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알파고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알파고의 등장에 충격을 받은 것은 이제껏 우리는 사람들간의 경쟁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기계와의 경쟁이라는 화두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일이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이제는 내 일이 기계에 밀리지 않을까, 나아가 내 직업 자체가 미래에 사라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죠.
이런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은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세간에서 떠벌리듯이 모두가 빅데이터 전문가나 컴퓨터 전문가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보다 좀 더 원칙과 근거 중심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려면 "배우기 힘든 것"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 그럴까요?
알파고가 힘들어하는 또 반대로 자신있어하는 싸움이 뭔지 생각해 봅시다. 알파고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싸움이 있고 그렇지 못한 싸움이 있을 겁니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에게 유리한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위 5개의 조건들을 보면 뭔가 익숙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위 5개의 조건은 사실 인간이 학습하기 좋은 환경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위 조건을 많이 갖추고 학습할수록 인간은 학습이 효과적으로 빨리 됩니다.
이는 샨토가 발표한(Shanteau, J. (1992). Competence in experts: The role of task characteristic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53, 252–262.) 전문성이 드러나는 직업 특징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납니다. 피드백이 주어지고 작업이 반복되며 객관적 분석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 직업에서 전문성이 잘 드러납니다. 학습이 잘 일어나는 조건이죠.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학습 속도를 우습게 뛰어넘어 버립니다. 예컨대 의료 영상 진단을 보면, 이 분야는 컴퓨터가 인간의 퍼포먼스를 월등하게 뛰어넘습니다. 수백만명의 영상 기록을 분석해 사용하는 경우와 어떻게 대결을 하겠습니까.
여기에서 딜레마가 생기는 겁니다.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대체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제껏 학습하기 힘든 환경에서 학습하기 힘든 주제들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게 어떤 걸까요?
이곳은 소위 암묵지, 직관 같은 것들이 작동하는 영역들이지요.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말입니다.
이런 것들에 어떤 예가 있을까요?
이 부분은 옥스포드 대학에서 발표한 다음 논문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 미 노동부의 방대한 O*NET 데이터(직무역량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702개의 직종이 미래에 컴퓨터로 대체될 확률을 계산한 논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옥스포드대에서 머신러닝 연구자들을 데리고 어떤 직업이 컴퓨터로 자동화가 가능한지 평가하게 했습니다. 연구자들이 확신을 갖고 평가한 직업은 70개였고 대략 절반은 자동화 가능, 절반은 그렇지 않은 직업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기존 연구 리뷰와 워크숍을 통해 컴퓨터화에 병목이 되는 카테고리 3개를 선정했습니다. 그것은 지각과 조작, 창의적 지능, 사회적 지능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O*NET에서 해당 카테고리에 속하는 변수들을 9개 찾았습니다. 그 중 몇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그 외에는 수술 등 손으로 정교한 작업을 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 주).
정리하자면, 해당 직업에서 독창성, 사회적 민감성, 협상, 설득, 타인을 돕고 돌보기 같은 것들이 요구되는 수준이 높을수록 그 직업은 컴퓨터화하기 힘들다는 말인데, 이런 역량들이 바로 학습하기 쉽지 않은 것들입니다. 직관이나 암묵지가 많은 영역이지요. 단순히 오래 한다고 실력이 잘 늘지도 않고요(학습하기 힘드니까).
실제로 두 개의 직업을 예로 들어 봅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애플리케이션)와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이 두 개의 직업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우선 현재 맥락에서 명칭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실제로 거의 동일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프로그래머라고 호칭하는 사람도 있고(예컨대 켄트 벡) 반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O*NET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스펙대로 코드를 만드는 사람으로 잡고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반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설계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걸로 봤고요. 그럼 이 구분을 염두에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죠.
다음은 해당 논문의 부록 표에서 두 직업에 대한 항목을 옮긴 것입니다. 첫번째 순서는 등수, 두번째는 컴퓨터화 가능 확률, 세번째는 직업 구분자, 마지막은 직업명입니다.
130. 0.042 15-1132 Software Developers, Applications
293. 0.48 15-1131 Computer Programmers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컴퓨터화될 확률로 보면 702개 직업 중 낮은 확률순으로 130등으로 컴퓨터화가 어려운 직업에 속합니다(4.2%). 그런데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293등이고 확률은 48%로 컴퓨터화 확률이 꽤 높은 편이며, 이 연구의 분류상 "중위험군"에 속합니다.
명칭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떠나, 이런 결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O*NET의 설명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다른 사람이 준 스펙대로 개발하는 것을 주 업무로 설명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협상, 설득이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소프트웨어를 뭘 만들지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부분이 포함되며, 그 과정에서 타인과 인터랙션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독창성, 협상, 설득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죠. 협상을 예로 들면, 프로그래머는 요구되는 수준이 30점인데 반해, 개발자는 요구수준이 43점으로 13점이나 더 높습니다(참고로 이 직업별 요구수준은 O*NET에서 직업별 전문가가 응답한 것을 전문 분석가가 분석하여 만든 것입니다). 즉, 개발자는 더 높은 수준의 협상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지요.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내가 하는 일의 명칭이 뭐냐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매일 하는 일이 어떤 성격인가 하는 점이리라 생각이 듭니다. 명함에 선임 개발자(senior developer)라고 되어 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자신이 요즘 주로 하는 일이 혼자서 남이 시킨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라면 그런 스킬과 경력만 계속 쌓일 것입니다. 반대로 컴퓨터화하기 어려운 부분은 크게 성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커리어 경로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하겠죠.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하자면, 사실 사람들이 많이들 놓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현재 자신의 업무 상황 속에서 창의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설득하고 협상하고 하는 것) 일하지 않고 있는 기간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결국 자기 커리어에 막대한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며, 혼자서 딱 정해진 일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미래는 우리가 암묵지와 직관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잘 학습하는 사람들이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런 것들은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얼마나 잘하는가 판단도 하기 어렵습니다(그래서 더닝 크루거 효과 같은 것이 더 크게 나타나지요). 경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 분야에서 경쟁은 더 심해지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가운 소식은 이런 것들을 빨리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미 있다는 것입니다(이에 대해서는 자연주의적 의사결정론naturalistic decision making 학파와 적응적 전문성adaptive expertise/flexibility의 연구들을 참고). 우리는 앞으로 암묵지와 직관을 배우고 수련하는 방법을 배워야할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한다면 알파고랑 경쟁하기보다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추가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알파고를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암묵지와 직관,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잘하는 것이 핵심이 되겠죠. 즉, 알파고를 사용하는 주체는 또다른 알파고가 아닌 사람이 될 것입니다. 알파고가 하기 힘든 일을 해야할테니까요.
--김창준
이런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은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세간에서 떠벌리듯이 모두가 빅데이터 전문가나 컴퓨터 전문가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보다 좀 더 원칙과 근거 중심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려면 "배우기 힘든 것"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 그럴까요?
알파고가 힘들어하는 또 반대로 자신있어하는 싸움이 뭔지 생각해 봅시다. 알파고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싸움이 있고 그렇지 못한 싸움이 있을 겁니다.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에게 유리한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목표(Goal)가 분명하고 객관적으로 정해져 있고 정적이며
- 매 순간 선택할 수 있는 행동/선택의 종류(Move)가 유한하게 정해져 있고
- 매 순간 내가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알 수 있고(내가 한 선택의 피드백이 빨리 주어지고)
- 주로 닫힌 시스템 속에서 일하며(즉, 예상 못한 외부요소가 갑자기 들어오지 않는)
- 과거의 선택과 결과에 대한 구조화된 기록이 많은
그런데 위 5개의 조건들을 보면 뭔가 익숙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위 5개의 조건은 사실 인간이 학습하기 좋은 환경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위 조건을 많이 갖추고 학습할수록 인간은 학습이 효과적으로 빨리 됩니다.
이는 샨토가 발표한(Shanteau, J. (1992). Competence in experts: The role of task characteristic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53, 252–262.) 전문성이 드러나는 직업 특징에 대한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납니다. 피드백이 주어지고 작업이 반복되며 객관적 분석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 직업에서 전문성이 잘 드러납니다. 학습이 잘 일어나는 조건이죠.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학습 속도를 우습게 뛰어넘어 버립니다. 예컨대 의료 영상 진단을 보면, 이 분야는 컴퓨터가 인간의 퍼포먼스를 월등하게 뛰어넘습니다. 수백만명의 영상 기록을 분석해 사용하는 경우와 어떻게 대결을 하겠습니까.
여기에서 딜레마가 생기는 겁니다.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대체당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이제껏 학습하기 힘든 환경에서 학습하기 힘든 주제들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게 어떤 걸까요?
- 목표(Goal)가 모호하고 주관적일 수 있고 동적이며
- 매 순간 선택할 수 있는 행동/선택의 종류(Move)가 불확실하고
- 매 순간 내가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알기 어렵고(내가 한 선택의 피드백을 빨리 얻기 어렵고)
- 주로 열린 시스템 속에서 일하며(즉, 예상 못한 외부요소가 갑자기 들어오는 경우가 흔한)
- 과거의 선택과 결과에 대한 구조화된 기록이 별로 없는
이곳은 소위 암묵지, 직관 같은 것들이 작동하는 영역들이지요.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말입니다.
이런 것들에 어떤 예가 있을까요?
이 부분은 옥스포드 대학에서 발표한 다음 논문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 미 노동부의 방대한 O*NET 데이터(직무역량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702개의 직종이 미래에 컴퓨터로 대체될 확률을 계산한 논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옥스포드대에서 머신러닝 연구자들을 데리고 어떤 직업이 컴퓨터로 자동화가 가능한지 평가하게 했습니다. 연구자들이 확신을 갖고 평가한 직업은 70개였고 대략 절반은 자동화 가능, 절반은 그렇지 않은 직업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기존 연구 리뷰와 워크숍을 통해 컴퓨터화에 병목이 되는 카테고리 3개를 선정했습니다. 그것은 지각과 조작, 창의적 지능, 사회적 지능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O*NET에서 해당 카테고리에 속하는 변수들을 9개 찾았습니다. 그 중 몇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그 외에는 수술 등 손으로 정교한 작업을 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 주).
- 독창성(Originality) : 주어진 주제나 상황에 대해 특이하거나 독창적인 생각을 해내는 능력, 혹은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방법들을 만들어 내는 능력
- 사회적 민감성(Social Perceptiveness ) : 타인의 반응을 알아차리고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이해하기
- 협상(Negotiation) :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서로간의 차이를 조정하려고 노력하기
- 설득(Persuasion) : 다른 사람들이 마음이나 행동을 바꾸게 설득하기
- 타인을 돕고 돌보기(Assisting and Caring for Others) : 개인적 도움, 치료, 감정적 지지, 혹은 동료, 고객, 환자 같은 타인들에 대한 기타의 개인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
정리하자면, 해당 직업에서 독창성, 사회적 민감성, 협상, 설득, 타인을 돕고 돌보기 같은 것들이 요구되는 수준이 높을수록 그 직업은 컴퓨터화하기 힘들다는 말인데, 이런 역량들이 바로 학습하기 쉽지 않은 것들입니다. 직관이나 암묵지가 많은 영역이지요. 단순히 오래 한다고 실력이 잘 늘지도 않고요(학습하기 힘드니까).
실제로 두 개의 직업을 예로 들어 봅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애플리케이션)와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이 두 개의 직업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우선 현재 맥락에서 명칭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실제로 거의 동일한 일을 하면서 스스로를 프로그래머라고 호칭하는 사람도 있고(예컨대 켄트 벡) 반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O*NET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스펙대로 코드를 만드는 사람으로 잡고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반대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설계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걸로 봤고요. 그럼 이 구분을 염두에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죠.
다음은 해당 논문의 부록 표에서 두 직업에 대한 항목을 옮긴 것입니다. 첫번째 순서는 등수, 두번째는 컴퓨터화 가능 확률, 세번째는 직업 구분자, 마지막은 직업명입니다.
130. 0.042 15-1132 Software Developers, Applications
293. 0.48 15-1131 Computer Programmers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컴퓨터화될 확률로 보면 702개 직업 중 낮은 확률순으로 130등으로 컴퓨터화가 어려운 직업에 속합니다(4.2%). 그런데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293등이고 확률은 48%로 컴퓨터화 확률이 꽤 높은 편이며, 이 연구의 분류상 "중위험군"에 속합니다.
명칭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떠나, 이런 결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O*NET의 설명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다른 사람이 준 스펙대로 개발하는 것을 주 업무로 설명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협상, 설득이 크게 필요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소프트웨어를 뭘 만들지를 고민하고 설계하는 부분이 포함되며, 그 과정에서 타인과 인터랙션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독창성, 협상, 설득 등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죠. 협상을 예로 들면, 프로그래머는 요구되는 수준이 30점인데 반해, 개발자는 요구수준이 43점으로 13점이나 더 높습니다(참고로 이 직업별 요구수준은 O*NET에서 직업별 전문가가 응답한 것을 전문 분석가가 분석하여 만든 것입니다). 즉, 개발자는 더 높은 수준의 협상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지요.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내가 하는 일의 명칭이 뭐냐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매일 하는 일이 어떤 성격인가 하는 점이리라 생각이 듭니다. 명함에 선임 개발자(senior developer)라고 되어 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자신이 요즘 주로 하는 일이 혼자서 남이 시킨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라면 그런 스킬과 경력만 계속 쌓일 것입니다. 반대로 컴퓨터화하기 어려운 부분은 크게 성장하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의 커리어 경로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하겠죠.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하자면, 사실 사람들이 많이들 놓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현재 자신의 업무 상황 속에서 창의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에 관심을 갖고, 그들을 설득하고 협상하고 하는 것) 일하지 않고 있는 기간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결국 자기 커리어에 막대한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며, 혼자서 딱 정해진 일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미래는 우리가 암묵지와 직관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잘 학습하는 사람들이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런 것들은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얼마나 잘하는가 판단도 하기 어렵습니다(그래서 더닝 크루거 효과 같은 것이 더 크게 나타나지요). 경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 분야에서 경쟁은 더 심해지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가운 소식은 이런 것들을 빨리 학습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이미 있다는 것입니다(이에 대해서는 자연주의적 의사결정론naturalistic decision making 학파와 적응적 전문성adaptive expertise/flexibility의 연구들을 참고). 우리는 앞으로 암묵지와 직관을 배우고 수련하는 방법을 배워야할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한다면 알파고랑 경쟁하기보다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추가할 수 있을 겁니다. 근데, 알파고를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암묵지와 직관,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잘하는 것이 핵심이 되겠죠. 즉, 알파고를 사용하는 주체는 또다른 알파고가 아닌 사람이 될 것입니다. 알파고가 하기 힘든 일을 해야할테니까요.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