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상촌7기 조모양입니다. 서울예대 극작과 정시 일반전형 수능미반영으로 합격했구요.
극작과를 희망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하는 바람에서 수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실기 전
일단 저는 올해 스물네살입니다. 대전에 있는 문예창작학과 2년 재학중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내신은 4등급대였어요. 원래 전문대졸업자전형으로 넣으려 했었는데 학점이 딱 2학점 모자라더군요.
전문대 졸업자 전형으로 넣으시는 분들은 본인이 다니는 학교에서 2학년 수료증이 발급되는 학점이 몇학점인지 확실히 확인하신 뒤에 넣어야 합니다. 학점이 모자라면 넣을수가 없어요. 예대 뿐만이 아닌 다른 학교 문예창작과 편입에도 아주 큰 지장이 있으세요. 전 그래서 아버지한테 전졸전형을 못쓰고 일반전형 넣었다고 말하고 또 엄청 크게 혼나고 상처받은 상태에서 시험을 보게 됐어요. 저는 21살에 정시 문예창작 1차합격, 22살에 문예창작 수시 불합, 문예창작 정시 불합, 23살에 극작 수시 불합, 극작 정시 합격. 이렇게 총 5번 지원했습니다. 학과를 바꾼 이유는 꿈이 명확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졸자전형 예상하고 썼다가 마지막날 급하게 일반전형 넣느라 수험번호는 거의 마지막이었어요. 나중으로 갈수록 교수님들이 글을 안읽는다는 소리를 듣고, 저는 거의 절망상태였어요. 일반전형이 뒤에 몇명없었거든요. 그러나 그건 상관없다는거~
실기 후
2013학년 서울예대 극작과 정시 시제는 이러했습니다.
[어느 고층 빌딩의 엘리베이터가 멈췄는데, 그 안엔 나와 유명 희극배우를 포함한 5명의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3시간동안 이 희극배우로인해 즐겁게 버틸 수 있었는데, 그 정황을 한번 써봐라.] 이런 내용이었죠.
특별히 가져간 발상은 없었습니다. 그냥 시제에 충실한 글을 써보자는 생각이었거든요.
저는 글에 시제 하나하나를 다 담고자 했어요. 왜 하필 고층빌딩인가. 왜 하필 엘리베이터인가. 왜 하필 희극배우이며, 왜 하필 다섯인가, 그리고 왜 하필 3시간인가. 그리고 웃음까지.
저는 판타지설정을 넣지 않았어요. 고층빌딩, 엘리베이터를 변형시키지 않았고, 3시간은 구성에 사용했습니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썼습니다.
인물은 희극배우 K (유재석 정도의 예능 1인자정도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나(보험회사 자산조사원 아르바이트하던 경험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영등포점 지점장(폐쇄 공포증이 있습니다.) 미화 아주머니. 이렇게 네명입니다.
아르바이트 생을 무시하던 지점장과 나의 묘한 신경전. 그러던 그의 폐쇄공포에 의한 망가짐. 지쳐가는 미화 아주머니를 위해 K는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요즘 소셜이 대세잖아요? K는 그의 인기를 이용해 소셜에 엘리베이터 안의 상황을 알리고, 이는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어집니다. 네 사람은 이 상황이 가짜로 지어낸 쇼가 아님을 알지만 온 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주목을 받게됩니다. 아주 유명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선택된 시청자가 되는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는거죠. 안의 사람들은 밖의 사람들로부터 오는 응원과 격려에 즐거워합니다. (힘든 상황에서 소통을 통해 힘을 얻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끝나고 엘리베이터 안의 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모여 그들을 응원합니다. 훗날 한 누리꾼으로 하여금 그 엘리베이터 안 사진에서 심령사진을 발견하게 되며 인물을 다섯으로 채웠습니다. 요즘 누리꾼들의 재해석능력은 정말 뛰어나잖아요? 특히 짤의 재해석, 재생산.. 못따라가죠. 그 부분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깜짝재미가 있을 것 같기도 했어요. 대충 이런 글이었어요. 구절하나하나는 떠오르지 않아요. 최대한 예쁜 글씨로 뒷장까지 썼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길래 띄어쓰기나 맞춤법, 글의 흐름같은 걸 몇 분간 퇴고했고, 10분 남은 상태에서 나가도 좋다길래 바로 나왔습니다.
면접
면접 준비는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지금 보는 영화나 책이 무슨 소용인가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영화 두편과 드라마 세편, 드라마 작가들, 작품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명확히 해봤습니다. 작품을 고를때는 나름 일관성있는 것들을 골랐어요. 제가 작품을 제시했을 때, 교수님이 제 스타일을 좀 더 명확히 아실 수 있다 생각해서죠. 제가 본 연극과 희곡, 뮤지컬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고, 소설이나 시도 몇 편 추려놨어요.
그 런 데 말 이 죠...
저도 이 게시판에 올라온 수기 아주 오래된 것 부터 봤는데 제가 가장 최단시간의 면접을 보고 나온 것 같습니다. 준비한 게 밥한공기였다면 질문받은 내용은 밥 한술도 안됐어요. 주로 장성희교수님께서 질문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자 교수님이 드라마 관련질문을 해주셨죠. 면접 내용은 생생하니 녹취록을 적는 심정으로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나 (서서 밝게 웃으...려고 노력하며 벌벌 떨며)안녕하십니까 몇번입니다!
이강백 교수님 (웃으시며)앉아요.
나 네! (앉으며)
장성희교수님 (노트북과 제 얼굴을 비교하시며)실물이 훨씬 예쁘네?............(-_-죄송합니다. 교수님..잘못보셨어요...많이 피곤하셨을거에요.)
나 (당황)아.. 하하..
이강백교수님 그 사진관에서는 포토샵을 안해주나봐 흐흐(진짜 이렇게 웃으셨어요. ㅋㅋ)
나 (두 팔을 허공으로 나풀나풀거리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여권용 사진이라 그래요. (저도 그 상황이 좀 웃겨서 긴장도 다 풀리고 교수님들이 편해졌어요)
장성희교수님 사진보다 실물이 난건 학생 하나밖에 없어요. 다들 사진이 훨씬 낫던데.
나(제사진이그렇게엄청난가요...라고묻고싶었지만) 아, 정말요? 하하
여기서부터 본격 면접 질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는 교수님들이랑 위의 대화로 꽤 많은 시간을 소비했답니다.
장성희교수님 여기 지원 처음 아니죠? 얼굴이 낯익은데?
나 아뇨. 면접은 처음입니다. 지원은 다섯번 했습니다.
장성희교수님 그래요? 그럼 떨어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 네. 분명 이유가 있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발상에만 치중해서 시제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기교만 잔뜩 부린 것 같습니다.
장성희교수님 (웃으시면서) 우리는 발상만 좋아도 뽑는데?
나 (당황...)흠.. 그러면 저는 발상까지 후졌나봐요.
장성희 교수님 비롯한 다른 교수님들 다 빵터지셨습니다.
다른 여교수님 그럼 학교에 오면 하고싶은게 뭐에요? 영화라던가.. 연극이라던가..
나 아예! 저는 드라마 하고 싶습니다.
여교수님 아. 좋아하는 작가 있어요?
나 네! 노희경 작가님 그들이 사는 세상 재밌게 봤구요, 보통의 연애랑 학교 쓰신 이현주작가님도 요즘 좋더라구요.
여교수님 보통의 연애를 좋게봤다는 말이죠?
나 네! 정말 좋았습니다.
여교수님 이유는요?
나 아, 저, 음(약간 멘붕왔습니다. 멘붕 올 상황이 아닌데..)일단,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 설정이 좋았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뭔소리야 멘붕멘붕확대) 아, 그니까... 그런 상황에서도 사랑하는데요, 결국 헤어진다는게요. 현실적인 결말이라 느꼈습니다. 사랑하기때문에 그냥 그들을 이루어지게하는 건 너무 극적이고..말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처한 현실이 충분히 사랑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여져서 좋았습니다.
여교수님 (끄덕끄덕)
장성희교수님 좌우명이 뭐에요?
나 아..음..좌우명은 힘든 순간에 많이 떠올리곤 하는 거잖아요? (이강백 교수님이 끄덕끄덕해주셨습니다.) 저는 그 순간순간에.. 상황에 맞춰 생각합니다. 그래서 따로 정해놓은 좌우명은 없어요. 그런데 자주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을 많이합니다.
장성희 교수님 (끄덕끄덕 웃으시며,) 그래요 나가봐요.
나 네. 감사합니다!
텍스트로는 길어보이나, 정말 저거 한 오분될랑가요. ㅠㅠ 안됩니다. 그래도 분위기를 교수님들이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셨다는 점(제 사진의 힘입니다. 재수할 때 학원 끝나고 비맞고 들어가서 찍은 사진이거든요.) 그리고 교수님 물음을 아주아주 경청했구요. 편하게 얘기했지만 주관 뚜렷하게 얘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리고 장성희 교수님이 질문 하셨어도 다른 교수님들 전부 보면서 얘기했습니다.
영원히 제 자리는 없을 것 같았는데 정말 기쁩니다. 가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상상촌에서 배운 많은 것들 잊지 못할거에요. 통달쌤, 폴아저씨 축하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또 축하해준 상상촌 친구들 너무 고마워요. 내가 포기하기 전에 학교도 글도 사람도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열심히! 고맙습니다!
첫댓글 합격 축하드려요! 한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괜히 상상촌으로 하나되는 거 같은 혼자만의 마음..........
학교생활재밌게하세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고맙습니다! 정말 상상촌으로 하나되네여 흐헤
축하드립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미콤이 말대로 진심 상상촌으로 하나되는 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혼자만의 마음은 아니겠져???? 면접에서 그런 질문을 받으셨다니 매우 예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막 드네여 으헝헝헝 진심 축하드리고 대학생활 즐겁기를 바랍니당!!!! 저두 함께여!!!!
흠..아뇨 제 증명사진이 엄청났거든요ㅎㅎ...교수님들이 마땅한 단어를 못찾으셔서 그러신 것 같습니다. 합격 너무 축하드리고 잘해보아요!
상상촌으로 하나된 저도 축하드립니다!!
영원히 내 자리는 없을 것 같다는 분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조블리님 통해 또 한 번 확신하게 됐을거예요.
거기다 학점관리얘기..정말 중요한 정보네요.
저도 예전에 1학점(완전 1학점) 부족해서 난처했던 적이 있는데, 정말 뼈가 되고 살이되는 조언입니다.
근데 정말 부모님께서 화내셨을 것 같아요. 정신 안 차리고 뭐했으!!! 하는 소리가 오싹.
저는 개인적으로 오랜 상상인들의 합격이 기쁘더라구요. 막..... 뭐랄까..... 희로애락이 느껴진달까..
암튼 글은 숙성되어야 제맛! 완전 축하요!!
고맙습니다 천사님! 천사세요ㅠㅠ 그러게요 전졸자전형 쓰시는 분들 저같이 안타까운 상황 겪지 않으셨으면 해서요 ㅠㅠ값지게 얻어낸 대학이라 정말 열심히 하려구요. 감사해요!
와 실기 글 쓰신 거 진짜 참신한 것 같아요!!!! 요즘 진짜 떠도는 짤들 많은데 되게 재밌게 발상하신 것 같아요ㅋㅋㅋ 극작과에 이쁜 사람 없을거라고 그랬는데 역시 그건 아니었나 봐요ㅠㅠㅠㅠㅠㅠㅋㅋ 합격 축하드려요!!!!! 같이 학교 열심히 다녀요*^^*
저 전혀 안예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중에 그 문제의 사진을 보여드릴게요. 아아.... 하실거에요. 동기가 되어 기뻐요ㅠㅠ곧 학교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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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곧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게되겠네요! 기쁘고 좋은 순간이네여ㅜㅜ
축하드립니다 왜 조블리님의 합격수기에 제가 감격을 하는지.. 너무 멋있으세요 정말로요@_@~!! 즐거운 학교 생활 하세요!!
제 보잘것없는 수기ㅠㅠ 읽어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한걸요. 축하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ㅠㅠ강한참치님..닉넴이 너무 멋있으세요.
와 진짜ㅠㅜ축하드려요 언니ㅠㅠㅠ어떻게 조블리님!!!!!ㅎㅎㅎㅎ진짜 실기 잘하고 오셨네요!!!!와 느낌이 오더니만!!!ㅎㅎㅎ진짜 진짜 진짜 진짜 축하드려요!!!ㅎㅎㅎ내년에 봬요!!!!!!!ㅎㅎㅎㅎㅎ진짜 축하드려요!!!!!!!ㅎㅎㅎㅎㅎㅎ제가 누군지 모르실까봐ㅎㅎㅎ ㅎㅊㅁ 입니다!!
ㅊㅁ구나 내가 어떻게 모르것소. 너가 이번에 큰도움줘서 내가 너무 고마워ㅠㅠ이쁜천사도룡뇽시키ㅠㅠ
7기시군요. 축하드립니다!!
학교에 가서도 먼저 서울예대 요직에 요기조기 자리잡고(?) 있는 만창 그리고 상상인들과 함께 즐거운 글쓰기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블리님, ㅊㅋㅊㅋ!! ^^
정말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당~ !
심령사진 반전돋네요 후덜ㄹㄹ덜ㅋㅋㅋㅋㅋ합격 넘 축하드리고 학교서 봬욧!!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쩡유님도 축하드려요! ㅊㅋㅊㅋ 학교서 만나요~ !
축하드립니다!! 학교생활 즐기thㅔ요~~~~~~ ^0^/
넹! 감사합니다! 즐길게요 헤헤
반가운 맘에 실명을 여러번 흘렸다가 몇 번째 지우는지 원... ㅠㅠ
문창과와 극작 사이에서 고민하던 네 모습이 아직 선한데 결국 극작으로 정했네.
대전과 서울을 왕복해가며 열심히 수업듣고, 기복없이 꾸준했던 기본기가 꽃을 피웠구나..
아침에 카톡받고 참 기분좋더라. 덕분에 오늘 하루 힘내서 걸었다.
좋은 소식들려줘서 고맙고, 축하한다 죠..... ^_ㅠ
네 쌤ㅠㅠ잊을 수 없을거에요.. 쌤께 좋은 소식으로 인사드릴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걸요ㅠㅠ 정말 열심히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일 있으시기를 바랄게요!
고맙습니다! 빈수박님께도 좋은일 많이많이 있으시길 바랄게요~
우와!7기이시군요!축하드려요!즐거운 학교생활하세요!
누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치사하게 연락도 안 해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합격 축하해요. 여기다가 댓글을 꼭 남겨야 될 것 같은 기분이에요.
닉네임만 보고 누구지 누구지 했는데 수기 읽다가 겨우 알아챈..ㅋㅋㅋ
여튼 합격 정말 축하해요!!!!
축하해요~~~ 7기인데 얼굴을 모르는걸 보면 다른반이였나봐요~~ ^^ 즐거운 학교생활 되세요`~
와 축하드립니다! 저도 대전사람인데 우리 만나면 아는척해요^0^즐거운 학교 생활 되시길 바랄게유!
와.. 글에 시제분석력, 발상이 정말 좋네요, 아프리카, 생중계 그런식으로.. 흐음 정말 곱씹으면 곱씹어볼수록 사회적 포인트나, 희극적인 요소가 그득 정말 축하드립니다! 정말 세상은 넓고 다들잘나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 ㅊㅋㅊ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