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 자이니치에 대한 새로운 개안(開眼)을 제시하다

[정원탁]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민진 작가도 대단할 뿐만 아니라 『파친코』 책에 대하여 호평한 기사내용이 넘쳐났다.

조금 전 지인하고 점심을 같이 하면서 대화중에 그가 “이민진”작가가 쓴 『파친코』를 한 번 읽어보라고 내게 추천을 하여서 검색을 해 봤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민진 작가를 『오만과 편견』의 저자 “제인 오스틴”에 비견하는 등,

『파친코』 책 역시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 및 영국 BBC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파이낸셜타임스는 “평론가가 뽑은 최고의 책”이라 했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도 “대단히 매력적인 책” 등 호평 일색이었고,

케네디 전대통령 딸 캐롤라인 케네디 전 주일대사는 주인공 고한수의 캐릭터에 반했다는 등 등 관련 내용이 부지기수였다.

시대적 배경은 우리나라 1910년대부터 1989년까지의 이야기로 우리 근현대사와 4세대에 걸친 자이니치들의 생활상을 리얼하게 파헤친 걸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읽으면서도 줄곧 나는 이민진 작가가 예일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는 것과 일본에서 4년을 생활하면서 수십 명과 인터뷰하였다고 한 것에 주목했다.

원래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속성이 그렇지 않던가?

풍문의 ∼하더라 통신은 절대 믿지 않고, 자기가 보고 확인한 것만 믿고, 역사자료도 철저하게 검증되고 입증된 자료만을 신뢰하여 사실(fact)에 기초하는 속성

일본인들은 자이니치에 대하여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의 차별과 무시와 멸시를 넘어 일본 특유의 이지메 문화의 대상이 아니었나 싶다.

영원한 이방인으로서 자이니치의 생활 - 읽는 동안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로 참담한 생활상이었다.

첫 문장부터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범상치 않는 문장으로 시작된 이 책은 읽는 내내 흡인력이 대단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고 미국에 유학하여 컬럼비아대학을 졸업한 재일교포 3세(주인공 김선자의 손자 솔로몬)가 영국계 금융회사 일본지사에서 근무 중 아버지가 파친코(조직폭력배와 연루 개연성 때문임, 당시 조선인들이 많이 운영)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해명을 하려하자 직장 상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1989년).

“그러지 마, 변명할 필요 없어. 조선인들에게는 일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너희 아버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파친코를 선택한 게 분명해. 네 아버지는 후지나 소니에서 일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런 회사에서는 조선인을 고용하지 않잖아. 알지? 어이, 콜롬비아 대학생 청년, 사실 너도 고용해줄지도 의심스러워 일본의 많은 곳에서는 아직도 조선인을 교사와 경찰, 간호사로 고용하지 않아. 넌 돈을 많이 버는데도 도쿄에서 방을 빌릴 수도 없잖아”

- 본문 중에서 -

일본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사회고발적 성격이 있는 조금은 무거운 내용이라고 생각되는데, 일본인의 성문화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이 다루는 작가의 의중은 무얼까?

1960년대 후반 경에 내 고향 시골 이웃마을에 재일교포가 잠깐 귀국하여 목동2구 친척집에 머물면서 우리 모교인 고달초등학교에 음악기기(?)를 기증했다고 하는 어렴풋한 기억을 상기해 본다.

또한 언젠가 그 재일교포가 다시 귀국했을 때 목동 사람들이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를 한 번 대접하면 재일교포는 대접받았다는 보답으로 10만원(당시 꽤나 큰돈이라 판단됨)을 줬다는 얘기를 나는 들은 바가 있다. 그 때 목동에서는 돌아가면서 그 재일교포를 서로 모실려고 안달이다는 풍문도 같이 들었다.

6∙70년대만 해도 우리는 형편이 모두 다 어려웠던 시절 아니었던가!

그 때는 그 재일교포가 부럽기만 했었는데 자이니치에 대한 생활상을 알고 나니 나의 그 섣부른 생각이 무지의 소치로 후회를 넘어 짙은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그 재일교포는 감히 그 뛰어 넘을 수 없는 벽, 차별, 무시, 부당한 대우, 절망을 어떻게 감내하고 극복했을까?

[임채우]

원탁이 새해에도 건강하신가? 바쁜 현직에 매어 있으면서도 독서를 꾸준히 하는 친구가 대단하시네.
나도 연전에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읽었던 소설이었네.
하는 일마다 날로 번창하게 잘 되리라 믿으며
알찬 나날이 되길 기원하네.

[정원탁]

건강하시지 ?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 건강하고, 가내가 두루 만사 형통하기를 기원드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