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날선 질문공세에 다양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연합
여야는 21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세종시 발언을 놓고 격돌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정 후보자의 병역면제, 세종시 관련 발언 등에 대해 파상공세를 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 후보자에게 질의시간을 할애하면서 발언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세종시 건설과 관련, "장차관 모임 등을 할 때도 많은 인력들이 한군데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등 비효율적"이라며 자족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정 후보자는 "앞으로 약 20년간 22조5천억 원, 혹 그 이상의 돈을 써서 세종시가 자족적 도시가 못 된다면 그 돈을 쓴 것에 대한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게 나와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이라며 "충청도가 고향이다. 충청도에 불리하게 일을 안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세종시를 좀더 자족적인 도시로 만드는데 필요하다면 예산을 22조 원 이상 쓰도록 할 것"이라며 "세종시 원안 여부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병역면제와 관련,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당시 병역법 44조에 따르면 부선망 독자(아버지를 일찍 여읜 외아들)와 독자, 양자 등은 6개월 보충역으로 복무기간이 줄어드는 혜택을 받는다"며 "이 혜택을 받기 위해 양자로 입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병역법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하면서 "71년 출국 당시에 병무청의 허락을 받고 나갔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미국 마이애미대학에 제출한 입학허가신청서에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기재한 이유에 대해 "지금은 미국의 군대가 지원제이지만 당시에는 월남전으로 징병제였다"며 "아주 엄밀하게 말하자면 저는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면제(exempted)하고 할 것이 아니라 '해당사안 없음'으로 하면 되는데 '당신 군대 안가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썼다"고 해명했다.
강운태 민주당 의원은 정 후보자의 3년간 수입이 지출보다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자산이 3억2천만 원 증가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지난 2006년~2008년까지 외국서 한 강연과 세미나에서 수입이 상당히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모자 제조업체 Y사 회장이 (후보자에게) 용돈을 간혹 준 것으로 돼 있다"고 강 의원이 질의하자 "해외에 나갈 때 한두 번에 걸쳐 '너무 궁핍하게 살지 말라'고 소액을 준 적이 있다"며 "두 번에 걸쳐 1천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경쟁에 뒤쳐진 사람은 배려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며 "좋은 인상을 받고 (총리로서) 모셔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총리직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