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여름이었다가 어제는 겨울이더니 오늘은 다시 봄이 되었습니다.
환절기라지만 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네요. 봄인가 하면 여름이 오고 가을인가 하면
겨울이 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작업장 주변 도로를 오가며
길가의 벚나무를 보면 빨리 4월이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화사한 날들의 풍경이
기대되어 설레기도 합니다.
횡성 통나무집 원목작업공정은 대략 70퍼센트 정도 진전되었습니다.
제가 머릿속으로 입체구조를 상상해 보는데도 딱히 결정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이리저리 궁리하고 생각하고 다시 뒤집어 보며 진행하느라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한편 긴장되는 가운데 하나씩 둘씩 결정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작업과정을 대부분
잘 모르실터이지만...힘들면서도 사실은 매우 황홀한 과정입니다. 일하는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무엇이든지 시원시원하게 결정하고 쉽게 진행하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인생 또한
그리 간단치 않다’는 지론을 가진 만큼, 일도 남들이 하는 것처럼 수월하게 가는
법이 없습니다. 사서 가는 길이니 ‘내 탓이요’ 할 뿐. ㅠ.ㅠ
겨울이었다가
여름인가 하면
나른해 지는 봄으로 바뀌기도 하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몽환적인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에는 풀나치(Full scribe)통나무집 3동을 작업장에 세워가며 일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3채의 포스트&빔 통나무골조작업을 한꺼번에 하고 있습니다. 참
묘하게도 넓은 작업장에서는 그만큼의 일을 하게 되고, 좁아지면 주어진 여건에서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 주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또다시 작업장이 넓어지니
이 공간이 채워질 모양입니다만 얼마든지 여유가 있으므로 원목과 부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말입니다만 이런 때 주의해야 할 것은 ‘기계적인’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 저도 그렇지만 작업자들에게는 특히 반복되는 공정이 많기 때문에 지겨워
질 수도 있어서‘해 치우자’는 마음이 일기 쉽습니다. 그게 구호가 되기도 하고요.
‘인간제재기’란 말 들어보셨나요?
둥근 원목을 다루기 때문에 필요한 평면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면을 무엇으로든 켜
내야하지요. 팀버프레임은 원목의 4면을 기계로 제재한 각재를 사용하고 한옥 또한
대부분 제재소에서 면을 만든 부재를 쓰지만 통나무집은‘엔진 톱(Chain saw)’으로
필요한 평면을 절단해 내는 작업공정이 있답니다. 통나무집 짓는 빌더나 워커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필수기능’이면서 동시에 작업과정의 ‘백미’로 꼽힙니다만 가끔
한 두 사람은 하루 종일 이런 작업을 반복하는 날이 있는데 이런 때 우리는‘인간
제재기’라는 표현을 쓰며 웃지요.
오늘은 예의‘운산’형님이 작업장에 다녀가셨습니다. 겸사겸사 오셨는데 차 뒤에서
체인쏘를 내리더니 잠깐 일 좀하고 가야겠다 하시네요. 봉화 춘양부터 완주 비봉,
완주 소양, 공주 유구통나무집 골조작업까지, 제 자립 초반기에 여러 면에서 의지할
수 있었던 분으로 초창기멤버들 또한 이 형님과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을 잘 간직하고
있답니다. ‘일은 사람이 한다’는 말을 증명하는 실 예가 되는 사례이기도 하고요.
지금 같이 지내고 있는‘레전드급 전사’와도 잘 아는 사이입니다만 역시나... 같이
좋은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습니다.
이 집에는 두 개의 트러스(Tie TRUSS, King Post TRUSS)와 실내에 노출 X - Beam이
설치됩니다. 애초에는 2층 발코니 쪽으로 타이 트러스만 계획하였으나 골조작업을
진행해가며 이들 구조를 추가했지요.
주방과 거실 사이에 놓일 이 X - Beam 은 나중에 결정한 것입니다.
주방이 그리 작은 편은 아니어서 처음에는 벽으로 나누어 마감을 할 생각이었으나
거실과 주방의 개방감을 더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궁리하다가 알통(?) X - Beam
구조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그 옆에 포스트를 하나 더 배치하고
이 빔을 만드느라 하루를 거의 소비하고도 위아래 Sill Log와 Beam에 홈을 파는 등
번거로운 후속작업이 따랐지요.
이런 종류의 구조물(Structure)은 원래 기능적인 필요에 따라 고안되었으나 똑같은
모양이라도 보시다시피 각재로 만든 구조와는 확연히 다른 곡선미가 연출되는 바,
당연히 제작공정에 들이는 정성이나 비용이 다른 부재들의 배가 넘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택적인 요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간혹 어떤 분들은 제게 “트러스를 넣어주세요!”라는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트러스의 배치유무는 그 집의 구조나 내 외관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온전히 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됩니다. 아무리 원하셔도 제가 생각하기에 어울리지 않거나 지붕
모양, 마감작업과정의 자연스러움을 고려해서 넣지 않기도 하고, 집주인은 아무런
말이 없어도 그 집을 위해 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체적인 예산 범위 안에서
결정하고 배치하는 것이지요.
또 다른 부류의 어떤 분들은 작업부위가 깔끔해 보이는데 원형 톱이나 끌을 주로
사용하는가 묻기도 합니다. 팀버프레임(Timber Frame)처럼 각재를 다룰 때는 대형
원형톱이나 루터 등 더 다양한 전동공구를 동원하기 쉬우나 통나무를 가공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섬세한 체인쏘 웍 능력이 없이는 이런 구조물을 만들기
어렵지요. 그리고 다시 끌로 예리하게 다듬습니다.
이 트러스(King TRUSS) 역시 원안에는 없었습니다.
비봉 통나무집과 유사하면서도 2층 비율을 높인 구조, 거실로 낸 계단...자칫하면
거실 상부가 복잡해 보일 수 도 있습니다. 몇 번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지만 뚜렷한
그림이 나오지는 않으나 한 번 적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의 저택처럼
커다란 거실에는 확실히 어울리는 형식이지만, 아래 트러스 받침이 될 Beam 배치를
구상하는 단계부터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이 또한 안 하면 그만인 것을... 순전히
제가 만족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수고와 비용을 들이는 예가 되겠지요.
내력구조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만 만드는 건축물보다는 약간‘사치’를 더하는
짓입니다. 집이란 단열이 잘 되면 그만인 것! 이 아니라 집주인의 소망과 시공자의
철학이 함께 담겨있어야 하며 ‘뽀대’도 필요하다는 게 일관된 저의 신념입니다.
하여튼 집주인께서는 저에게‘알아서 잘 해 달라’시며 별 주문을 하지 않으셨고,
저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잘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전화를 드렸습니다.
“4월 말 경에 운학통나무집 기초공사를 하게 되었는데 거리상 가까우니 (순전히 제
편안을 위해서지만) 혹시 가능하시면 비슷한 시기에 기초공사를 할 수 있을까요?”
“특별한 문제는 없는데... 그렇게 할 수 있겠네요.”
이 집은 내년 5월 전후로 현장 이동하지만 완공시점은 가을까지입니다. 기초공사를
내년에 해도 무방하나 제 청을 선뜻 받아주시니 저는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겠지요.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훌륭한 자료 큰 도움 되겠습니다
멋져요. 정말. 우리집도 저렇게 하고 있는겠지...
잘보구 갑니다.
멋진집이되겠네요 축하드립니다.
좋은 자료 감사드립니다
잘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