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가 들리는 배경 노래에 갑자기 '찌르르~' 전율이 느껴지며 대번에 꽂혀 버렸다.
어? 무슨 곡? 누구지?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이미 몇달전 드라마 초기부터 화제였다. 내가 한참 뒷북이었던 것.
곡명: '오직 단 하나' 노래부른 가수가 '소향' - 나가수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한 가수.
MBC 드라마 '마의(馬醫) OST 곡 작사 작곡 편곡 - 박성일
악상이 뚜렷하고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곡 이다. 한마디로 영감 있는 곡.
그런데, 이 곡의 가사를 직접 따라서 불러보면 느낄터이지만, 결코 쉬운곡이 아니다. 가사소절의 음절 템포사이에 여백이 많기 때문에, 각 소절 어느부분에서 가사를 시작하고 어느소절에서 끝맺음을 하는지의 해석과 호흡을 정하기가 상당히 애매한 곡인데, 소향은 정말 잘 해석해서 불렀다.
TV를 별로 안 보는 편이고, 게다가 '나가수' 프로그램 주류 가창이 내 '취향' ( 내 취향은 주로 밴드 / 그룹 사운드)과는 다르기 때문에 나는 소향에게 그다지 관심은 없었다 그저 건성으로 이름만 아는 정도였다.
프로그램 '나가수'에서 소문난 '소향' 의 별명이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 라고 했는데 나 역시도 공감한다. 그리고 그런 창법 역시나 나의 건성스러움을 부추켰다. 왜냐면 나는 '머라이어 캐리' 처럼 꺽고, 돌리고 칭칭 휘감기는 아메리칸 R & B (리듬 & 블루스) '기교파 스타일' 가창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인공 조미료 범벅된 작위성 '가미' 보다는, 있는 그대로 나오는 천연의 발성을 나는 선호한다.
양념이 너무 많이 들어가도 안되고, 그렇다고 밋밋한 맛도 않되고, 여하튼 소리에 관한한 좀 까탈스럽게 가리는 편인지라, 여간해서 나는 쉽사리 유행음악에 꽂히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한번 꽂히면 거의 평생 듣는 편이다. 그런데 이 곡에 꽂혔다. 아주 '찌르르~' 하게.
'애절하면서도 담담하게'.
이 곡과 가창에 쏟아진 네티즌들의 공통 찬사다. 나 역시 대번에 여기에 꽂혔다. 곡과 가창 모두 '절제미' 의 걸작이다. 절제될 수록 여운이 아주 길고도 오래간다.
'애절하면서도 담담하게'- 이게 정말 어렵고 까다로운 거다.
'머라이어 캐리' 가창을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는 담백하지가 않고, 너무 휘감거나 질퍽한 맛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라는 소향은 이곡에서 별명과는 다르게 매우 절제된 가창을 한다. 그래서 여운이 아주 오래가도록 정말 잘 불렀다. 애절하면서도 청아하고 또한 청량하기도 하다.
동시대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 의 힘있고 풍성한 음색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머라이어 캐리' 음색은 고음역이고, 가늘고 대역폭도 좁은 편이다. 그래서 변화가 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음량이 풍부하지 못하고 기교적 변화로 치우치게 되면 담담한 맛은 오히려 떨어지고 현란함이 돋보이게 된다. 이러한 현란함이 오히려 여운을 길게 남기지 못한다.
애절함을 극대화 시키는 것은 그 반대의 요소인 담담함인데 소향이 이 맛을 정말 잘 배합하고 살려서 불렀다.내공있는 가창력이다.
대체로 동양여성의 음색이 가늘고 대역폭이 좁기 때문에 내공이 낮으면 자칫 청승맞고 처량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청아' 한 게 아니다. 굴절되면 '청아' 할 수 없다. 담담해야 하는 것이다. 담담하려면 절제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절제를 하게 되면 미처 '청아' 할 겨를도 없이 소리가 아예 죽어버리는 모순이 생긴다.울림( = 공명현상) 이 있어야만 '청아' 함도 느낄 수가 있는 건데. 울림이 있다는 것은 목소리가 죽지 않고 쭈욱~쭉 뻗어나가야만 그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여러가지 상충 요소를 잘 살린다는 것은 한마디로 '내공' 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여성 음색의 가장 큰 특징과 매력이 '청초함'이다.
서양 여성처럼 음색이 풍부하지는 않고 대역폭도 좁다. 대역폭은 좁지만 동남아나 태국인종이 조상인 중국인처럼 '목구멍 조이는' 뾰족한 소리는 아니다. 고운소리다 이것이 청초함이다.
" 아무것도 어떤 것도 눈에 보이질 않아
가려진 어둠속을 혼자 걷네
내 아픔도 내 슬픔도 모두 가져가버릴 오직 단 하나 "
위의 가사대목에서
마치'매화'가지처럼 가녀린 음색이지만, 절제된 꽃망울속에 맺혀 있다가 차가운 밤공기를 뚫고 힘있게 뻗어나가서 다시 맺히는 한줄기 청아한 향기같은 목소리에서 돋보이는 그 청초한 애절함은 정말 감동이다.
첫댓글저는 더이상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소양의 가창에 대해서 논하기는 무리가 있죠. 하지만.. 적어도 나가수 시즌2를 꾸준히 시청했던 사람으로서 최소한 나가수의 무대만 놓고 한정했을 때의 소향은 아프로만님께서 말씀하시던 기교파라는 부분과 함께 또 한가지의 특징이 있었습니다. 바로 '감정과잉'이 표정에서 드러난다는 것이죠.
그래서 '애절하면서도 담담하게'라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절제와 폭발의 균형을 아슬하게 잡는 그런 역량은 아직 부족한다고 리뷰를 한 바 있습니다. 그걸 뛰어넘는 것이 소향의 보컬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봤죠.
그런데 아프로만님께서 이토록 극찬하시는 걸 보니.. 그동안의 나가수 무대가 소향에게는 꽤 좋은 공부가 되었나 봅니다.
물론 저처럼 '표정'으로 보컬에 대한 것을 논한다는 건 자칫하면 오해의 소지가 무척 크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표정'과 '감정 표현'을 논한 것은 이소라나 임재범의 무대에서 느꼈던 전율을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저같은 사람 조차도 빨려드는 무대 장악력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죠. 그 흡인력이라는 건 보컬의 '기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바로 '인생'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에전에 무브온에서도 썼던 얘기였습니다만 영악한 신정수 덕택에 우직한 김영희는 너무 많은 손해를 봤습니다. 그 억하심정 때문에 제대로 연출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게 갈수록 눈에 보이더군요. 나가수라는 무대와는 별도로 그래서 저는 김영희 피디에 대해 무척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소향은 볼 때마다 늘 아쉬운 것이.. 감정을 토해내는 것과 감정을 폭발하는 것에 대한 균형을 아직은 스스로 못찾고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조규찬이 늘 말했지만 음악은 “절제”에서부터 출발해서 단 한 포인트에서 폭발적으로 터뜨리는 지점 한 곳에 집중해야 하는 법.. 그래서 소향의 보컬은 감정과잉이라는 약점을 언제쯤 떨쳐 버릴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누구나 선호하는 '편식' 이 있는데 ('편견' 과는 뉴앙스 가 다른 의미 ). 저의 직선적인 '록 & 메탈' 선호'편식' 에서 굴절이 많은 R&B 는 좀 배제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R & B 주류인 '나가수' 자체를 별로로 여기는 성향 입니다
소향의 '감정과잉' 은 저도 그런 Feel을 느꼈는데, 저는 그 원인을 '대역폭 좁음' 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지는 효과라고 봅니다. 감정과잉으로 치면 박정현이 더 하죠 그런데 박정현은 음색과 음량의 폭발력이 기본적으로 크기 때문에 그것이 과잉이 아니라 본색으로 소화되는 겁니다.
그에 반해 소향은 그 크기가 작습니다. 본문에서 휘트니 휴스턴 과 머라이어 캐리 비교처럼 요
대역폭이 적은 음색이 '청초함' 에는 오히려 기가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즉.. 여운이 길게 남아야 하는 이런 곡 이 소향 '본연의 음색' 과는 딱 맞는 곡인 거죠. 소향을 위해서 만든 곡이라고 해도 진배가 없습니다.
그래서 과잉할 필요가 없죠. 소향은 이곡을 아주 담담하게 불렀습니다. 애절함이 오히려 극대화 되었고, 원래의 청초한 음색을 비교적 직선가창 으로 힘있게 뻗어 나가다 보니까 울림 (공명현상) 이 생겨서 '청아' 한 느낌까지 발산 합니다. ( 네티즌 평에서 '청아' 하다는 평이 꽤 많이 나옵니다 )
기가 막히게 잘 만난 곡이고 잘 해석한 가창 입니다. 정말 잘 어울리구요. 찌르르~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걸작 입니다
첫댓글 저는 더이상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소양의 가창에 대해서 논하기는 무리가 있죠. 하지만.. 적어도 나가수 시즌2를 꾸준히 시청했던 사람으로서 최소한 나가수의 무대만 놓고 한정했을 때의 소향은 아프로만님께서 말씀하시던 기교파라는 부분과 함께 또 한가지의 특징이 있었습니다. 바로 '감정과잉'이 표정에서 드러난다는 것이죠.
그래서 '애절하면서도 담담하게'라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 절제와 폭발의 균형을 아슬하게 잡는 그런 역량은 아직 부족한다고 리뷰를 한 바 있습니다. 그걸 뛰어넘는 것이 소향의 보컬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봤죠.
그런데 아프로만님께서 이토록 극찬하시는 걸 보니.. 그동안의 나가수 무대가 소향에게는 꽤 좋은 공부가 되었나 봅니다.
물론 저처럼 '표정'으로 보컬에 대한 것을 논한다는 건 자칫하면 오해의 소지가 무척 크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표정'과 '감정 표현'을 논한 것은 이소라나 임재범의 무대에서 느꼈던 전율을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저같은 사람 조차도 빨려드는 무대 장악력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죠. 그 흡인력이라는 건 보컬의 '기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바로 '인생'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좀 다른 얘기를 해볼까요? 에전에 무브온에서도 썼던 얘기였습니다만 영악한 신정수 덕택에 우직한 김영희는 너무 많은 손해를 봤습니다. 그 억하심정 때문에 제대로 연출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게 갈수록 눈에 보이더군요. 나가수라는 무대와는 별도로 그래서 저는 김영희 피디에 대해 무척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생각나는 김에 소향의 무대에 대해 평했던 미투 포스팅을 옮겨 봅니다.
"소향은 볼 때마다 늘 아쉬운 것이.. 감정을 토해내는 것과 감정을 폭발하는 것에 대한 균형을 아직은 스스로 못찾고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조규찬이 늘 말했지만 음악은 “절제”에서부터 출발해서 단 한 포인트에서 폭발적으로 터뜨리는 지점 한 곳에 집중해야 하는 법.. 그래서 소향의 보컬은 감정과잉이라는 약점을 언제쯤 떨쳐 버릴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누구나 선호하는 '편식' 이 있는데 ('편견' 과는 뉴앙스 가 다른 의미 ). 저의 직선적인 '록 & 메탈' 선호'편식' 에서 굴절이 많은 R&B 는 좀 배제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R & B 주류인 '나가수' 자체를 별로로 여기는 성향 입니다
소향의 '감정과잉' 은 저도 그런 Feel을 느꼈는데, 저는 그 원인을 '대역폭 좁음' 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지는 효과라고 봅니다. 감정과잉으로 치면 박정현이 더 하죠 그런데 박정현은 음색과 음량의 폭발력이 기본적으로 크기 때문에 그것이 과잉이 아니라 본색으로 소화되는 겁니다.
그에 반해 소향은 그 크기가 작습니다. 본문에서 휘트니 휴스턴 과 머라이어 캐리 비교처럼 요
소향 의 다른 팝가창 - Power Of Love, 나 You Raise me Up 부른 것을 유투브에서 들어 보면 음색과 음량의 대역폭이 적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대신 상당히 높은 고음역 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머라이어 캐리' 별명이 붙나 봅니다.
그런데 한국여성음색이 머라이어 캐리일 수는 없죠. 그러니 부족한 출력 때문에 안간힘을 쓰는게 과잉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머라이어 캐리' 라는 칭찬은 고로 오히려 '독' 이 될 수 있는거죠.
소향의 음색에서 오히려 발견되는 것은 박정현 보다도 청초하고 청량하다는 겁니다. 이럴때는 대역폭이 좁은 음색의 장점 인거죠
대역폭이 적은 음색이 '청초함' 에는 오히려 기가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즉.. 여운이 길게 남아야 하는 이런 곡 이 소향 '본연의 음색' 과는 딱 맞는 곡인 거죠. 소향을 위해서 만든 곡이라고 해도 진배가 없습니다.
그래서 과잉할 필요가 없죠. 소향은 이곡을 아주 담담하게 불렀습니다. 애절함이 오히려 극대화 되었고, 원래의 청초한 음색을 비교적 직선가창 으로 힘있게 뻗어 나가다 보니까 울림 (공명현상) 이 생겨서 '청아' 한 느낌까지 발산 합니다. ( 네티즌 평에서 '청아' 하다는 평이 꽤 많이 나옵니다 )
기가 막히게 잘 만난 곡이고 잘 해석한 가창 입니다. 정말 잘 어울리구요. 찌르르~ 전율이 느껴질 정도의 걸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