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둥지 증후군'은
자녀가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직, 결혼과 같은 이유로 독립하게 되었을 때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말한다.
이 증상은 양육자의 역할을 맡았던 중년의 여성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그 자체가 질병은 아니지만 오래 지속된다면 심한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갱년기와 겹치는 시기의 중년 여성 중에는 '빈 둥지 증후군'으로 힘들어하면서
사는 것이 허무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못 느끼겠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인도 이런 증상을 겪었고,
나 역시 (약하게 지나가긴 했지만) 갱년기 초기에 그런 증상을 느꼈던 것 같다.
"불타는 트롯맨 공연 한다는데 보러 갈꺼야?"
"보면 좋지 뭐... "
"어떤 가수 좋아하는데... ?"
"손태진도 좋고 민수현도 귀엽고... "
'불타는 트롯맨'을 즐겨보는 나를 위한 남편의 배려다.
남자가수들만 나오니 이번에는 나 혼자 구경하고, 여자가수 공연이 있으면 내가 예매해 주기로 했다.
같이 가는 것도 좋겠지만... (그래도 신나게 즐기려면 혼자가 편하다. 앗싸~)
공연장 앞에는 저마다 좋아하는 가수들의 펜카페 회원들과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가수들의 굿즈(기념품)도 홍보하고 카페 가입하라고 권유도 한다.
좋아하는 가수가 있지만 펜카페 활동 경험은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그냥 보는 것으로 만족이다.
젊은 여성부터 중장년의 여성까지 펜들도 다양하고 각자 좋아하는 가수도 다르다.
빨 주 노 초 파 남색 등 저마다 가수를 상징하는 색의 옷을 입고 스카프를 하고 왔다.
딱 봐도 어느 가수의 펜인지 구분할 수 있다. 그 열정이 부럽고 신기하다.
저 나이에도 어린 학생들 못지않은 펜 카페 활동을 저렇게 열심으로 하는 것을 보니
그 열정이 부럽고 신기하다.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중에 옆에 앉은 여성이 손태진 가수의 얼굴이 담긴 생수를 한 병 건넨다.
펜카페에 가입했냐부터 가수의 품성까지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생전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공통점 하나로 대동단결이다.
한 부부는 아내가 모 가수를 좋아해서 남편을 펜카페에도 가입시키고 대전에서 천안까지 공연을 보러 왔다고 했다. 50대 중후반쯤으로 보인다.
아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함께 와 준 그 성의가 대단하다.
세 시간 남짓 즐겁고 행복한 공연을 구경했다.
뽕필 충만한 신나는 노래와 분위기 있는 음악으로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한다.
박수와 응원도 보내고 흥겹게 춤도 추면서 즐겼다. (남편도 없는데.. 뭐 어때?? 재밌으면 그만이지...)
앞 줄의 중년 부부도 아내가 모 가수를 좋아해서 같이 온 것 같다. 부부가 함께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옆 좌석의 중년 부부는 응원용 형광봉이 두 개다.
아내는 열심히 흔드는데 남편은 쑥쓰러운지.. 형광봉을 잡지도 않는다.
보아하니 아내가 가수의 펜이고 남편은 끌려온(?) 모양새다. 남편은 그다지 재미를 못 느끼는 듯.
음악소리와 환호가 울리는데도 잠을 잔다.
30여 분을 자더니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더니 공연 끝나기 직전에 들어온다.
어떤 이유에서건(자의든 타의든) 아내가 좋아하는 공연에 함께 와 준 그 남편도 칭찬받을 만하다.
사이좋은 부부가 되는 방법은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남편을 존경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늘 찾아서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탁구도 같이 쳐주고, 과일도 좋아하는 것으로 사다 준다.
발마사지도 좋아하니 발만 뻗으면 자동으로 마사지를 해 준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면 여행 계획도 일사천리다.
이럴 때 감사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고 사랑받고 있다는 충만감도 있다.
남편이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된다. 기브 앤 테이크.
예전부터 골프를 배워서 같이 다니자고 해서 2년 전 골프를 시작했고..
라운딩도,스크린골프도 같이 친다.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즐겁고 남편이 좋아하니 나도 좋다.
불타는 트롯맨 공연의 엔딩 곡은 '행복을 주는 사람'
언제 들어도 편하고 감동적인 노래다.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 행복을 주는 사람 가사 중에서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면서 행복했다. 남편은 내게 그런 사람이라서.. 더 좋았다.
상대가 행복해 하는 것을 찾는 마음도, 그것을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고 기쁨이다.
서로를 행복하게 하면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 깊어진다.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사랑, 관심만 있으면 된다.
사이좋은 부부 되기 연습은 작은 관심과 실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