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도 즐기고 역사도 되짚어보고, 서울식물원과 식민지역사박물관
숨은관광지
서울식물원 열대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지난 5월 1일 정식 개원한 서울식물원은 도시 한가운데 들어선 거대한 자연이다. 무려 50만 4000㎡ 규모로, 축구장 70개 크기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총 사업비 2156억 원을 투자했으며, 지난해 10월 임시 개원한 때부터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임시 개원 기간에 무려 250만 명이 다녀갔다.
[왼쪽/오른쪽] 서울식물원 전경 / 나들이 코스로 좋은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은 국내 최초로 ‘보타닉 공원’을 표방한다. 보타닉 공원은 식물원과 결합된 공원으로, 싱가포르 보타닉가든이 잘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식물원은 영국 에덴프로젝트와 싱가포르 보타닉가든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서울식물원은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뉜다. 열린숲은 식물원 입구로, 방문자 안내 서비스가 제공되는 공간. 주제원은 식물문화센터(온실)와 주제정원(야외)으로 구성된다. 호수원은 호수를 따라 수변 관찰 데크가 있어 습지식물을 관찰하기 좋다. 습지원은 서울식물원과 한강이 만나는 곳으로, 한강을 조망하며 산책하기 적당하다.
주제원에서 바라본 서울식물원 전경
열린숲을 지나면 서울식물원을 대표하는 식물문화센터가 나온다. 온실은 대부분 돔 형태인데, 식물문화센터는 둥우리나 오목한 접시처럼 중앙부가 움푹 꺼졌다. 도심 한가운데 착륙한 UFO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에 지름 100m, 넓이 7600㎡로 축구장 크기다. 최고 높이는 28m로 아파트 8층과 맞먹는다.
[왼쪽/오른쪽] 벵갈고무나무 / 서울식물원 지중해관에서는 정원사의 다양한 도구를 모아놓은 코너도 있다
지하 1층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숲 향기가 콧속으로 스며든다. 왼쪽에 커다란 벵갈고무나무가 방문객을 반긴다. 식물문화센터는 크게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나뉘는데, 열대와 지중해 지방에 위치한 세계 12개 도시의 식물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꾸몄다. 아마존에서 처음 발견된 아마존빅토리아수련,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 야자나무 중 가장 큰 대왕야자,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 호주 퀸즐랜드에 자생하는 호주물병나무, 스페인의 올리브나무 등 평소 보기 힘든 식물이 가득하다.
서울식물원 지중해관의 터키 타일로 만든 분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간 수경 시설, 이탈리아 로마의 노단식 정원, 터키 타일로 모자이크 장식한 분수 등 이국적인 풍경이 많아 출사지로 소문났고,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관람객이 곳곳에서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느라 바쁘다. 2층을 가로지르는 스카이워크도 눈길을 끈다. 식물문화센터가 한눈에 들어오고, 키 큰 식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서울식물원 주제원에 마련된 사색의 정원
식물문화센터에서 나오면 주제정원이다. 바람의정원, 추억의정원, 초대의정원, 정원사의정원, 오늘의정원, 사색의정원, 치유의정원, 숲정원 등 8가지 주제로 꾸며 한국 정원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참억새, 실새풀, 솔비나무, 윤노리나무, 돌배나무, 솔송나무, 귀룽나무, 야광나무 등 우리나라 자생식물도 있다.
서울식물원에서는 다양한 식물의 씨앗도 구할 수 있다
식물문화센터에 마련된 다양한 시설이 흥미를 돋운다. 1층에 자리한 카페는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기분이 드는 곳. 씨앗도서관에서는 ‘씨앗 대출’을 해보자. 씨앗을 책처럼 대출받아 재배한 뒤, 기간이나 수량에 상관없이 수확한 씨앗을 반납한다. 도시에 사는 시민에게 식물을 가까이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식물 관련 책 7000권을 보유한 식물전문도서관도 2층에 있다.
서울식물원에서는 식물에 관한 다양한 자료도 만날 수 있다
서울식물원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11~2월은 오후 5시), 주제원(식물문화센터, 주제정원)은 월요일에 쉰다. 관람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으로 주제원만 받는다.
식민지역사박물관 내부
식민지역사박물관은 국내 최초 일제강점기 전문 박물관이다. 국권피탈 108주년인 지난해 8월 29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문을 열었다. 건립준비위원회가 발족한 지 11년 만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옮겨 온 5층 건물의 1~2층 460여 ㎡ 공간에 식민지역사박물관이 들어섰다. 2층 상설전시관은 일제 침략사와 독립운동사를 아우르는 자료로 가득하다.
식민지역사박물관 입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송기인 신부가 재직 2년간 급여로 받은 2억 원 전액을 기탁한 것을 계기로 건립이 추진됐다. 이후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 시민 단체, 독립운동계, 학계가 속속 참여했다. 개관을 앞두고 발기인 4500여 명을 비롯해 1만여 명이 박물관 건립 운동에 참여해 건립 기금 16억 5000만 원이 조성됐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도 건립 운동에 동참했고, 일본의 과거사 관련 시민 단체와 학계 인사들은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일본을 잇는 모임’을 결성해 1억 원이 넘는 기금을 모아 보냈다.
일제의 만행에 관한 자료를 모아놓은 식민지역사박물관
‘일제는 왜 한반도를 침략했을까’ ‘일제의 침략 전쟁, 조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한 시대의 다른 삶―친일과 항일’ ‘과거를 이겨내는 힘,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등 4부로 나뉜다. 동선에 따라 전시물을 살펴보면 일제 침탈의 역사와 그에 부역한 친일파의 죄상, 항일 투쟁의 역사, 35년 식민지의 흔적이 후세에 미친 영향까지 낱낱이 알 수 있다.
한국병합 기념메달과 증서
가담한 권중현이 받은 한국 병합 기념 메달과 증서가 유독 발걸음을 붙든다. 메달이 아직 반짝반짝 빛나고, 증서의 글씨도 또렷하다. 을사오적 권중현은 강제 병합 후 조선총독부의 자문 기구인 중추원 고문에 임명, 1920년까지 해마다 1600원을 수당으로 받았다. 1907년 1월 고종 황제가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밝힌 친서가 〈대한매일신보〉에 발표된 직후, 을사오적 암살을 기도한 나인영, 오기호 등에게 저격당했으나 목숨은 잃지 않았다.
데라우치 통감의 유고
순종 황제의 칙유와 데라우치 통감의 유고도 전시된다. 순종 황제 칙유는 순종이 국권을 넘긴다고 밝힌 내용으로, 석판 인쇄된 원본이다. ‘국권을 내가 믿고 의지하는 이웃 나라 일본 황제 폐하에게 넘긴다’고 쓰였다. 데라우치 통감 유고는 조선총독부 1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가 부임하면서 시정 방침을 밝힌 글이다. ‘전 한국 원수의 희망에 응해 그 통치권 양여를 수락한다’며 조약 체결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독립운동가들이 갇혔던 감옥도 재현해놓았다
밖에 3·1독립선언서 초판본, 동학 의병 관련 자료 등 희귀한 자료가 전시된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을 지낸 차리석 선생, 문화부장을 지낸 김상덕 반민특위 위원장, 건국동맹의 채충식 선생, 부민관 폭파 의거의 주역 조문기 선생의 유품도 볼 수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400여 점, 서고에 보관된 기록물까지 합하면 소장품이 7만 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식민지역사박물관 옥상전망대
지난해 12월에는 영화배우 정우성이 박물관에 다녀가 화제가 됐다. 박물관이 공개한 방명록에 그의 사인과 함께 ‘대한민국에는 친일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고 적혔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월요일과 1월 1일, 명절 연휴, 노동자의날에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1500원(2019년 12월까지 무료)이다.
출처:(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한국관광공사)
2024-07-19 작성자 청해명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