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원시인류의 언어에 “기슭, 크고 넓은 땅, 마을”을 가리키는 말이 몇 개 있었던 바, 그 중 [슬/sur] 정도로 발음되었던 말도 있다.
그
흔적은 마을을 나타내는 현대한국어 [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밤실’이나 ‘덕실’의 [-실]은 마을을 나타내는 말이다. 전북 ‘임실’이나 수원
‘호매실’의 [-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실]은 “큰 마을”을 의미하는 말이란 얘기다.
강원도
춘천의 김유정 문학촌은 실레마을에 자리하고 있는데, [실레]도 같은 어원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증산(甑山)은
[시르뫼]를 한자로 옮긴 것이다. 甑(증)은 ‘시루 증’ 자다. 떡을 찔 때 쓰는 사각형 틀이다. 산의 모양이 떡시루처럼 생겨서 증산이라
했을까? 아니다. 한자 甑(증)은 사음훈차하여 쓴 것이다. 그러므로 한자 뜻을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 앞에서 말한 [슬/sur]의 변음인
[실/시르]음을 나타내기 위해 “시루 甑(증)” 자를 쓴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시르뫼(=증산)란 지명은 “큰 산”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기실은 “큰
산”이라기보다 “큰 마을”로 해석함이 더 타당하지만 설명을
생략한다.
[시드물]이란
지명도 있다.
(*
pennom 블로그 참조. http://blog.naver.com/pennom/60196620240
)
충남
금산군 군복면 내부리의 [시드물] 마을
충남
보령시 청소면 才井里의 [시드물] 마을
경북
봉화군 법전면 楓井里에 [시드물] 마을
그리고
인천 연수구 만석동의 [시드물] 마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실/싣]의 발음은 쉽게 부전(浮轉)되었고 [싣]을 연진(延陳)발음한 것이
[시드]라고 하면 된다. 부전(浮轉)이나 연진(延陳) 같은 생소한 용어에 고개를 갸우뚱하실 테지만.
자,
현대한국어에서 “싣다”라는 동사를 예로 들어보겠다.
기본형은
“싣다”이고 그 어미활용은 “싣고, 싣지, 싣어, 싣는....” 등으로 될 것이다.
‘싣+어’의
발음은 [실어]처럼 하며, 표기도 ‘싣어’가 아닌 ‘실어’로
한다.
‘싣+는’의
발음은 [신는]처럼 하되, 표기는 본래의 ‘싣는’으로 한다.
왜
이런 복잡한 현상이 생겨난 것일까?
그러한
의문을 한번이라도 품어본 적 있는가?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원시인류)의 발음이 그렇게 오락가락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싣다”라는
동사의 활용에서 보면 [싣/실/신]의 발음이 넘나들고 있다.
한글은
물론이고 한자나 메소포타미아 쐐기문자조차도 없던 옛날,
원시인류의
언어에서는 [sid/sir/sin...]의 발음이 혼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표기할
문자가 없으니 그 발음이 조금씩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싣/실/신...]을
늘여서 연진발음하면 [시드/시르/시나...]가 된다.
다시
말해, [시드물]은 [싣물(실물)과 같은 말인 것이다.
설명이
길어서 생략하겠는데, 여기 쓰인 [물]은 水(water)가 아니다. 村(town)이다. 현대한국어 ‘마을’의 어원이다. 일본어로 촌락을
[むら/무라]라 하는 바, 모두 같은 어원에서 비롯된 말이다.
정리해
보자.
고대
인류의 언어에 [실/sir]이라는 말이 있었다. ‘큰 마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중국어 市[시], 한국어 [실], 일본어 [しろ/시로]는 모두
그 동일한 어원에서 분화가 된 것이다.
[실]은
[싣]과 몹시 헷갈렸고, 쉽게 넘나들어 혼용이 되었다. [싣]을 연진발음한 것이 [시드]이다.
고대 인류의 언어에 [물/mur]이라는 말도 있었다. 역시 ‘큰
마을’을 가리켰다. [시드+물]로 중첩한 말이 [시드물]이다. 그 뜻은 “큰 마을”이다.
고유어로
된 그 이름을 표기할 수단이 마땅히 없어 한자를 빌려서 표기할 때에 부득이 “우물 정(井)”자를 사용한 것일 뿐, 실제로 그곳에 우물이 있었기
때문에 유래된 지명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덧붙이건대,
시르뫼의 [뫼(메)]도 산이 아니라 촌락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뫼, 실메, 설뫼, 설미, 시르뫼, 시루메, 싣물, 실물,
신말...] 등은 모두 “큰 마을”을 가리키는 말로 동일한 지명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