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 와 빠삐뽕
2012.2.4
날, 조금 아는 사람들은 내가 요양원 근무를 시작하며
빠진 살이, 힘들기 때문이라 짐작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난 내가 오래한 장사보다, 차라리 이 직업이 편하다.
출 퇴근의 정해진 시간이 있고, 휴일들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빠진 살은 순전히 걷기 운동 때문이다.
날 많이 아는 사람은 그걸 안다.
우리 요양원의 한 방에 할머니 네분이 계시는 데.
4인 4색이다.
한 어르신은 빠삐용처럼, 하루 왼 종일 탈출구만을 찾아 혜매신다..
보따리도 다 싸놓으셨다.그래서 우리도 뽕여사님은 차표만 끊으시면 가신다고 하며 웃는다.
그래서 난, 별명을 빠삐뽕이라고 지었다.
또 한 할머니는 빠삐용 영화의, 실로 매달은 안경을 쓴 드가처럼
그저 포기하고 궁시렁대며 하루하루를 보내신다..
그러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하며 선창을 하면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 고개를 옆으로 갸웃갸웃 하시며
흥을 돋우시며 목청 높여, 꾀꼬리같이 부르신다.
한 할머니는 자신의 소지품은 아무도 손을 못대게 간수하시는 분이다..
커다란 박스를 갖다 드리니 엄청 좋아하시며..
그 잔꽃 무늬, 식사때 쓰는 앞치마를 다 거기다 모아 놓으신다.
또 한분은 잠으로 세월을 보내신다..
'어르신 밥이요'하면 벌떡 일어나셔서, 밥을 썩썩 비벼서 잘도 드시고
약도 그 작은 손에 하나 가득 되는 양도, 오물오물 하시며 꿀꺽 넘기신다.
그리곤 단 두가지 '똥이 안 나와, 똥이 안 나와'
'잠이 안 와, 잠이 안 와'..
요 두가지가 본인의 걱정거리다..
늘 반복으로 하신다.
오늘도 난 10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왔다...
하루 종일 종종 걸음....
그러나 그 나약해져 가시는, 그러나 먹을 것을 보면
우리 더러, 먼저 먹으라고 손짓하시고
화장지 하나도 아껴쓰시는,
그 옛 어른들을 보면, 때론 눈시울이 뜨겁다.
집착의 끈을 놓다
지천명을 맞으며, 다 버린다 했던
집착의 끈을 아직도 쥐고 있었다.
가을비 맞으며 그걸 버리러갔다.
목도리 칭칭감아 돌리고
산길을 돌아 기도원에 갔다.
주여~주여~
목청껏 주를 불렀다.
그래...
난, 나일 뿐이다..
난, 내가 가진 걸 사랑해야 한다
여름의 끝|
2012.08.15. 11:48
여름의 끝
이렇게 금새 찬바람이
날 줄을 알고 있었으면서
여름의 그 땡볕이
왜그리 참기 어려웠는지
금새 고추잠자리 날고, 귀뚜라미 시원하게
울 줄 알았으면서도
여름의 그 지루한 장마와,후덥지근하던 공기가
왜그리 고통스러웠는지
이렇게 행복한 기분좋은 날들이
오리라 소망했으면서도
그 암울했던 연단에선
절망스럽기만 했는지
이렇게 모든 걸 내 머리로 다 알면서도
미래는 늘 신기루와 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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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의
나로 인하여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는게 행복이라 했다.
또 행복은 행복하기로 맘 먹은 자의 것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태어난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해야만 하는가?
그 행복에 목을 매다가 오히려 남과 비교하고 의기소침해 질 때도 많다.
행복 불행에서 초연한 상태가 오히려 행복한 상태일 것이다.
어제 24시간을 근무하고 오늘 맞는 휴식은 참 편안하다.
어떨때는 자신의 생을 마감하며 편히 누워있는 노인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그렇게도 앞일을 모르겠고 잘하는건지 잘못하는 건지 모르겠던 30대도 지나고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않는 것들에 절망하던 40대도 지나고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지천명을 지나고,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
이젠 누가 뭐라해도 눈 한번 꿈쩍하고 나면 이해가 되는 나이다
57세 나이가 되고 보니
사실 모정 우정 애정 모든 것들이 다 마음으로 하는 것들 이었다.
마음을 주는 것.
그 안에 행복도 있었다.
동풍을 품에 안고야~~
이건 의인 욥이 사탄으로 부터 무고한 연단을 받으면서
입으로는 하나님을 원망치 않았으나
마음속으로 하나님께 대한 울분을 가지고 있었던 걸 회개하는 마음이다.
오늘은 휴무날..
지난 5일간의 주간근무는 빡 쎘다.
아래로 내려 논, 컴에서는 제목도 가사도 모르지만...
내 20대에 귀를 즐겁게 했던 팝송들이 흐른다.
늘 날 감시하듯 관심갖는 엄마는 복지관으로 향하고..
난 따끈한 커피 한잔 마시며 글을 쓴다.
이게 행복이다, 생각해본다.
아들은 자신이 혼자 담은 김치를 사진까지 찍으며 카톡으로 보내며
즐겁게 러시아 생활을 하고 있고,
며느린 명랑한 목소리로 '어머니 별일없이 잘 지내시죠?'하며 전화 해온다.
남동생과 올케들은, 늘 날 의지하며 존경하듯 놀리듯 날 재밌어한다.
존 음식, 존 옷을 볼 때마다 날 기억해준다.
우연히 본 아침 티비서 나온 패널들은 '그때 그것을 알았더라면'
으로 얘기들을 나눈다..
탤런트 전원주는 연기 하나에 매진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산 것을, 연말 연기대상을 볼 때마다 후회한다하고
이금희는 그건 그녀가 여러 방면으로 재주가 있으셔서 그런다 하니..
여의 그 촌스런 웃음을 가감없이 팡~터트린다.
그래서 그녀가 좋다...
교수겸 의사인 한 연로한 신사는 자신이 너무 엄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한 학년에 30명의 학생을 낙제 처리한 걸 후회했다..
얼마든지 따스함으로도, 잘 가르치는 스승이 될 수 있었음을 후회했다.
엄용수는 수신제가하지 못 했음을 후회하듯 유머로 풀었다.
나도 나의 선택들을 후회하고 울분해 하던 때가 있었고.
그게 하나님의 십자가임을 알고, 달게 지겠다하며 연단받던 때가 있었고..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한 여자로써의 외로움에 울분하며
허무해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욥의 회개, 동풍을 품에 안고야~~
그렇게 감사하지 못하고 울분하고야...
목사님은 말씀하셨다..
욥은 자신이 받은 은혜보다 연단을 더 크게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그렇다, 나도 내게 주신 은혜가 더 큼을 안다...
2011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들을 결혼시키고야...비로써 난 뒤를 돌아 보았다..
때론 감사하고, 때론 슬프하고, 때론 허무하고, 때론 울분한다..
내가 왜?~~나만 왜?~~~
그러나 뒤를 돌아보는 일을 이제 끝내야지....
그렇게 울분하는 일은 끝내야 한다.
나에겐 더 많은 앞 날이 있을 테니까.....
지금도 팝송을 흐른다....
커텐도 아직 열지 않은 방안에....
때 맞춰...
'크레이지 러브'가 크게 흐른다.
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