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캥캉푸아 거리에 있는 '당 르 누아르'는 매우 특이한 식당이다. 영업시간이지만 식당 안은 정상인도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하다. 빛 한줄기도 없다.
이 식당을 설립한 에두아르 드브로글리 사장은 "후각과 미각을 통해서만 음식 맛을 느끼고, 곁에 앉은 사람들도 외모로 미리 판단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또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통해 선입견을 없애라는 뜻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당 르 누아르는 '어둠 속에서'란 뜻이다. 이 식당은 시각장애인협회와 제휴, 협회를 통해 시각장애인 10명을 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수익의 10%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쓴다.
음식값은 다른 중급 식당과 비슷하다. 기본코스에 간단한 음료를 곁들이면 50유로(약 6만5000원) 정도다. 점심 때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2명이 5분 정도 가벼운 안마를 해준다.
지난 4일 오후 8시쯤 이 식당을 찾았다. 웨이터 올리비아 포르트네르(38.여)가 손님을 맞기 위해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다. 포르트네르는 "서빙을 시작한 지 8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손님을 맞이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빙 도중 전혀 앞을 보지 못하는 손님들이 갑자기 손이나 몸을 움직여 식기에 부딪치지 않을까 걱정돼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님을 안심시키는 일을 할 때 특히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님에게 자리를 권하면 내 손을 꽉 잡고 천천히 앉으려고 한다. 그때마다 그들의 든든한 안내원이 된 내가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그는 법률사무소에서 시각장애인용 특수 컴퓨터로 문서 작성하는 일을 하다가 이 식당에서 시각장애인 종업원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했다. 그는 "처음에는 식당 구조를 익히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반복 연습을 하면서 점점 손님 모시는 일에 익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20시간 일하고, 한 달에 840유로(약 110만원)를 받는다. 많은 월급은 아니다. 포르트네르는 월급보다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격의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만족하는 눈치였다.
당 르 누아르는 갈수록 성업이다. 평일 저녁에 80명가량, 주말 저녁에는 100~120명의 손님이 찾는다. 한 손님은 "시각장애인과 음식, 더 나아가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드브로글리 사장은 "올 7월에는 런던,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브뤼셀에도 가게를 낼 생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