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가 서울에서 가까운 양평이다 보니 그러는 걸까? 버스가 약속시간보다 20여 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알고 보니 인원이 많아 25인승 버스 1대가 더 따라 온단다.
약 70여명이 몰려 왔으니 오래간만에 기맥이 떠들썩할 것만 같다.
08:18. 경강국도 「국수리 휴게소」에서 또 20분을 쉬었다가 간다.
증동 1리 마을 앞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몸을 푸는 체조를 하고 포장된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모두들 무슨 경보선수들처럼 빠르게 앞으로 나간다.
오늘 산행에서는 빨리 내려오는 사람 순으로 25인승 버스를 먼저 출발한다고 하니 모두 다 그 버스를 타려는 생각인 것 같다.
나도 오늘 저녁에 동창모임이 있고 또 내일은 카페회원들하고 북한산성 12성문 종주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나도 빨리 가야 허긴 허는디...
오늘처럼 많은 인원이 산행을 하다 보면 그 중에서 꼭 폭탄(?)이 끼어있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그 한 두 사람 때문에 모두가 몇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아니 되옵니다.!!!!
나도 함께 경보선수(?)가 되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지루한 포장길이 끝나고 드디어 산행 들머리에 도착해 보니 이제 내 앞에는 선두 대장밖에 없다.
헥헥거리며 오름길을 오르는데 처음에 너무 오버페이스를 했는지 몸이 약간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새 몇 사람이 앞지르기를 한다.
산행대장님이 ‘오늘 온 사람들 대부분이 백두대간을 한 번 이상 뛰었다.’ 고 한 말이 농담이 아니었나 보다.
그러나 오늘 산행은 육산이니 걱정이 없다. 그냥 내 페이스대로만 가도 먼저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나는 안내산악회를 따라서 와도 산행은 항상 혼자서 한다.
그저 내 맘대로 길 따라 걷다가 쉬고 싶으면 언제라도 쉬어가는 산행이 참 좋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사귀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산행을 몇 번씩 함께 다녀도 옆 사람을 잘 모르고 지내는 편이다.
발이 넓어야 출세한다고 했는데 내가 출세하지 못한 많은 이유 중에 하나가 그런 것이 아닐까?
말고개까지 가는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쓰러진 나무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말고개를 조금 남겨두고부터는 근처 콘도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길이 훨씬 넓어진다.
능선길에서 조망은 거의 없다.
내려섰다가는 다시 오르기를 몇 번 하다보니 오래된 느릅나무가 버티고선 안부가 나타나는데 그곳이 말고개이다.
급경사를 약 10여분 올라가니 <말머리봉 500m, 옥산 1km>라는 한화콘도에서 만든 이정표가 나타난다.
말머리봉 정상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다시 옥산에 오르니 안내도도 보이고 긴 나무의자도 놓여져 있다.
이제 조금만 더 따라가면 농다치고개가 나온다.
드디어 저만치 고갯길 포장도로가 내려다보인다.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바라보니 농다치 고개를 넘어 중미산 방향으로 오토바이 동호회원들인지 오토바이 수십 대가 한 줄로 서서 달리고 있는데 그 소리가 마치 헬리콥터가 지나가는 것만 같다.
로프가 매어진 경사로를 따라 내려가니 널따란 공터가 나오니 바로 농다치 고개이다.
간이주점이 여러 채가 모여 있고 주차장도 제법 넓다.
지금은 이 길이 2차선 아스팔트 도로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약 20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접근이 어려운 후미진 곳이었다고 한다.
『농다치의 유래는 옛날 양평의 어느 부잣집 딸이 이 고개를 넘어 가일리에 사는 신랑에게 시집을 갔다고 한다. 그 때 혼수감으로 농을 장만해서 종들에게 지게하고 이 고개를 넘어가는데 워낙 길이 험하고 좁아서 혼수로 해가는 농이 상할까 염려해서 가마에 탄 친정어머니가 ‘농다칠라’를 연발하며 지나갔다고 해서 '농다치‘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단다.』
앞서간 일행들이 아스팔트 길 건너편 풀밭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자리가 비좁아 그냥 지나쳐 소구니 산을 오르다가 적당한 장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급한 경사를 따라 한참을 오르니 완만한 능선이 나타난다.
길옆에 혼자 앉아 도시락을 먹는데 웬일로 오늘은 밥맛이 별로다.
1년 365일 항상 입맛이 꿀맛이었는데 말이다.
유명산 오름길에 억새가 곱다.
시야가 툭 터진 능선에 오르니 기분이 좋아진다.
지나온 기맥이 멀리 청계산에서부터 한 눈에 잘 들어온다.
유명산 정산은 기맥에서 약간 비켜져 있다. 유명산은 유명해서 그럴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다.
다음에 가야할 구간인 용문산이 건너편에 손에 잡힐 듯 보인다.
구름이 용문산 정상을 한 순간에 휘감아 버리고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이 검은 구름이 잔뜩 심술을 부리고 있다.
유명산 능선에는 행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태운 차량들이 두 대나 서 있었다. 차량들이 능선길을 다니다 보니 흙이 깊게 패어 있다.
그러고 보니 등산에 비하면 이렇게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 행글라이딩 같은 취미활동은 환경을 많이 파괴하는 것 같다.
언젠가 중원계곡에서 본 산악 오토바이의 소음도 귀에 무척 거슬렸었는데...
용문산 방향으로 입구지 계곡과 나란히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없이 걷는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이 평평한 비포장 길을 걷다보니 이 길이 산 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포장된 배너머고개와 만나는 입구에는 유명산 활공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을 통제하는 초소가 있고 커다란 철문이 설치되어 있고 그 문을 지키는 사람도 보인다.
문 앞에 차들이 서로 엉켜 있어서 어떤 사람이 수신호를 해 가며 정리를 하고 있는데 주위가 혼잡해서 얼른 자리를 피했다.
고개 정상에서 아스팔트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오는데 지대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물소리가 크게 들리고 산위에서 급류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배너머고개에서 용천리로 내려가는 내리막길 중간에 버스 두 대가 꽁무니를 빼고 기다리고 있다.
14:10. 버스에 도착 해 보니 농다치고개에서 중간탈출을 한 몇 사람을 제외하고 나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딱 한 사람밖에 없었다.
소구니산부터 모두 추월해 왔다고 생각 했는데 그 분은 미처 앞지르기를 못했나 보다. 이제 적어도 앞차를 타는 문제는 해결 되었으니 알탕할 자리만 찾으면 된다.
도로를 따라 아래쪽으로 한참을 내려가서 나만의 자리를 찾아냈다.
수량이 적어서 뒤로 누워야지만 간신이 알탕이 이루어진다. 그래도 물은 무척 시원해서 좋다.
혼자서 너무 오래 동안 물장구를 치고 놀다 보니 갑자기 한기가 들고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잠간 지나가는 비였지만 옷 갈아입는데 많이 불편하다.
<↑ 산행지도. 오늘 산행 기점인 된고개는 1구간 종주 때 하산했던 서후리에서 올라와도 된다. >
<↑ 증동1리 된고개 안내판>
<↑ 산행들머리 >
<↑ 된고개 능선에서 바라 본 남한강>
<↑ 능선길. 말머리봉이 가까워지기 까지는 기맥따라 이렇게 쓰러진 나무가 많고 사람들도 많이 다니지 않은 것 같다. >
<↑ 나무 >
<↑ 말머리봉 정상 >
<↑ 옥산 정상석>
<↑ 편안한 능선길 >
<↑ 농다치 고개길> 중미산 방향으로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달리고 있다.
<↑ 농다치고개 주점들>
<↑ 소구니산 정상 > 정상에는 반대편에서 올라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여기서 급히 안부로 내려갔다가 다시 유명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 소구니산 정상에서 바라 본 유명산 방향, 멀리 용문산 정상까지 보인다.>
<↑ 유명산 오름길에 핀 억새 >
<↑ 들국화인가? >
<↑ 방금 활공을 시작한 행글라이더>
<↑ 남한강과 먹구름 > 한강기맥에서는 종주 내내 한강을 바라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 지나온 능선 >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는 1구간에 있는 청계산 이다.
<↑ 저 아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가 배너머고개에서 용천리로 내려가는 길 위에 보인다.(윗쪽) >
♠♠♠산행기 날머리 ♠♠♠
연 2주간 설악산에 다녀오고 나서 다시 지난주에 토요일(24일)과 일요일(25일) 산행을 하고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경주에 여행을 다녀오다 보니 날짜 지나가는 것도 잘 모르겠다.
여차저차 한 이유로 설악산 산행기는 못 다 올리고 한강기맥 2구간 산행기도 뒤늦게 이렇게 쓰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무척 빠르게 지나간다.
하기야 사람은 바쁘지 않을수록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랬지?
머나 먼 영면의 길로 들어서기까지는 그래도 바쁘게 사는 것이 백번 천번 나으리라.
오늘 한 친구가 전화를 했는데 그 친구 말이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서 너무 한가하단다.
“앞으로 내 친구들은 모두 나보다 더 바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 세상에 가는 순서까지도 나보다 더 한참 뒤였으면 좋겠다.“
나보다 먼저 가는 친구가 있다면 나 “네 무덤앞에서 침을 튀기마!”
♥ 人生은 山行이다. ♥
산은 많다.
-사람들이 이루려는 꿈은 무수히 많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성공하는 길에 왕도는 없으며 방법도 여러가지이다.
정상에 오르려면 힘이 많이 들고 갈증을 느끼기도 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난과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정상에 오르면 건너편 산이 더 높아 보일 때도 있다. -남의 성공이 더 커 보일 수도 있다.
정상에서 마시는 술맛은 더 좋다.
-성공한 사람은 뜻을 이루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정상에 오르면 전망이 좋아서 내려가기 싫어도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 -남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영원히 그 위치를 유지할 수는 없다.
정상에는 바람이 더 세다. -높은 자리에 올라 갈수록 경쟁자가 더 많이 생기고 모함과 견제도 더 많아진다.
정상에서 굴러 떨어지면 더 크게 다칠 수 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은 한 번 잘못되면 그 상처가 더욱 깊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훨씬 쉽고 빠르다. -나이가 먹을 수록 세월이 빠르고 저승 갈 확률도 더 높아진다.
하산 길에 뛰는 사람도 있다. -나이를 잊고 몸을 함부로 하는 사람도 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사고가 더 많이 난다.
-나이가 많을 수록 암등 불치병에 걸리기가 쉽다.
알탕의 맛을 느끼고 나면 산행은 끝난 것이다.
-손자들이 생겨 그 재롱을 맛보고 나면 인생은 거의 끝난 것이다.
산행이 끝나면 곧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반드시.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저 세상으로 떠나가야 한다. 반드시.
첫댓글 이제 유명산까지 한강기맥 2구간을 산행했으니 다음이 가장 기대되는 용문산 구간이네...유명산에서 용문산지나 문례봉을 너머 봉미산까지 가장 아름다운 코스가 기다려지네...^^**
재미있는 글과 사진 잘 감상 했습니다. 건강 하세요.
농다치고개의 유래가 그랬군요..참 재미나는 이야깁니다.70명중 2등이면 대단하신거죠. 살다보니 멀쩡하던 친구가 먼저 가는 경우도 있더군요..하여튼 사는동안 건강하구 바쁘게 살아야겠죠.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