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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촌면소재지에서 동쪽으로 도수리~염티고개~영동리를 거쳐 양평 땅 강하로
이어지는 길이 88번 지방도로다.
이 길이 바로 해협산 남쪽 자락이다. 설악산을 비롯해 강원지역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귀환하는 도중,
확 트였던 37번 국도나 6번 국도가 막히면 양평대교를
건너서 남하한 다음에 곧잘 선택하게 되는 샛길이 바로 이 도로였다.
도로변 좌우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데, 해 저문 밤길을 달려보면 손님들을 맞기
위해 도로변 식당들이 밝혀 놓은 휘황찬란한 조명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퇴촌면 도수리, 이 88번 지방도로변에 월간 山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음식
점 ‘쇠뫼기’가 있다.
월간 山 2010년 1월호 ‘산따라 맛따라’에 소개가 되자 많은 독자들이 다녀 왔다
고 알려왔다.
경기도의 으뜸음식점으로 지정을 받았고 몇몇 TV 방송에서도 이 업소를 몇 차례
소개를 했다.
음식점인 만큼 음식 이야기야 기본이지만 음식외적인 이야기까지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가족 모두가 예인(藝人)으로 안 주인은 가야금, 남편은 섹소폰을 연주하는
목공예가다.
아들과 며느리는 철공예 작가로 수원 월드컵경기장의 ‘원심’과 서울 조계사의
철공예품 ‘사천왕상’이 이들 작품이다.
옥호 ‘쇠뫼기’는 ‘소(牛)에게 여물이나 물을 먹인다’는 옛말로, 이 말이 자주 쓰이던
옛날에는 소장수들이 소에게 물을 먹이면서 쉬어 가던 곳을 지칭하기도 했다.
지금도 전국에는 몇몇 곳의 지명으로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기도 하다.
업주 정지수(鄭知秀) 여사는 지금의 업소 자리, 퇴촌면 도수리 93번지가 본인이 태어
난 곳이라고 한다.
업소 앞 계곡가의 ‘쇠뫼기’는 양평지역의 소장수들이 광주의 우시장으로 가다가
가파른 염티고개를 힘겹게 넘고는 잠시 쉬어 가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는 ‘쇠뫼기’를 한식집 옥호로 쓰고 있는 이
집의 실내에서는 늘 은은하게 흐르는 가야금소리가 손님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이 가야금 연주자가 업소의 안주인 정지수 여사다.
‘쇠뫼기’란 옥호와 분위기가 손님들의 문학적인 감성을 자극이라도 한 것일까.
손님으로 이 집을 찾았던 정운(靜蕓) 시인은 이 집에다 ‘쇠뫼기’라는 시를 남겨 두었다.
양평에서 두어 시간/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염티고개 내려와/ 퇴촌이 보이는 곳/
소 팔러 가는 농부의 고단함은/ 차가운 시냇물에 발을 담근다// (중략).
자식들 공부 때문에/ 팔아야 하는 누렁이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배불리 여물 먹이고/ 물 먹이는 일 뿐이다// (중략).
이제 남은 것 없는 빈 몸이어도/ 자식 위한 푸근한 마음 하나 들고/ 재를 다시
넘는다//.
식당 마당 바로 앞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아무리 큰 장마에도 넘치지 않는
천혜의 계곡이다.
그 건너편 넓은 공간 땅 속과 비닐로 지은 온실 속에는 수많은 장독이 묻혀 있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며 저장해둔 양식이 들어 있다고 한다.
직접 가을걷이한 무공해 농산물들이 전통방식 그대로 가득 저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지수 여사는 자신의 업소를 “청국장으로 밥을 먹고 사는 집”으로 표현했다. 간장·된장·
고추장 등 장류는 음식의 기본. 이 모두를 직접 담가서 사용한다.
철저하게 전통의 맛만을 고집하게 되니 온갖 조미료와 양념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맛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법도 하다지만 ‘쇠뫼기’에서 차려내는
이 맛이야말로 우리가 어릴 적에 먹던 어머니의 손맛, 바로 그 맛이다.
오밀조밀한 소품과 가야금이 놓여 있는 식당 안 식탁에서 으늑한 가야금 소리에
업주가 손수 빚었다는
모주 한 잔의 그윽한 주향(酒香)에 취해보면 신선이 따로 없음을 발견하게 되리라.
메뉴 // 청국장정식·된장찌개정식 각 3만원(2인). 간장게장정식 2만5,000원.
고추장구이정식 2만원. 황태구이정식·더덕구이정식 각 1만7,000원.
청국장영양밥 1만3,000원. 감자전· 해물전 각 1만원, 쇠뫼기특주 5,000원(소),
1만 원(대). 소주는 없다.
전화 031-767-9852 / 찾아가는 길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도수리 93
첫댓글 수고많으셧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