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옮겨온 글>은 어제 신문에 나온 글입니다. 세계의 이곳저곳에서
전쟁 중이고, 종잡기 어렵게 들쑥날쑥한 기온,주변엔 엄청 늘어난 감기,
독감 환자들. 올해들어 많이 오른게 느껴지는 물가등.....
연말을 앞두고 마음이 무거운 분들과 공감하고 싶어 옮겨 왔습니다.
글이 길어 중간 중간 생략했습니다. 덕정성당 교우분들도
연말이 다가오는 요즘,자신에게 한해를 잘 살았다고 칭찬해 주시면 어떨까요?
앞으로도 성당에서 자주 뵙기를 소망합니다. 새해 인사, 미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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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부분 생략
1 월에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건강검진 이후 갑자기 찾아온 병이었다.
한 해를 머리를 싹둑 밀며 시작하다니.조금 특별하긴 했다.병동에
내 또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억울하지 않았다.오히려 일찍
발견한 덕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생각하니 내가 행운아처럼 느껴졌다.
병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지금이라면 매일을 걱정으로 보냈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당시에는 얼른 회복해서 출근할 생각 ,다시 운동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 덕에 현재의 나를 보고는 누구도 내가 올해 머리뼈를
갈랐던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한다.전대미문의 회복력이었다.
이후, 여름 가을을 거치며 가족들도 줄줄이 암 수술을 받았다.예상한 일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힌 일도 있었기에 중심을 잡으려 부단히 노력했다.내가
아팠던 것보다 더 힘에 부쳤다.나는 이겨낼 힘이 있으니 문제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가족의 일이 되니 좀처럼 내마음같이 되지 않았다.환자였던 가족이
새롭게(?) 환자가 된 가족을 간병하는 일이 반복되니 조금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중간 부분 생략
일련의 사건들은 나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살게 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와
같은 자조가 아니라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을 확실히 재미있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했다.건강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공평한 기회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에, 건강한 지금을 최대한 더 즐겨야 겠다.어느새 훌쩍 성장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에게 스스로 감탄의 박수를 보낸다.
-중간 부분 생략
아직 한참 들어야 할 나이지만, 지금까지 알게 된 나이 듦은 '마음과는 달리'라는
문장과 친해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마음과 달리 생기는 일들이 내 예상보다
빈도가 잦을 수도, 예상 범위를 훌쩍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우리에게는 그 모든 일을
지나간 일로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나는 무수한 어제를 극복하고 오늘을 맞이했다.
오늘을 살고있는 모두는 어제를 극복하고 오늘을 맞이한 기특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