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보고나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정말 오랜만에 어렸을 적 엘피판으로 듣는 클래식음악 같은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음악과 함께 물밑에서 무언가 올라온다.
강물에 빠진 트럭이 거꾸로 매달려 올라오며 영화의 첫 장면을 장식한다.이어서 남자의 해설이 곁들어지며 영화가 전개 된다.
한가로이 여유롭게, 조금은 나른하게 전개되는 휘슬스탑이라는 고즈녁한 마을로 담쟁이 넝쿨이 휘감겨져 있고 여기저기 낙서가 있는 나지막하고 낡은 건물이 보이는 마을 거기에 ‘휘슬스탑까페’라는 글씨가 보인다.
낙엽은 이리저리 바람에 뒹굴고 마을가운데 놓여진 철로에는 기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마을을 지나는 부부가 보인다.
화면에 나타난 뚱뚱한 중년부부의 눈동자는 서로의 관심사가 다른 듯하다. 권태와 무관심이 너무 익숙한 모습으로 반복된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부부인 듯하다. 그 중 부인 애블린의 모습은 무언가 새로움을 찾고 싶으나 변화가 두려운 인물을 표현한 것 같다.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여 초점 없는 불안한 눈동자로 보인다. 또한 가정에서는 남편한테 무시당하고 사회에서는 소외당하는 중년기의 허탈함과 자신감을 상실한 아줌마의 모습이 쵸콜렛을 늘 입에 물고 사는 모습으로 불만이 표출되고 있었다.
둘은 그 마을을 거쳐 남편 숙모가 계신 요양소로 간다.
그 요양소에서 우연히 만난 니니 할머니를 통해 휘슬스탑 마을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여성 잇지와 루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잇지는 일곱 살의 말괄량이로 장난기 많은 소년과도 같은 여자아이이다.
언니 결혼식에 예쁜 공주 드레스를 입기 싫어 투정을 부리고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결국 바지로 된 수트 정장을 입고, 언니의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많은 축하객들이 모인 뜰에서는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한편, 잇지의 오빠 버디가 평소 사랑하던 루스와 잇지 셋은 마을 산책길에 올랐다.
버디는 움푹 패인 곳을 가르키며 “ 저기는 원래 낚시와 수영을 즐기던 호수였는데 늦가을 오리 떼가 날아와 놀던 중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 그만 호수가 얼어붙어 버렸지 ...”
“ 그 오리 떼는 그만 얼어 죽었나요?” 루스는 슬픈 표정을 하며 물었다.
“아니 오리 떼들이 얼어붙은 연못을 매단 채 그만 날아가 그 연못은 조지아주인가로 옮겨가게 되었지”
까르르~ 까르르~ 루스와 잇지는 웃음을 터뜨리며 화사한 햇빛은 루스의 양산과 모자에 내리꽂고 있었고 그렇게 셋은 개울가를 건너고 있었다.
버디는 루스의 양산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 루스에게 키스를 하였고 잇지는 빙긋 웃으며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루스의 천사날개 같은 모자는 휙 날아가 철로에 떨어져버렸다.
버디는 철로가로 뛰어 내려가 안으로 안으로 자꾸 굴러가는 모자를 집으려하고 있었고 잇지와 루스는 그 모습을 보며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드디어 그 모자는 펄쩍뛴 버디의 손에 잡히고 말았고 기쁨의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샌가 다가오는 기차소리에 놀라 튀어나오려 했지만 버디의 발은 선로 사이에 깊숙이 빠져 있었고 버디의 신발은 수없이 많은 구멍을 통하여 조이는 끈으로 되어 있는 신발이었다.
기차소리의 경적과 버디와 루스의 울부짓는 소리가 함께 섞이는 동안 끔찍한 사고는 이미 수습할 수 없었다.
이렇게 루스와 어린 잇지는 충격적인 사건을 눈앞에서 겪고 만다.
자신의 어리광을 받아주던 유일한 친구이자 오빠가 기차선로에서 발이 빠져, 보는 앞에서 비명을 달리 하는 장면은 더 이상 보기 싫을 정도이었다.
오빠를 눈앞에서 구하지 못한 심한 상실감으로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사춘기를 겪으며 잇지는 부모에게도 동네사람들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도박과 술로 삐딱하게 성장하게 된다.
몇 년이 지나 오빠를 사랑했던 루스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며 남편 프랭크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루스를 빠져나오게 도와주어 잇지와 루스는 휘슬 스탑 까페를 열게 된다.
그동안 루스는 프랭크의 아들을 낳고 기르며 둘이 서로를 의지하고 우정을 쌓으며 서로의 아픈 상처를 감싸 준다.
틈틈이 프랭크가 나타나 몰래 자기 아들을 빼앗아가려고 하다가 흑인 하녀 씹씨와 스모키에게 폭행을 가한다.
이 과정 중에서 프랭크는 머리를 맞고 쓰러지게 되고 실종된다.
이후 잇지는 프랭크 살인 용의자로 몰려 재판을 받게 된다.
이렇게 잇지는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쓰게 되나 루스와 잇지는 서로의 믿음과 사랑으로 어려움을 이겨나가고 살인 혐의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편 루스는 암으로 2주의 시한부 삶을 선고 받게 되며 어린 아들에게는 사내대장부답게 씩씩하게 클 것을 다짐하며 잇지와 단 둘이서 임종을 맞이한다.
루스는 잇지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얼어붙은 오리떼 이야기를 들려 달라 한다. 루스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회상에 젖어들듯 편안히 눈을 감으며 임종한다. 잇지는 흐느껴 운다.
요양소에서 다짜고짜 니니할머니로부터 휘슬스탑 까페 이야기를 듣게 된 에블린은 니니할머니를 만날수록 두 여성의 삶과 니니할머니와의 대화속에서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가며 새로운 삶의 의욕을 찾아가게 된다.
자신을 쳐다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우울증에 빠진 나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찾아준 니니 할머니에게 피붙이보다 더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에블린과 니니의 대화속에서 정겨운 대사가 있다.
누구에게나 고향집이라는 그리운 추억은 있다는 대화이다. 니니할머니의 고향집은 커피랑 베이컨냄새가 나는 그런 고향집의 추억이 있었다. 또한 가족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프라이드 된 토마토가 먹고 싶었다.
에블린이 차려준 니니 할머니의 83번째 생일은 너무나 고왔다.
머리에는 반짝이는 종이로 만든 왕관이 씌여졌고 작은 케익과 튀긴 토마토가 준비되어 있었다. 튀긴 토마토를 먹으며 니니 할머니는 무척 행복해 하셨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젊었다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고 늙었다기에는 너무 젊은 여성인 에블린의 처지가 바로 나와 같기에 감정이입은 그대로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남녀의 사랑 이상으로 두 여성의 우정과 사랑이 진하게 감동을 주며 애블린과 루스와 그리고 잇지의 여성의 삶을 보면서 나 또한 여성으로서의 내 모습을 비추어 보고 인생이 무언가를 들여다보게 된다.
물안개처럼 뿌옇게 스쳐가는 나의 삶의 모습들..
대부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수 많은 시행착오로 점철된 나의 인생,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주춤주춤 뒷걸음치며, 앞서가는 이의 뒷모습만 바라보면서 오는 회한과 열등감들.ㅋ ㅋ
이제 내가 서있는 내 자리의 좌표를 점검해봐야겠다.
느리고 어리숙하지만 참 ‘나’를 찾고 어렸을 적 그 느림의 추억과 고요함에서 오는 안정을 찾아봐야겠다.
올 봄 어렸을 적 고향집을 찾아가고 싶다.
첫댓글 전에 써 놓았던 감상문인데, 어느새 아련한 추억으로 그리고 떠올리고 싶은 추억이기에 옮겨놓았습니다.
여러분도 이영화 감상해보시는 것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