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 ‘레옹족’, 한국엔 ‘덴맨족’ 있다
지난 9월 25일 덴은 창간 1주년 기념호(통권 13호)를 발행했다. 124쪽 분량의 책은 △4050 덴맨(Den Man) 400명에게 들었다-죽기 전에 꼭 하고싶은 것 15가지 △연예계 대표 품절녀 △드라마 ‘선덕여왕’ 속 진실과 허구 △덴 레이디-기네스 팰트로 △옷 잘 입는 남자의 패션공식 따라하기 △트위터를 아는 당신은 신세대!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만나는 디자인의 세계 △가을에 떠나는 1박2일 국내여행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 같은 콘텐츠로 채워졌다.
일본엔 ‘레옹(LEON)족’이란 용어가 있다. ‘주부와생활’사가 2001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동명의 남성잡지를 읽는 사람이란 뜻이다. 레옹의 타깃은 연간 가처분소득 1000만엔(약 1억3000만원) 이상의 중년남성이다. 이 잡지가 지향하는 바는 ‘매력 있는 아저씨의 퀄리티 라이프 스타일’. 패션·자동차·시계 등의 아이템을 기본으로 ‘여자에게 인기 있는 아저씨’ ‘불량 아저씨’ 등 기발한 기획을 잇따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2002년 2월호에 소개된 특집기사 ‘인기 있는 아저씨를 만드는 법’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기 있는 아저씨’란 말은 2005년 유행어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레옹은 ‘스시샴(스시를 먹으며 샴페인을 마시는 행위)’ ‘메트로 섹슈얼’ ‘유니버설 섹슈얼’과 같은 신조어를 끊임없이 제시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 내에선 아저씨란 말이 지닌 ‘멋없고 냄새나고 돈없는 남자’란 기존 이미지를 쇄신한 주역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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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덴 독자들에게 특히 호응을 얻었던 기사들. 1 ‘덴맨-휴 헤프너’(2009. 2). 2 ‘나와 자연이 하나가 되는 스포츠, 승마’(2009. 4). 3 ‘덴레이디-기네스 팰트로’(2009. 10). 4 ‘덴맨즈 버킷 리스트’(2009. 10). / photo Den
덴의 지향점도 레옹과 비슷하다. 다만 ‘레옹족’이 다분히 바람기 있는 중년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덴맨족’은 가정에 충실하되, 인생의 여유로움까지 즐길 줄 아는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정도가 다를 뿐이다. 신지원 덴 기획운영팀장은 “일본에서 레옹족이 선풍적 인기를 끈 것처럼 우리도 조만간 덴맨족이 주목과 동경의 대상이 되는 사회가 되도록 더 다양한 기획으로 독자들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덴의 편집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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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갈 때 미리 알아두면 좋은 발레 동작’을 소개한 2008년 12월호 지면. ‘사진과 글은 반드시 1대 1로 배치한다’는 덴의 편집원칙이 나타나 있다. / photo Den
글자는 큼직하게… 눈의 피로감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폰트 사이즈 12로 조정(기존 잡지 폰트 사이즈는 6~8)
캡션은 친절하게… 사진 속 인물 이름은 인물 바로 옆에 표기, 사진과 글은 반드시 1대 1로 배치
목차는 충실하게… 목차만 보고도 내용을 대략 파악하고 먼저 읽고 싶은 부분을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
기사는 간략하게… 구구절절한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고 요점만 간단히 정리, 중간제목만 읽어도 전체 내용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
사진은 과감하게… ‘예쁜 사진’에 연연하지 말 것, 부분 컷 아닌 전체 컷 활용하고 물건과 공간은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배치
인기 기획·기사
덴레이디·덴맨
중년의 우상, 비비안 리·이소룡의 삶이 궁금해?
창간 당시 콘셉트 중 하나였던 ‘아날로그’ ‘향수(鄕愁)’에 착안한 기획. 4050 남성의 로망이었던 여성(혹은 닮고 싶었던 남성)을 매월 한 명씩 선정, 그들의 인생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구성했다. 대형 화보를 연대순으로 배치해 세월에 따른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창간호의 그레이스 켈리를 필두로 오드리 헵번·마돈나·마릴린 먼로·비비안 리(이상 여성)·이소룡·휴 헤프너·스티브 잡스·비틀스(이상 남성) 등이 지면을 거쳐갔다. 당초 남성독자를 겨냥한 기획이었지만 여성팬이 의외로 많아 여성 정기구독자 확장에 톡톡히 기여했다.
덴맨 인터뷰
인생은 이렇게 즐기는 것…성공한 남성들의 일과 취미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4050 남성 중 본업 외에 독특한 취미를 갖고 있는 이들을 발굴,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다. 남성독자에게 ‘일과 술, 골프 외에도 인생엔 얼마든지 즐길 만한 것들이 많다’는 걸 일깨워주고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됐다. 디자인카페를 운영하는 가구디자이너 김희준씨(2009년 3월호), 집안에 소규모 극장을 만든 ‘오디오 매니아’ 투자전문가 오원기씨(2009년 4월호), 노래하는 의사들 ‘디하모니’(2009년 6월호),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한 이비인후과 전문의 박병훈씨(2009년 11월호) 등의 사연이 소개됐다.
덴맨즈 버킷 리스트(Den Man’s Bucket List)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은?’ 4050 독자에게 물었더니…
2009년 10월 창간 1주년 기념호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지면. 잭 니콜슨·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8)에서 영감을 얻었다. 40~50대 남성독자 400명을 대상으로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묻고 그 결과를 순위별로 정리한 후 각각을 실행하기 위한 실질적 정보를 제시했다. 세컨드하우스 짓기·드림카 사기·아프리카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경비행기 조종·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등 총 15개의 ‘리스트’가 공개됐다. 평소 피드백이 소극적인 편인 남성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VS
2NE1과 4MINUTE? 돈 주앙과 카사노바의 차이점?
‘쉽고(easy) 간단하며(simple) 재미있는(fun) 정보 전달’이란 덴의 철학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칼럼. 다르다는 건 알지만 언뜻 차이점을 설명하기 어려운 2개 아이템을 항목별로 정리해 한 페이지에 담았다. 그때그때 화제성을 반영, 월평균 4개의 아이템이 다뤄진다. 한국라면과 일본라멘, 스타벅스커피와 커피빈커피,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2NE1과 4MINUTE, 초식남과 건어물녀, 베르디와 푸치니,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 루브르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추신수와 스즈키 이치로, 돈 주앙과 카사노바 등이 비교대상에 올랐다.
최혜원 기자
출처 http://cafe.daum.net/qingdao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