요 무대가 경기도 파주 감악산(674m)과 양주 불곡산(466m) 일대였는데, 이 지역을 취재하면서 ‘협도(俠盜)로 불렸던 그가 바로 이 시대에 살았다면 과연 어떤 일을 했을까’ 생각해 봤다.
하늘아래 첫 동네
단골산악회의 송년 산행모임은 이곳에서
감악산에는 이미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0월 22일 ‘감악산 출렁다리’가 새로 놓이면서 이 출렁다리로 오르는 입구인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는 주중·주말 할 것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감악산 출렁다리는 길이 150m, 폭 1.5m로 우리나라 산에 설치된 가장 긴 현수교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듯이 감악산의 5개 둘레길 코스와 6개 등산코스 모두 출렁다리로 통한다. 연천에서 지정한 감악산 등산 제2코스 나들목에 ‘하늘아래 첫 동네’가 있다. 매우 순박한 내외분이 운영하는 이 산속 식당은 감악산을 여러 번 다닌 산꾼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맛집’이다. 이 식당은 이곳에서 ‘고원농장’을 가꾸며 살아 온 채(蔡)씨 집안의 7대 손 채두병씨와 아내 박희순씨가 운영하고 있다.
‘손님을 내 식구처럼 따뜻하게 맞이한다’는 소문이 나서 한 번 찾아와 단골이 된 산악회는 으레 송년 산행모임이나 시산제를 이곳에서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마당에는 시산제 때 제물을 올려놓는 큰 돌판인 제상(祭床)까지 놓여 있다.
한 단골산악회 회원은 “소문이 많이 나면 안 되는데…”라며 오래오래 자신들만의 단골집으로 간직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이곳 또한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이 집 된장과 고추장은 특히 맛이 좋아 상당히 많은 양을 담그는데도 손님들의 주문에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주인장은 장을 원하는 손님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장 담그기 회원제’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메뉴 참숯 오리로스, 솔잎 오리백숙, 닭백숙 각 5만 원.
전화 010-5205-7706
찾아가는 길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첫마을길 247
머루향기
오리고기·닭고기요리 안주로 머루주를 마신다
이 농장에서 약 300m 거리에 오리고기와 닭고기요리를 안주삼아 머루주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인 ‘머루향기(대표 임영경)’가 있다. 산을 오를 때는 눈에 잡히지 않던 감악산 정상이 식당 마당에서는 한눈에 들어온다.
메뉴 오리진흙구이 6만 원. 한방오리백숙 5만5,000원
문의 031-959-6628
찾아가는 길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윗배우니길 485-8
적성한우마을
숯불직화구이식당 12개소가 한 골목에
이 마을에는 한우고기를 부위별로 나누어 판매하는 업소와 숯불로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 12개소가 밀집해 있다. 판매장에서 고기를 사서 식당으로 가 1인당 3,000원의 차림비를 내면 밑반찬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
■ 감악산한우마을
식당 규모는 작지만 알찬 업소로 많이 알려져 있다. 적성~서울 불광동 간의 교통체증을 감안해 식당에서 경의중앙선 문산역까지 10명 단위로 차량을 지원해 주고 있다. 약 15분 소요. 대표 신의하.
전화 031-959-4992 | 찾아가는 길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솥뒤로 38-1
■ 파주축산한우마을
1997년 11월에 개점해 20여 년의 전통을 쌓아 온 업소다. 이 지역 토박이인 김인선 대표는 매 5·10일에 열리는 오일장에서 무료시식 코너를 처음 시작했으며. 감악산 출렁다리가 개통된 이후에는 25인승 차량으로 손님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70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넓은 공간으로 단체손님들이 이용하기에도 적당하다.
전화 031-959-2233 | 찾아가는 길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솥뒤로 32
■ 적성 양산박 암소한우마을
근처 한우농장에서 가져온 고기를 사용하며 쇠고기 외에 삼겹살과 양념돼지갈비도 함께 내고 있다. 100석 이상의 공간으로 단체손님들이 이용하기에도 적당하다. 족구장을 완비했으며 주차장에선 60대 이상 차를 댈 수 있다. 대표 허현순.
전화 031-959-5030 | 찾아가는 길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 39-32
가나식당
감악산 산행의 아침을 여는 진한 설렁탕
감악산을 오르는 길, 양주군 남면 시가지 중심가에 있는 ‘가나식당’은 산꾼들의 이른 아침식사를 책임지는 곳이다.
‘가나식당’은 어머니(고순임)와 아들(최선연)이 손발을 맞추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식당이다. 총각인 미남 아들은 어머니 혼자서 애쓰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식당일을 돕고 있다고 한다. 이 사정을 잘 아는 단골손님들은 항상 이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가족들은 더욱 맛있는 음식으로 보답한다. 둘째, 넷째 월요일 휴점.
메뉴 설렁탕 8,000원.
전화 031-867-3447
찾아가는 길 경기도 양주시 남면 개나리 11길 5
초만원
목포 아짐의 군인 사랑을 음식에 담아 낸다
이 식당의 주메뉴는 참게장정식이다. 참게장은 ‘원조 밥도둑’이라고 불릴 정도로 입맛을 돋우는 음식이다. 이 식당 참게장에 사용하는 참게는 내수면 어부가 임진강이나 한탄강에서 잡아온 것이라고 했다.
메뉴 참게장정식 1만8,000원. 삼겹살 1만2,000원.
전화 031-868-4304
찾아가는 길 경기도 양주시 남면 감악산로 489번길 85
오뎅식당
의정부 ‘부대찌개’의 원조집
오뎅식당은 1960년 창업주 허기숙(2014년 7월 작고)씨가 28세 때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오뎅(어묵)을 파는 포장마차로 시작해 ‘오뎅식당’이라는 옥호를 내걸었는데 현재까지 50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개점 초기에는 저녁시간에 미군부대 근로자들이 찾아와서 어묵을 먹곤 했는데, 어느 날 손님 한 사람이 햄과 베이컨, 소시지를 갖고 와서 찌개를 끓여 달라고 한 것이 부대찌개의 유래라고 한다.
이후 오뎅식당에서는 어묵보다 부대찌개의 인기가 더 좋았고 근처 동두천과 파주를 위시 서울과 오산, 부평과 인천 등 미군기지가 있는 곳으로 소문이 퍼져 나갔다. 이에 의정부시에서는 1996년, 오뎅식당이 있는 골목 전체를 ‘부대찌개거리’로 지정해 음식관광지구로 정했고, 허기숙씨에게는의정부시 문화상을 수여했다. 현재 의정부본점을 비롯해 의정부별관, 의정부신세계백화점, 잠실제2롯데월드 총 4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메뉴 부대찌개 1인분 8,000원. 모둠사리 7,000원. 각종 사리 1,000~5,000원
전화 031-842-0005
찾아가는 길 경기도 의정부시 호국로 1309번길 15
감악산 머루주 임꺽정이 즐겨 마셨다는 술
감악산 둘레길 중 천둥바위길가에 ‘산머루 농원(회장 서우석)’이 있다. 이곳에서는 이 지역 23곳 농가에서 생산한 산머루를 숙성해 머루와인을 빚어낸다. 2015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머루와인숙성터널도 지었다.
산머루 농원에서는 와인 만들기, 쨈 만들기 등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데, 연간 6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으며 그중 80%는 외국인이라고 했다.
문의 031-958-4558. www.sanmeoru.com
찾아가는 길 경기 파주시 적성면 윗배우니길 44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