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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발행인 | 한국전력의 혁신적인 인사실험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민간 대기업 CEO 출신인 김쌍수 사장은 부임 이후부터 한전의 고질적인 병폐인 인사비리를 뽑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사실상 임원급이나 다름없는 처∙실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심사위원들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사장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보도인 인사권을 포기, 처∙실장급 아래 모든 간부들이 각자 희망보직을 신청하도록 하고 심사위원들이 단절된 공간에서 인사 관련 자료만 갖고 부하 간부들을 뽑도록 했다.
사장이 고위간부들에게 인사권을 주는 대신 실적에 따른 책임도 전적으로 처∙실장이 지도록 했다. 당연히 처장급 고위간부들은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가장 적합하고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심사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갖춘 것이다.
김쌍수 사장은 승진 인사에 대해서도 전격적으로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서울 본사와 지방 본부의 차장 이상 간부 4500여명 중 무작위로 승진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심야에 연락을 모두 취한 뒤 심사장소에 다음날 심사위원들이 집합하도록 조치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위원이 된 사실을 밤새 발설하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를 받았으며 심사장소에 도착하면 휴대전화를 반납하고 외부와 일절 연락을 끊었다. 심사위원끼리 얘기를 나누는 것도 금지됐다. 승진 대상자와 친한 심사위원이 다른 심사위원에게 청탁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들은 오후 6시까지 독방에서 컴튜터를 통해 인사자료를 들여다보며 승진대상자들을 평가했다. 식사는 방으로 배달됐고 화장실에 갈 때도 감시원이 따라다녔다.
이런 절차를 거쳐 처∙실장(1급) 승진 대상자 131명 중 55명을 가려냈으며 같은 요령으로 부처장과 부장급 승진인사도 이뤄졌다. 007작전과도 같이 철저하게 이루어진 승진 인사로 과거에 비하면 잡음이 거의 없어졌다는 평가다.
한전은 직원수만도 무려 2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공기업이다. 이처럼 방대한 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인사 때마다 부정과 비리로 얼룩졌으며 인사가 끝나면 적지않은 잡음과 소동이 벌어졌던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김 사장 부임 이후 스스로 인사권을 포기하고 철저한 인사관리를 통해 엄정하게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과거의 오명을 털어내고 있는 것. 물론 승진 인사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고는 할 수 없으나 과거처럼 매관매직에 가까울 정도의 비리는 발 붙일 수 없게 됐다.
흔히 인사가 만사라고 말한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승진인사가 이루어지고 적재적소에 인재가 배치되면 그 조직은 엄청난 역량을 발휘하도록 되어 있다. 한전은 이제 그 첫단추를 확실하게 채웠다. 한전의 이같은 인사실험이 한전 그룹 자회사 및 관련회사뿐 아니라 공기업 전체에도 확산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