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소래포구는 1930년대 국내 최대 염전에서 현재 수도권 유일 습지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만수동에서 논현동을 잇는 4.4km의 자전거도로는 소래포구의 역사와 자연을 만끽하는 길이다.
소래길을 따라 이어지는 4.4km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자전거 바퀴가 흥겹게 굴러가고 있다. (이윤정기자)
두 바퀴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출족(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휴일이면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급격히 증가했다. 자동차도로는 다이어트를 하고 대신 자전거길을 살찌우겠다는 각 지자체들의 계획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나서서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지만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공간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건설교통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한 인천 소래길 자전거도로는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은 물론, 역사와 자연이 숨 쉬는 유쾌한 길이다.
도로와 도로 사이, 자전거를 위한 길
인천광역시 남동구 만수동과 논현고잔동을 잇는 길. 위로는 영동고속도로가 시원스럽게 길을 내고, 아래로는 광역시도 ‘소래길’이 소래포구까지 안내한다. 거침없이 달리는 두 자동차도로의 위용 속에 두 개의 바퀴가 출사표를 던졌다. 2002년 영동고속도로와 광역시도 사이에 6m 폭으로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인천광역시청이 소래포구를 찾는 관광객의 통행편의를 위해 만든 소래길을 따라 4.4km의 길이로 이어진다.
1994년까지 협궤용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소래철교 (이윤정기자)
주말 아침 가을바람을 가르는 자전거의 향연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유쾌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은 자전거 이용객이 이곳을 자주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안전성이다. 자전거길 바깥쪽으로 화단과 휴게시설이 잘 조성돼 있어 자동차도로와는 완전히 분리된 느낌을 줄 뿐더러 왕복도로로 구성된 길은 사고 위험성을 줄여준다. 최근 인근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온 한찬호씨(70)는 “일반 공원보다 길이 넓고 왕복으로 통행할 수 있어 안전성만큼은 최고”라며 “일주일에 3~4번씩 운동 삼아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고 말한다.
갯벌이 들려주는 자연 이야기 소래습지생태공원
소래길 자전거도로의 두 번째 매력은 자연의 이야기를 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래포구에 다다를수록 코끝을 맴도는 갯내는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선 근처 풍경과 상반된 느낌을 자아낸다. 개발과 보존이 함께하는 소래포구는 변화와 복구가 공존하는 곳이다.
1930년대 전국 제일의 염전이 들어섰던 소래포구의 소금 생산은 1997년 이후 아예 중단됐다. 이후 폐염전은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다양한 염생식물과 철새, 양서류, 곤충이 자생하는 갯벌로 살아났다. 인천시는 갯벌 77만㎡, 폐염전 79만㎡ 등 모두 156만1000m² 규모의 소래포구 상류에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습지·갯골·초지(草地)·염전·전시관 등으로 구성된 공원은 쉬엄쉬엄 걸어서 둘러보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갯벌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 수도 있어 소래길 자전거도로에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습지생태공원을 찾는 발길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소래포구와 수인선 열차, 역사를 실은 소래길
자전거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소래포구가 있다. 이곳에서 자전거길의 세 번째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인천에서 수원을 잇는 협궤열차가 다닌 철교가 그대로 남아역사의 기억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소래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인선은 1995년 12월 31일 영업이 중지됐지만 바다 위 철교는 철거되지 않고 소래포구까지 연결되는 통로역할을 하고 있다. 폭 2.5m, 길이 120m의 철교는 각종 물건을 파는 상인과 소래포구를 찾는 시민으로 늘 북적인다.
소래포구는 주말이면 다양한 어패류를 사고파는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가을 꽃게가 제철을 만난 어시장은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할 정도로 사람이 모여들었다.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사이로 사람들은 혼잡하게 오고 가며 장을 보고 요기를 한다. 즉석에서 회를 떠서 길거리에 앉아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보인다. 불편한 통행과 상술에 얼굴이 찌푸려지다가도 시끌벅적한 재래시장을 보는 재미에 발걸음이 멈춘다. 갈매기가 날고 갯내를 풍기는 소래포구는 재래시장의 전통이 남아있는 곳이자 아파트와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는 신도시다. 두 바퀴로 즐기는 소래길 여행을 떠나면 역사와 자연, 그리고 인천의 변화상을 모두 담아갈 수 있다.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가는 길/ 인천 제물포역에서 21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소래포구까지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서울역에서는 1301번 광역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동차를 몰고 올 경우에는 영동고속도로에서 월곶IC로 나와 소래길로 들어서거나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IC나 시흥IC에서 나와 소래포구 쪽으로 오면 된다.
도로와 도로 사이 자전거길 인천광역시 남동구 만수동과 논현고잔동에 걸쳐 영동고속도로와 광역시도 ‘소래길’ 사이로 4.4km 구간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조성돼 있다. 거침없이 달리는 두 자동차도로의 위용 속에 두 개의 바퀴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길이 나 있는 것이다. 자전거길 양 옆으로는 화단과 휴게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시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윤정기자)
시민의 휴식처 소래길을 따라 이어진 폭 6m의 자전거전용도로는 자전거가 왕복으로 지나다닐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자전거길 양옆 화단에는 나무, 잔디, 꽃등이 심어져 있고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와 휴게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소래습지생태공원 입구가 보인다. 도심지와 마찬가지로 아파트단지가 들어섰지만 갯내가 풍기는 자연과도 가깝게 연결돼 있다. (이윤정기자)
자전거로 만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소래길 자전거도로는 건설교통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 선정한 곳이다. 2002년 조성된 이 길은 자전거 이용객이 급격히 늘고 있는 요즘 더욱 사랑받는 길이 되고 있다.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자전거길이 자동차도로 바로 옆에 있지만 완전히 분리된 느낌이 들고 안전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한다. (이윤정기자)
소래염전 1930년대부터 운영되던 소래염전은 한때 국내 소금시장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1997년부터는 소금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이후 폐염전은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다양한 염생식물과 철새, 양서류, 곤충이 자생하는 갯벌로 살아났다. 인천시는 갯벌 77만㎡, 폐염전 79만㎡ 등 모두 156만1000m² 규모의 소래포구 상류에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인천시청 제공)
가을꽃게 꽃게 금어기는 산란철인 7월초~8월말 경이다. 가을에 접어들자 서해에서 갓 잡아온 신선한 꽃게가 소래포구 어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여름을 보낸 가을꽃게는 특유의 반짝이는 몸을 자랑하며 연신 다리를 움직여댄다. 종종 힘 있는 꽃게들이 길가로 탈출해 지나가는 사람이 주워 담아야 할 정도다. (이윤정기자)
전어의 비상 소래포구 어시장의 전어를 파는 가게. 한 통 가득 담겨진 전어의 움직임이 다채롭다. 상인의 호객행위보다 파닥파닥 물을 튀기는 전어가 더욱 사람의 이목을 끌어 모은다. 신기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유독 힘차게 움직이던 전어 한 마리가 마치 포즈라도 취하듯 뛰어오르면서 고개를 내밀었다. (이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