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선대위, 김동연과의 연대 추진으로 ‘탈문(脫文) 삼위일체’ 노리나
- 김종인, 정책 철학 유사한 김동연에 대한 애착 남달라
- 김동연 영입이 安 자진사퇴·단일화 회유책 될 수 있어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김종인 원톱’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를 발족한 국민의힘 내부에선 최근 윤석열 대선 후보와 제3지대 대권주자인 김동연 새로운물결(가칭) 후보 간 단일화 추진설이 부쩍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차기 대선 정국에서 줄곧 김 후보를 ‘준비된 대권주자’로 지목하며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 왔다. 그런 그가 야당 선대위 사령탑을 맡은 이후 제3지대를 병합하기 위한 카드로 김 후보와의 연대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 반면 야권 후보 단일화 대상 1순위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한 김 위원장의 기류는 싸늘하다. 김 위원장과 안 후보는 과거 “그 사람은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는 극언을 분출했을 정도로 악연이 깊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사실상 김종인 체제로 굳어진 만큼, 안 후보가 야권 연대·단일화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의힘은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 숙원을 이루기에 앞서 넘어야 할 3개의 벽이 있다. 윤석열 후보의 ‘정치력’과 ‘사법·가족 리스크’, 2030세대 표심 확보를 위한 ‘기성 정당·꼰대 이미지 탈피’, 대선 변수 억제를 위한 ‘제3지대와의 단일화’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야당이 중도 유권자들의 집결지로 꼽히는 제3지대를 품어야 차기 대선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인 만큼, 야권에선 안철수·김동연 후보가 잠정 교섭 대상으로 꾸준히 거론된다.
제3지대 대권주자들은 거대양당 체제 종식을 선언하며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과 단호히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여의도 문법을 단순한 속설 정도로 치부하기엔 대선을 앞둔 정치판의 잠재 변수나 유동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위원장이 야인(野人) 생활을 접고 야당 선대위의 지휘봉을 잡자, 범야권 통합을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김종인 ‘脫文 삼위일체’로 ‘정권교체론’ 군불 때기?
“문(재인) 정부에서 제4대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을 겸임한 엘리트 관료 출신의 김동연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이 구상하는 대선 전략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 ‘김 후보가 야권 후보냐, 여권 후보냐’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정치세력 교체가 주된 메시지인 만큼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한 여당보다는 야당의 정권 교체 명분에 (김 후보가) 더 부합한다. 김 위원장이 당면한 대선 현안들이 정리되는 대로 분명 김 후보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시그널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본지 취재기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선대위에 소속된 그는 김 위원장이 종종 ‘정치인’ 김 후보의 역량과 잠재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그런 김 후보를 포섭 대상으로 지목했을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렇듯 최근 여의도에선 김 위원장이 범야권 연대의 마지막 퍼즐로 김 후보를 낙점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김 후보를 하나의 축으로 이른바 ‘탈문(脫文) 빅플레이트’라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선대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의 압박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윤석열 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김 후보가 국민의힘과 손을 잡게 될 경우, 정권·정치세력 교체와 탈문이라는 접점으로 삼위일체를 이룰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들 세 인사는 모두 문 정부의 등용문을 넘은 총아(寵兒)였다는 것과, 현 정권과 충돌한 이력이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졌다. 특히 김 후보가 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출신인 만큼, 야당이 그를 영입할 경우 중도 표심은 물론, 여권 이탈 세력까지 유입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의 야권 합류에 따른 정책 시너지도 김 위원장이 주목할 만한 요소다. 김 후보는 지난 2006년 참여정부에서 낙수효과 식 패러다임에서 탈피한 동반성장형 경제 비전이 담긴 ‘국가비전 2030’을 설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의제와도 결이 비슷하다. 김 위원장으로선 윤 후보의 취약지점으로 꼽히는 미숙한 정치력을 김 후보의 정책 전문성으로 보완하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김 후보가 안철수·심상정 후보의 제3지대 연합전선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김 후보 측은 최근 제3지대에서 합종연횡 움직임이 인 데 대해 “안 후보와 심 후보가 선거철만 되면 같이 머리를 맞댄다”, “먼저 제3지대를 뚜렷하게 정의하라”, “투표 수를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가 아니길 바란다”는 등 비판적인 반응으로 일관해 왔다.
당초 김 후보는 제3지대 후보 중에서도 지지율이 가장 낮아 3자 간 연대에 나설 것이란 정치권 예측과 달리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이 제3지대 띄우기에 나선 안 후보 대신 김 후보를 야권 빅텐트의 교두보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연에 대한 김종인의 남다른 애착
김 위원장은 김 후보에게 대선 출마를 권유하는 등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지난 10월 새로운물결 창당 발기인 대회에 직접 참석해 김 후보를 일론 머스크(현 테슬라 CEO)에 비유하는가 하면, 김 후보가 자신의 정치 철학을 담아 출판한 ‘대한민국 금기 깨기’에 대해서도 “김 후보에 대한 국민 인식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호평했다.
국민의힘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김 위원장이) 선대위 중책을 맡기 전까지도 김 후보에게 수시로 조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후보도 (김 위원장을) 정치적 멘토로 여기는 만큼, 대선 국면 전개에 따라 두 사람 사이에서 분명 ‘범야권 연대’를 키워드로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그는 “평소 사람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고 알려진 김 위원장이 호평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가 김 후보”라며 “정책 의제에서 코드가 비슷하기 때문에 김 후보로서도 정계 원로의 빅텐트 제안을 가볍게 받진 않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한편, 일각에선 야당 선대위가 김 후보의 영입을 추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철수 후보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 저공비행을 지속하는 등 19대 대선 때와 같은 파괴력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안 후보가 추후 입지를 고려해 대선 중도사퇴와 종로 보궐선거 출마를 맞바꾸는 등 야당과의 종국적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3지대를 공유하고 있는 김 후보가 야당과의 교감에 선제적으로 나설 경우 안 후보가 협상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제3지대마저도 3명의 후보가 난립한 상황인데, (안 후보가) 과연 이번 대선판에서 변수로서 영향력을 얼마나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김종인 위원장과 좋은 인연이 있는 김 전 부총리가 야당과의 단일화에 나서게 된다면 안 후보의 입지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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