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림 제4주일 강론 : 예수님 탄생 예고(루카 1,26-38) >(12.24.일)
[정재성(사도요한)신부님 영명축일 성가대 축가 : 제목 - 사제]
* 드디어 오늘 밤에 구세주 아기 예수님이 세상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태어나십니다. 가브리엘 대천사가 나자렛 마리아에게 나타나 구세주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자,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마리아처럼 우리도 하느님 뜻에 따라 살기로 결심하며,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1. 2012년 8월, 청도본당에서 사목할 때 구역장, 반장들과 함께 필리핀에 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8월인데도 벌써 성탄 캐롤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성탄트리용품까지 팔고 있었습니다.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성탄 캐롤과 트리용품을 판매하는 나라는 필리핀 뿐일 것입니다. 그런데 1년 내내 성탄 캐롤과 트리용품을 판다고 했습니다. 필리핀사람들은 성탄만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성탄절 캐롤송을 유투브로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투브에서 < Christmas jazz >라고 치면 차분한 성탄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지난 12/16(토) 주일학교 은총잔치를 했습니다. 은총잔치 물건을 사려면 달란트가 있어야 하는데, 교리와 미사, 주일학교 전례에 참석해야 달란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은총잔치 첫 프로그램으로 기부행사가 있었습니다. 달란트가 많아도 다 못 쓰고, 아껴놨다가 내년에 쓸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기부를 적극 권했는데, 337,000원이 모였습니다.
또 자선주일 2차 헌금 중에서 일부는 교구에 보내고, 우리 본당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선금 534,450원을 합치니 871,450원이었습니다. 이 돈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연구하다가 루도비꼬집에 기부하면 좋겠다고 결론짓고, 12/23(토) 오전에 교사들과 학생 대표 7명 함께 가서 전달하면서, 루도비꼬집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듣고, 이곳저곳을 둘러봤습니다.
덩치는 어른이지만, 2-3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는 발달장애인 30명이 살고 있습니다. 내년 정부 사회복지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데, 자선비 주셔서 고마워 하셨습니다.
그곳에서 만든 소식지를 보니, 우리 본당의 4개 레지오 팀(로사리오의 모후, 사랑하올 어머니, 애덕의 모후, 성실하신 모후)도 거기서 봉사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다들 묵묵히 봉사활동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선비/ 봉사활동에 감사하며 박수!)
3. 마치 어린 아기를 출산하는 고통과 아픔을 느끼게 해주는, 무학고 3학년 (부장) 교사가 몇 년 전에 쓴 글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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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학고등학교에서 22년을 교사로 살고 있으며, 15년 동안 고3을 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고 3 담임으로 사는 시간은 항상 긴장의 연속입니다. 특히 11월, 12월은 수시 결과를 기다리면서 매일 마음 졸이며 삽니다. 불합격이라는 소식을 들으면 마치 교사인 제 탓인 것 같아, 학생에게 괜히 미안해지고 죄인이 된 기분이 듭니다. 수능 후에 고 3 담임들은 편안한 줄 알고 있지만, 수능 후에도 면접 연습, 합격자 발표로 여전히 분주합니다.
몇 년 전 고3, 1학기 기말고사 때 우리 반 학생 1명의 표정이 너무 참담해 보였습니다. 몇 번 질문하자 그 아이는 절규하듯이, 이런 말을 내뱉었습니다. “○○는 3시간 공부하고 만점인데, 저는 3주 꼬박 이 과목 하나만 공부했는데, 70점밖에 못 받았어요. 우리 부모는 왜 제게 이런 나쁜 머리를 준 거죠? 노력하면 된다면서요? 저는 뭘 해도 안 될 놈이에요.” 우는 녀석의 어깨를 다독이며 “그래도 너는 잘 될 놈이야. 걱정마라.”고 말하면서도 제 위로가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2010년에 졸업한 학생 1명이 3년 전, 학교를 방문해 후배들 앞에서 얘기했습니다. 그 애의 말 중에 아주 멋진 말이 있어서, 자주 그 말을 인용합니다. “수능장을 나오면서 난 정말 행복했다. 대학합격 소식 때보다 그때가 더 행복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희들도 그런 순간을 맞을 수 있길 빈다.”
교사로 살면서 많은 아이의 간절함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간절히 바라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 점이 늘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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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교에서 22년간 근무하며 고3 담임을 15년 했다니 정말 대단하고, 제 후배 신부의 누나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쓴 후에도 계속 고 3 담임을 맡았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도 이런 선생님들이 많아야 아이들이 훌륭하게 잘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4. 성탄을 맞이하면서 ‘크리스마스’(Christmas)의 뜻을 분명히 알아둡시다! 크리스마스를 ‘X-mas’라고 적곤 하는데, ‘엑스’는 ‘그리스도’라는 희랍어 단어 첫 글자이기 때문에 ‘엑스마스’라고 읽으면 안 되고, ‘크리스마스’라고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mas”는 “미사”라는 뜻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의 뜻은 ‘그리스도의 미사’입니다.
‘X’와 ‘P’를 합친 ‘키로’(☧) 문자가 성물방 입구 본당 안내판에 적혀있는데, ‘그리스도’라는 희랍어 단어의 첫째, 둘째 글자를 따서 만든 표시입니다.
5. 하느님은 보잘것없는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에게 가브리엘 대천사를 보내셨습니다.
성모송 첫 구절에 나오는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라는 표현은 가브리엘 대천사가 마리아에게 했던 인사말이었습니다. 천사가 갑자기 나타나서 마리아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라고 대답하며, 자신의 소명을 묵묵히 수행하셨습니다. 마리아처럼, 우리도 하느님이 맡기신 소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