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이어서
.............................................
2. ‘여자의 후손’(창 3:15) 약속의 해석적 의미
‘여자의 후손’을 통한 구원 약속을 계시해 주시는 창세기 3장 15절을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개역성경에서 보면 다음과 같다.
a.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b¹.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b².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
이 구절을 히브리어 성경 원문의 직역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a. 그리고 적의(적대감; 증오)를
내가 두리라
너와 그녀 사이에
그리고 너의 씨와 그녀의 씨 사이에
b¹. 그는
너를 타격할 것이다
머리
b². 그리고 너는
그를 타격할 것이다
발꿈치
이 원문의 내용이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가? 196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하스펙커-로핑크(Josef Haspecker-Norbery Lohfink)는 이런 논평을 한 바 있다.
창세기 3장 15절 하반절에 관한 연구가 수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본문의 뜻이 전혀 포착되지 못하고 있으며, 몇몇 특수 문제들 역시 고고학적 요행수로 뚜렷한 관련 자료를 발굴하지 모사는 한 항상 미결 상태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하여 윤영탁 박사는 창세기 3장 15절의 하반절만을 두고 하는 말이 이러하다면 15절 전체의 뜻을 파악하는 작업이야말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도 남음이 있다면서, 이 구절에 어떤 새로운 해석을 가하는 것보다는 그 심오한 뜻을 올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였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창세기 3장 15절의 뜻을 파악하는 일이 쉽지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진 그가 그 쉽지 않은 작업을 함으로써 그 뒤에 있는 우리에게는 조명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는 알폰스 슐츠(Alfons Schulz)의 말을 인용하여 창세기 3장 15의 본원성에 대하여서는 크게 의문을 제기한 바가 없었으며 또한 의심할 만한 비판적 근거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창세기 3장 15절의 구조에 있어서 몇 가지 주목할 점들을 발견하였다. 먼저, 본문의 원수 관계는 뱀과 여자,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 그리고 나서 여자의 후손과 뱀 사이에 이루어진다며 최종적 대결은 여자의 후손과 뱀의 후손이 아니라 여자의 후손과 뱀 사이에 이루어진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창세기 3장 15절에서 하나님께서는 뱀의 배후에 있는 이 보이지 않는 존재인 사단을 마침내 그 머리를 상하게 하고 파멸케 하실 분이 누구이신지를 알려 주시고 있는데 그분이 바로 하반절에서 말씀해 주시고 있는 '여자의 후손' 이라는 말씀이다.
여기서 사단의 머리를 상하게 할 '여자의 후손'은 그 앞서 말하고 있는 '여자' 이후에 언급되고 있다. 이 ‘여자’에게서 나오는 '여자의 후손'은 2번 언급이 된다. 이때 '여자의 후손'에서 후자는 전자에 나오는 여자의 후손과는 그 의미상에 있어서 다른 여자의 후손이다. 전자에서 말씀하시고 있는 여자의 후손은 그 앞에서 언급한 아담의 아내인 '여자'의 후손으로서 '아담의 아내인 여자를 통하여 출산할 자녀들과 그 후손'인 모든 인류를 의미하는 것이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의 후손'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이와 상대격이 되는 '뱀의 후손'을 함께 이해하여야 한다. 이것의 의미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 이제 원복음, 뱀과 ‘여자’ 간의 원수 관계,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 간의 원수 관계, 뱀과 ‘여자의 후손’ 간의 원수 관계의 순서로 글을 전개해 나간 후에 이것의 신약에 대한 해석의 의미도 살펴볼 것이다.
...............................................
1) 하나님께서 서로 원수 되게 하시려는 두 개의 대상이 창세기 3장 15절에 나타난다. 하나는 “너와 그녀”이다. 여기서 ‘너’는 그 뱀이다. 그리고 ‘그녀’는 아담의 아내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그 뱀과 아담의 아내를 서로 원수가 되게 하시겠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너의 씨와 그녀의 씨”이다. 이것은 그 뱀의 후손과 그녀의 후손이 서로 원수가 되게 하시겠다는 말씀이다. 이제 그 두 대상을 묶어서 말한다면, 하나님께서는 현재 그 뱀과 그녀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대대로 그들의 후손들을 서로 원수 되게 하시겠다는 뜻이다. ‘그녀의 후손’이 우리말 성경에서는 ‘여자의 후손’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마치 ‘남자와는 무관하게 여자 홀로 낳은 자녀 및 그 후손’을 의미하는 것으로 종종 오해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본문에는 분명히 ‘그녀의 후손’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서 ‘그녀’는 어떤 처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아담의 아내를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의 후손’이란 아담의 아내인 그녀가 남편 아담과의 관계를 통하여 출산할 자녀들과 그 후손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녀의 후손’이라는 표현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렇지만 사단의 시험을 받고 하나님께 범죄하여 타락한 아담과 그 아내를 통하여 출산할 자녀들과 그 후손으로 오는 모든 인류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롬 3:10)라고 하신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죄인된 인간인 인류에게서는 아담과 그리고 그의 아내 하와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죄와 사단의 지배를 받는, 그래서 사단을 대적할 아무런 힘이 없는 전적 무능력한 존재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뱀'과 대적할 '그 여자'를, 그리고 '뱀의 후손'과 대적할 '그녀의 후손'을 말씀하신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것은 '그 여자'와 '그녀의 후손' 스스로에 의해서가 아닌 하나님께서 '뱀'과 '그 여자', 그리고 '뱀의 후손'과 '그녀의 후손' 사이에 두신 '적의'를 인해서 이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뱀'과 '여자'사이에, 그리고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 사이가 원수 관계가 되는 것은 '뱀'과 '그 여자' 사이에 있었던 두신 '적의'를 '뱀의 후손'과 '그녀의 후손' 이 둘 사이에도 두심으로써 하나님께서 적의를 두시는 일은 단지 첫 사람들의 생존 시대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후손들에게서도 나타나는 연속성을 지니는 것이다. 이 사실은 '뱀의 후손과 그녀의 후손 사이에'라고 하는 것이 “그리고 너의 씨와 그녀의 씨 사이에”라는 것을 표현하시고 있는 것이란 사실에서 드러난다. 이제 이 땅에는 하나님께서 '뱀'과 '그녀' 사이에 두신 적의를 인해서 또한 '그 뱀의 후손들'(너의 씨)과 '그녀의 후손들'(그녀의 씨)이 존재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며, 그들 사이에 하나님께서 적의를 두셔서 뱀의 후손들과 그녀의 후손들 사이에는 원수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후손들'과 하나님과는 관계 회복을 이루실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 일을 이루시기 위해서 '그 여자', 곧 아담의 아내 이름을 아담을 통해서 '하와'라고 이름 짓게 하여 '모든 산 자의 어미'가 되게 하실 것인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시는 긍휼을 베푸셨다. 이러한 사실은 본 글이 진행되어 가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