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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2] 『모래톱 이야기』, 김정한
[3] 『꺼삐딴 리』, 전광용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5]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김승옥
[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밤이 되면 거리에 나타나는 ⓐ선술집―오뎅과 군참새와 세 가지 종류의 술 등을 팔고, 얼어붙은 ⓑ거리를 휩쓸며 부는 차가운 바람이 펄럭거리게 하는 포장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서게 되어 있고, 그 안에 들어서면 카바이트 불의 길쭉한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염색한 군용(軍用) 잠바를 입고 있는 중년 사내가 술을 따르고 안주를 구워 주고 있는 그러한 선술집에서, 그날 밤, 우리 세 사람은 우연히 만났다.
(나) “아내와 나는 참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아내가 ⓒ어린애를 낳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은 몽땅 우리 두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돈은 넉넉하진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돈이 생기면 우리는 어디든지 같이 다니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딸기 철엔 수원(水原)에도 가고, 포도 철엔 안양(安養)에도 가고, 여름이면 대천(大川)에도 가고, 가을엔 경주(慶州)에도 가 보고, 밤엔 영화 구경, 쇼 구경하러 열심히 극장에 쫓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다) “방을 한 사람씩 따로 잡을까요?”
ⓓ여관에 들어갔을 때 안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게 좋겠지요?”
“모두 한 방에 드는 게 좋겠지요.”
라고 나는 아저씨를 생각해서 말했다.
아저씨는 그저 우리 처분만 바란다는 듯한 태도로 또는 지금 자기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태도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관에 들어서자 우리는 모든 프로가 끝나 버린 ⓔ극장에서 나오는 때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거북스럽기만 했다. 여관에 비한다면 거리가 우리에게는 더 좁았던 셈이었다. 벽으로 나뉘어진 방들, 그것이 우리가 들어가야 할 곳이었다.
(라) 안이 내 귀에 입을 대고 그렇게 속삭였다.
“예?”
나는 잠이 깨끗이 깨어 버렸다.
“방금 그 방에 들어가 보았는데 역시 죽어 버렸습니다.”
“역시…….”
나는 말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린 빨리 도망해 버리는 게 시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살이지요?”
“물론 그것이겠지요.”
(마) “김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
“난 분명히 그렇습니다.”
“나두 그건 분명합니다.”
그는 고개를 한 번 기웃했다.
“두려워집니다.”
“뭐가요?”
내가 물었다.
“그 뭔가가, 그러니까…….”
1. 이 글의 내용으로 알 수 있는 것과 거리가 먼 것은?
① ‘안’과 ‘나’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② 아저씨의 자살은 그의 아내와 관련이 있다.
③ ‘안’과 ‘나’는 현실에 밀착하지 못하고 있다.
④ ‘나’는 아저씨의 불행한 종말을 짐작하고 있었다.
⑤ 아저씨는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의지를 상실했다.
2. 이 소설의 인물 설정 방식이 갖는 의미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현대 사회의 익명성(匿名成)
② 인간 관계의 피상적 접근
③ 도시인의 개성과 다양화
④ 현대인의 피상적 접근
⑤ 인간 관계의 순간성
3. 이 소설에서 가장 발견하기 어려운 것은?
① 주제 의식 ② 인물의 성격 ③ 사건의 전개
④ 배경의 설정 ⑤ 갈등의 해부
4. (가)~(마)에 대한 설명으로 잘못된 것은?
① (가) ― 이 작품의 등장 인물에 대한 간략한 제시
② (나) ― 현재의 의미 없는 생활 모습
③ (다) ― 등장 인물들간의 갈등
④ (라) ― 도피적 삶의 양태
⑤ (마) ― 존재에 대한 회의
5. (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로 적당한 것은?
① 비참하다 ② 그윽하다 ③ 쓸쓸하다
④ 불안하다 ⑤ 혼란스럽다
6. ⓐ~ⓔ 중, 그 의미가 나머지와 다른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7. ㉠에 함축된 바를 바르게 나타낸 것은?
① 목표의 상실 ② 죄의식의 발로
③ 조직의 구속력 ④ 소속감의 어색함
⑤ 현대인의 방랑 심리
【핵심 정리】
▷ 작자 : 김승옥
▷ 갈래 : 단편 소설, 본격 소설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배경 : 1964년 어느 겨울 밤, 서울 거리
▷ 주제 : 뚜렷한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심리적 방황과 인간적 연대감의 상실, 인간의 거짓 희망과 과장된 절망에 대한 진지한 응시
▷ 출전 : <사상계(思想界)>(1965)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65년에 발표된 단편 소설로서 현실에서 소외되고 목표를 잃은 세 사람이 우연히 만나서 무심히 헤어지는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나’와 ‘안’이라는 새로운 인물 유형이다. 선술집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동갑내기인 이들은 결코 그들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알고 있는 것, 느꼈던 것만을 주고받는다. 사회적 연대감이나 공동체성을 완전히 상실한 비극적이고 외로운 현대인의 초상(肖像)이 잘 나타나 있다. 이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우리는 당대의 도시적 삶의 황폐성과 파편성(破片性), 그리고 왜곡된 개인주의의 심화된 양상을 읽을 수 있다.
[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윤춘삼 씨는 자랑삼아 이야기를 이었다.
―그렇게 악을 쓰는 문둥이들에 대해서 몽둥이, 괭이, 쇠스랑 할 것 없이 마구 들이대고 싸웠노라고, 그래서 이 쪽에서도 물론 부상자가 났지만, 괜히 문둥이들이 많이 상하고, 덕택에 자기와 건우 할아버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문둥이 떼처럼 줄줄이 경찰에 붙들려 가고…… 그러나 뒷일이 더 켕겼던지 관청에서는 그 ‘기막힌 동포애’를 포기하고 그 문둥이들을 도로 싣고 갔다는 얘기였다.
“그 바람에 저 사람은 육이오 때 감옥살이 또 안했능기요. 머 예비 검거라 카드나…….”
건우 할아버지가 이렇게 한 마디 끼우니,
“그거는 송아지 때문이라 캐도……”
“누명을 써도 빨갱이는 되기 싫은 모양이제? 송아지 빨갱이는 좋고.”
건우 할아버지의 이런 농에는 탓하지 않고서,
㉠“그런 짓들 하다가 결국 그것들이 안 망했나.”
윤춘삼 씨는 지금도 고소한 듯이 웃었다.
㉡“다른 패들이 나와도 머 벨 수 있더나?”
건우 할아버지는 내처 같은 표정을 하였다.
“그놈이 그놈이란 말이지? 입으로만 머니머니 해댔지, 밭 맨드라 카니 제우 맨들어 논 강둑이나 파헤치고, 나리 막는다 카면서 또 섬이나 둘러 마실라카이…….”
윤춘삼 씨도 그리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 선생님!”
건우 할아버지가 별안간 그 그로테스크한 얼굴을 내게로 돌렸다.
㉮《“우리 건우란 놈 말을 들으니 선생님은 글을 잘 씬다 카데요? 우리 섬에 대한 글 한분 써 보이소. 멋지기! 재밌실 낌데이. 지발 그 썩어 빠진 글을랑 말고…….”
“썩어 빠진 글이라뇨?”
㉢가끔 잡문 나부랑이를 써 오던 나는 지레 찌릿해졌다.
“와 그 신문 같은 데도 ㉣그런 기 수타난다 카데요. 남응 보릿고개를 못 냉기서 솔가지에 모가지들을 매다는 판인데, 낙동강 물이 파아랗느니 푸르니 어쩌니…… 하는 것들 말임더.”》
갈밭새 영감이 이렇게 열을 내기 시작하자 곁에 있던 윤춘삼 씨가,
“허허이 우리 선생님이 오늘 잘못 걸렸네요. 이 영감이 보통이 아입데이. 그래도 ㉤선배의 씨라꼬…….”
핀잔 비슷이 말했지만 건우 할아버지는 벌인 춤이 되어 버렸다.
“하기싸 시인들이니칸에 훌륭하겠지요. 머리도 좋고…… 선생도 시인 아입니커. 그런데 와 우리 농사꾼이나 뱃놈들의 이바구는 통 안 씨는기요? 추접다꼬? 글 베린다꼬 그라능기요?”
입이 말을 한다기보다 차라리 수염이 떨어댄다고 느껴질 정도로 건우 할아버지는 열을 냈다.
1. 이 글에서 ‘나'의 역할을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 대화에 적극 개입하여 상황을 주도한다.
② 인물들간의 대립을 조정하고 해결한다.
③ 부조리한 사회 현실의 참상을 폭로한다.
④ 사건에 대한 여러 의견을 종합하여 해석한다.
⑤ 다른 등장 인물들의 언행(言行)을 관찰한다.
2. ㉮로 보아, ‘건우 할아버지’가 주장하는 바를 바르게 이해한 것은?
① 현실을 외면한 글은 가치가 없다.
② 우리 섬을 멋지게 쓰지 않아서 유감이다.
③ 선생님이 쓴 글은 별 가치가 없는 것이다.
④ 신문에 실린 글은 모두 재미가 없는 것이다.
⑤ 낙동강보다는 보릿고개를 소재로 글을 써야 한다.
3. ㉠에 담겨 있는 생각과 관련이 깊은 한자 성어는?
① 고진감래(苦盡甘來) ② 적반하장(賊反荷杖)
③ 당랑거철(螳螂拒轍) ④ 사필귀정(事必歸正)
⑤ 침소봉대(針小棒大)
4. ㉡과 가장 유사한 현실 인식이 담겨 있는 것은?
① 당신에겐 내가 있어 짐이 되고 나는 당신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곰곰이 지난날의 즐거움을 생각해 보면 그것이 바로 번뇌로 오르는 계단이었습니다.
②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요.
③ 부모는 자식을 사랑치 아니하고, 자식은 부모를 효도로 섬기지 아니하며 형제간에 재물로 인하여 골육상잔(骨肉相殘) 하기로 일을 삼으니 이 어찌 인간 세상이겠는가?
④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 양반은 도시 일반이오 그려.
⑤ 시대가 금전이면 그만인데, 하필 이놈을 잡아다 죽이면 뭣하오? 돈이나 몇백 냥 내라고 하여 우리끼리 나누어 쓰도록 합시다.
5. ㉢에 담겨 있는 심리와 유사한 것은?
① 젊은 과부 한숨 쉬듯 한다.
② 볶은 콩에 싹이 나랴.
③ 도둑이 제 발 저린다.
④ 너는 용 빼는 재주 있냐.
⑤ 온 바닷물을 다 켜야 맛이냐.
6. ㉣이 가리키는 바를 찾아 쓰라.
7. ㉤의 의미를 2음절의 한자어로 쓰라.
【핵심 정리】
▷ 작자 : 김정한
▷ 갈래 : 단편 소설, 농민 소설
▷ 구성 : 5단 구성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 성격 : 사실주의적, 고발적, 저항적, 토속적
▷ 배경 : 일제 시대부터 1960년대, 낙동강 하류 조마이섬
▷ 주제 : 소외 지대 인간의 비극적 삶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저항
▷ 출전 : 문학(文學)>(1965)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농민들의 소박하고 저항적인 삶을 통해 비뚤어진 시대상과 건강한 민중상을 보여 준 사실주의 소설이다. 이야기는 낙동강 하류 맹지면에 살았던 건우라는 소년과 그의 할아버지 갈밭새 영감, 그리고 건우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소외 지대를 뜻하는 조마이섬을 배경으로 하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민중들의 비참한 삶과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나아가 모순된 현실 세계와 싸우는 정의로운 인간형을 제시하는 행동적 휴머니즘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유력자의 횡포 앞에서 땅을 빼앗기고, 더욱이 건우 할아버지의 투옥으로 귀결되는 비극적 구성이지만, 이 이야기를 서술하는 건우의 담임 선생인 ‘나’는 ‘언젠가는 이 땅이 너희들의 것이 될 거야.’라고 말함으로써 낙관주의적 면모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자동차 속에서 이인국 박사는 들고 나온 석간을 펄쳤다.
‘북한(北韓) 소련(蘇聯) 유학생(留學生) 서독(西獨)으로 탈출(脫出)’
바둑돌 같은 굵은 활자의 제목. 왼편 전단을 차지한 외신 기사, 손바닥만한 사진까지 곁들여 있다.
그는 코허리에 내려온 안경을 올리면서 눈을 부릅떴다. ㉠그의 시각은 활자 속을 헤치고 머릿속에는 아들의 환상이 뒤엉켜 들이차 왔다. 아들을 모스크바로 유학시킨 것은 자기의 억지에서였던 것만 같았다.
㉡출신 계급, 성분, 어디 하나나 부합될 조건이 있었단 말인가. 고급 중학을 졸업하고 의과 대학에 입학된 바로 그해다.
이인국 박사는 그 때나 지금이나 자기의 처세 방법에 대하여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다.
“얘, 너 그 노어 공부를 열심히 해라.”
“왜요?”
아들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아버지의 말에 의아를 느끼면서 반문했다.
“야 원식아, 별수 없다. 왜정 때는 그래도 일본말이 출세를 하게 했고, 이제는 노어가 또 판을 치지 않니, 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바에야 그 물 속에서 살 방도를 궁리해야지. 아무튼 그 노서아 말 꾸준히 해라.”
아들은 아버지 말에 새삼스러이 자극을 받는 것 같진 않았다.
“내 나이로도 인제 이만큼 뜨내기 회화쯤은 할 수 있는데, 새파란 너희 낫세로야 그걸 못 하겠니?”
“염려 마세요, 아버지…….”
아들의 대답이 그에게 믿음직스럽게 여겨졌다.
“어디 코 큰 놈이라구 별것이겠니, 말 잘해서 진정이 통하기만 하면 그것들두 다 그렇지.”
이인국 박사는 끝내 스텐코프 소좌의 배경으로 요직에 있는 당 간부의 추천을 받아 아들의 소련 유학을 결정짓고야 말았다.
“여보, 보통으로 삽시다. 그저 표나지 않게 사는 것이 이런 세상에선 가장 편안할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죽을 고비를 면했는데 또 쟤까지 그 ‘높이 드는’ 복판에 휘몰아 넣으면 어쩔라구…….”
“가만 있어요, 호랑이두 굴에 가야 잡는 법이요. 무슨 세상이 되든 할 대로 해 봅시다.”
“그래도 저 어린 것을 어떻게 노서아까지 보낸단 말이오.”
“아니, 중학교 애들도 가지 못해 골들을 싸매는데, 대학생이 못 가 견딜라구.”
“그래도 어디 앞일을 알겠소…….”
“괜한 소리, 쟤가 소련 바람을 쏘이고 와야 내게 허튼소리하는 놈들도 찍소리를 못 할 거요. 어디 보란 듯이 한번 살아 봅시다.”
1. 이 작품의 표현상 특질과 거리가 먼 것은?
① 시간성의 표상인 시계가 중요한 구성적 기능을 한다.
② 변신술로 사회에 적응하는 부류의 전형적인 인간형을 창조하였다.
③ 인물로 묘사하기 위하여 설명, 대화, 사건 등의 방법을 혼합하여 사용하였다.
④ ‘타임 몽타주’ 수법과 심리주의적인 수법을 사용하였다.
⑤ 시간의 순행적 전개 방식을 취하였다.
2. 이 작품에 제시된 인물에 관한 사항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희화적 ② 전형적 ③ 평면적
④ 정적(靜的) ⑤ 개성적
3. 이 글에서 사용한 인물의 제시 방식을 쓰라.
4. 이 작품에 나타나는 과거 회상의 매개물을 찾아 쓰라.
5. 이 글에서 이인국이라는 인물을 제시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 방법은?
① 설명 ② 사건 ③ 행동
④ 대화 ⑤ 묘사
6. 시나리오 기법에 비길 때, ㉠과 관계 깊은 것은?
① F. I. ② F. O. ③ O. L.
④ Ins. ⑤ E.
7. ㉡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닌 것은?
① 친일적 행각 ② 부르주아 계급 출신
③ 기회주의자 ④ 당성(黨性)
⑤ 사상성
【핵심 정리】
▷ 작자 : 전광용
▷ 갈래 : 단편 소설, 본격 소설, 풍자 소설
▷ 성격 : 풍자적, 냉소적, 비판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1940~1950년대의 남한과 북한
▷ 주제 :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신하면서 적응해 가는 인간에 대한 풍자
▷ 출전 : <사상계(思想界)>(1962)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1945년 광복을 전후한 시기의 우리 민족의 수난기를 역사적 배경으로 삼아 살아가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통해 민족적 운명의 비극을 형상화하고 있다. 흔히 전형적 인물 소설로 평가되고 있는 이 작품은 이인국 박사를 통해 한 시대의 전형(典型)을 제시한다. 이인국은 일제 시대에는 일본인에게, 소련군 점령 시대에는 소련군에게 아첨하고, 다시 월남해서는 미국 대사관에 출입하는 기회주의자의 표본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작품은 그런 인물을 통해 역설적으로 정신의 뿌리를 잃고 부동(浮動)해야 하는 우리의 역사와 정신사를 비판하고 있다.
[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 마루 끝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이에요.”
“기어코 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조린 감자.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중략>
잠이 들 듯 말 듯한 상태에서 나는 말했다.
“아주머니가 다 말씀해 주실 거라고 했어요.”
“한 잠 자라, 자구 나서 우리 얘기하자.”
“말씀을 듣기 전에 못 잘 것 같아요.”
내가 다시 눈을 떴다. 아주머니의 딸이 마루로 나갔다. 이내 대문 소리가 들렸다. 병원으로 의사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아주머니가 말했다.
“네가 집을 나가구 식구들이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 이 방 창문에서도 보이지. 어머니가 헐린 집터에 서 계셨었다. 너는 둘째치구 이번엔 아버지가 어딜 가셨는지 모르게 됐었단다. 성남으로 가야 하는데, 아버지가 안 계셨어. 길게 얘길 해 뭘하겠니.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벽돌 공장 굴뚝을 허는 날 알았단다. 굴뚝 속으로 떨어져 돌아가신 아버지를 철거반 사람들이 발견했어.”
그런데 ―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다친 벌레처럼 모로 누워 있었다. 숨울 쉴 수가 없었다. 나는 두 손으로 가슴을 쳤다. 헐린 집 앞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키가 작았다. 어머니가 다친 아버지를 업고 골목을 돌아 들어왔다. 아버지의 몸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내가 큰 소리로 오빠들을 불렀다. 오빠들이 뛰어나왔다. 우리들은 마당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까만 쇠공이 머리 위 하늘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날아갔다. 아버지가 벽돌 공장 굴뚝 위에 서서 손을 들어 보였다. 어머니가 조각 마루 끝에 밥상을 올려놓았다. 의사가 대문을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가 나의 손을 잡았다. 아아아아아아아 하는 울음이 느리게 나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울지마, 영희야.”
1. 윗글을 통하여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① 집단과 집단의 갈등이 드러나 있다.
② ‘천국’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말한다.
③ 서술자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바뀌고 있다.
④ ‘계고장’은 사건 전개의 중심 소재이다.
⑤ 난쟁이네의 삶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2. 다음 시와 윗글의 상황이 유사하다고 가정할 때, ㉠의 대상을 다음 시의 ⓐ~ⓔ에서 찾는다면?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가슴에 금이 갔다./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① ⓐ ② ⓑ ③ ⓒ ④ ⓓ ⑤ ⓔ
3. 윗글에 제시된 ‘난쟁이’의 상징적 의미로 가장 적당한 것은?
① 숙명적으로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인간형
② 현실 속에서의 무능하고 소외된 인간형
③ 육체적 불구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인간형
④ 육체적 불구라는 현실 상황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간형
⑤ 육체적 불구와 정신적 불구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간형
4. ㉡에 생략된 부분의 사건을 추리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난쟁이의 집이 헐리게 된다.
② 영희가 가출을 하게 된다.
③ 영희가 빼앗긴 입주권을 찾아온다.
④ 난쟁이가 자살을 하게 된다.
⑤ 난쟁이네와 철거반이 싸우게 된다.
【핵심 정리】
▷ 작자 : 조세희
▷ 갈래 : 단편 소설 (연작 소설)
▷ 성격 : 비판적, 동화적
▷ 시점 : 1인칭 시점 (각 장마다 화자가 다르다)
▷ 배경 : 1970년대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가상의 빈민촌
▷ 주제 : 산업화 속에 소외된 빈민층과 사회 구조적인 모순
▷ 출전 : <문학(文學)과 지성(知性)>(1976)
【작품의 이해와 감상】
도시 빈민의 궁핍함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기계화된 산업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소외된 계층의 인물들이 현실에서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통해 현대의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밀물 시간이어서 강물은 바다 쪽으로부터 빠르게 흘러오고 있었다. 갈대 숲 사이에는 부리가 긴 물새들이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었다. 간간이 고기들이 강물 위로 펄쩍 뛰어오르곤 해서 주위의 정적을 돋우어 주고 있었다. 강물은 황혼 속에서 금빛이었다. ㉠해풍이 퍽 세게 불어와서 내 곁에 말없이 앉아 있는 누이의 머리칼을 흩날리고 있었다. 결국 이 ⓐ황혼과 이 해풍이 누이의 침묵을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나) 누이는 도시로 갔었다. 어머니와 내가 누이를 도시로 보냈었다. 그리고 며칠 전 갑자기, 거진 이 년 만에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었다. 누이가 도시에 가 있던 그 이 년 동안 나는 얼마나 지금 우리 앞에서 지상을 포옹하고 있는 이 자연 현상들에게 누이의 평안을 빌었던가. 그러나 도시에서는 항상 엉뚱한 일이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어떠한 일들이 누이를 할퀴고 지나갔었을까. 어떠한 일들이 누이를 빨아먹고 갔었을까. 어떠한 일들이 누이를 찢고 갔었을까. 어떠한 일들이 누이에게 저런 ⓑ침묵을 떠맡기고 갔었을까. ㉡누이는 도시에서의 이야기를, 나와 어머니의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하려 들지 않았었다. 우리는 누이가 지니고 왔던 작은 보따리를 헤쳐 보았다. 그러나 헌 옷 몇 벌과 두어 가지의 화장 도구를 발견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걸로써는 누이에게 침묵을 만들어 준 이 년의 내용을 측량해볼 길이 없었다. 누이의 침묵은 무엇엔가의 항거(抗拒)의 표시였다. 우리를 향한 항거였을까, 도시를 향한 항거였을까. 그렇지만 우리를 향한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 누이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다. 침묵으로써가 아니라 높은 목소리로 누이는 우리를 질책(叱責)했어야 하는 것이다. 높은 목소리로 질책하는 방법이 침묵의 질책보다 더 서툴렀다는 것은 결국 도시에서 배워 왔단 말인가?
(다) 반대로, 도시를 향한 항거라면 ―아마 틀림없이 이것인 모양이었는데―그렇다면 누이의 저 향수와 고독을 발산하는 눈빛, 사람들이 두고 온 것들에게 보내는 마음의 등불 같은 저 눈빛을 우리는 무엇으로써 설명해야 할 것인가?
누이가 돌아오고, 누이가 도시에서의 기억을 망각하려고 애쓰는 듯한 침묵 속에 빠져드는 것을 보고 우리는 아마 누이가 도시에서 묻혀 온 고독이 병균처럼 우리 자신들조차 침식시켜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황혼과 이 해풍. 그들이 우리에게 알기를 강요하던 세계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미소를 침묵으로 바꾸어 놓는, 만족을 불안으로 바꾸어 놓는, 나를 남으로 바꾸어 놓는, 요컨대 우리가 만족해 있던 것을 그 반대로 치환(置換)시켜 버리는 세계였던 것인가. 누이는 적어도 우리가 보낼 때에는, ⓒ훈련을 받기 위해서 그곳에 간 것이 아니라 완성되기 위해서 간 것이었다. 그런데 침묵의 훈련만을 받고 돌아오다니.
(라) 어머니도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누이는 어머니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새삼스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해요, 어머니라고 누이는 말하고 싶었던 거다. ㉣하루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무서운 사건이 세계의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고 그리고 다음날은 희생자들이 작은 조각에 몸을 기대고 자기들의 괴로움을 울며 부유(浮游)하는 것이다.
강물이 빠르게 밀려오고 금빛 하늘이 점점 회색으로 변해 가는 이 시각에 내게는 아직도 신비한 힘을 보여 주는 자연 속에서 나는 누이로 하여금 도시의 모든 기억을 토해 버리게 할 생각이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이를 위해서였다. 이 년 동안을 씻어 버리고 다시 이 짠 냄새만을 싣고 오는 ⓓ해풍으로 목욕시키고 싶었다. 숲 속의 짐승들이 감각만으로써 살아갈 수 있듯이 그렇게 살아가게 하고 싶었다. 인간이란 뭐냐, 인간이란? 저 도시가 침범해 오지 않는 한, 우리는 한 고장을 지키기에 충분한 만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원의 토대를 만든다는 것, 의지(意志)의 신화(神話)들을 배운다는 것, 우는 법을 배운다는 것, 침묵을 배운다는 것, 그것만이 인간인 것이냐? 인간의 허영이 아닌가라고 나는 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마) 세상은 넓은 것이다. 불만이고저 하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동시에 만족하고저 하는 사람들을 포용한다. 세상이 거절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만족해 있다는 것을 ― 이 작으나마 고요한 풍경 속에서 만족해 있다는 사실을 과시해도 좋은 것이다. 도시에 갔던 사람들이 이곳으로 여간해선 돌아오지 못하고 마는 이유는 어디 있는 것일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누이는 돌아왔다. ㉤그러나 옷에 먼지를 묻혀 오듯이, 도시가 주었던 상처와 상처의 씨앗을 가지고 돌아왔다. 무수히 조각난 시간과 공간, 무수히 토막난 언어와 몸짓이 누이의 기억을 이루고 있으리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수한 것들, 별들처럼 고립되어 반짝이는 그 기억들이 누이의 가슴에 박혀서 누이의 침묵을 연장시키고 혹은 모든 것을 썩어나게 하는 것이다. 무엇이냐, 그 파편들은 무엇이냐? 그리하여 나는 동화 속의 인물처럼 말하였던 것이다. ― 이 번엔 내가 가보지.
(바) 퍽 오래 전에 고향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누이가 결혼을 한 것이다. 해풍 속에서 살결을 태우며 자라난 젊은이와. 만일 그때 누이가 내 곁에 있었더라면, 그 애가 알아먹든 못 알아먹든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 그러나 사람들에게 제각기의 밤이 있듯이 제각기의 얘기가 있는 것이다. 도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랑하고 동시에 배반하고 그러면 한편에서도 사랑하고 동시에 배반하고 요컨대 심판대(審判臺)를 세울 수가 없는 것이다. ‘최후 심판의 날’을 상상해 보지만 얼마나 난해(難解)한 순환일까. 황혼과 해풍 속에서 사는 사람들도, 그리고 ⓔ안녕하십니까‘ 속에서 사는 사람들도 누구나 고독했다.
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화자는 독백적 어조로 인물과 사건에 대해 자신의 느낌을 서술하고 있다.
② 도시적 삶이 가져다주는 정신과 문화의 황폐함을 보여주고 있다.
③ 인물의 심리를 의식의 흐름에 따라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서술자는 사건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⑤ ‘누이’는 침묵을 통해 도시적 삶의 개인주의와 고독감을 드러내고 있다.
2. ㉠~㉤ 중, ‘누이’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가장 상징적으로 제시된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3. ⓐ~ⓔ 중, 대조적 의미를 지닌 것끼리 짝지어진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4. ‘도시’에서의 ‘누이’의 삶과 가장 유사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①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 강>
② 깊이 사귀지 마세/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가벼운 정도로/사귀세//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작별을 하세//어려운 말로/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너만이라든지/우리들만이라든지//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같은 말들을//하지 않기로 하세.
― 조병화, <공존의 이유>
③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까닭도 없이 눈물겹구나.//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기일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 김광균, <와사등>
④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그는 몰랐다.
― 신경림, <갈대>
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일이 끝나 저물어/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나는 돌아갈 뿐이다.
―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핵심 정리】
▷ 작자 : 김승옥
▷ 갈래 : 단편 소설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주제 : 도시적 삶이 가져다 주는 개별화 현상과 정신 문화의 황폐화
▷ 특징 : 1960년대 한국 사회의 산업화로 인한 도시 진출 및 그로 인한 문화 충격을 독백적 문체로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작품의 이해와 감상】
서술자 ‘나’에게 있어 도시적 삶은 만족을 모르는 생활이자, 황혼과 해풍으로 상징되는 자연적 삶의 세계에서 만족하며 살던 인간들을 전혀 딴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세계이다. 도시적 삶은 개인적 삶에 비극을 안겨 주지만 그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개인적 아픔으로만 남는 것이다. 그러한 도시적 삶의 피해자가 바로 누이이다. 이 때문에 ‘나’는 누이가 도시에 대한 기억과 동경을 떨치고 황혼과 해풍의 사람으로 다시 살도록 돕고 싶은 것이다.
[1] 계용묵, 『백치 아다다』
[2] 염상섭, 『두 파산(破産)』
[3] 박경리, 『불신 시대』
[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짧은 봄밤은 어느덧 새어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 소리가 사방에서 처량히 들려 온다.
㉠밤이 벌써 새누나 하니, 아다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하게 탔다. 이 밤으로 그 돈에 대한 처리를 하지 못하는 한, 내일은 기어이 거간이 밭을 흥정하여 가지고 올 것이다. ㉮그러면 그 밭에서 나는 곡식은 해마다 돈을 불려줄 것이다. 그 때면 남편은 늘어 가는 돈에 따라 차차 눈은 어둡게 되어 점점 정은 멀어만 가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더 생각하기조차 무서웠다.
㉡닭의 울음소리에 따라 날은 자꾸만 밝아 온다. 바라보니 어느덧 창은 희끄스름하게 비친다. 아다다는 더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옆에 누운 남편을 지그시 팔로 밀어 보았다. 그러나 움쭉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못 믿기는 무엇이 있는 듯이 남편 코에다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대고 숨소리를 엿들었다. 씨근씨근 아직도 잠은 분명히 깨지 않고 있다. 아다다는 슬그머니 이불 속을 새어 나왔다. 그리고 실겅 위의 석유통을 휩쓸어 그 속에다 손을 넣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지전 뭉치를 더듬어서 손에 쥐고는 조심조심 발자국 소리를 죽여 가며 살그머니 문을 열고 부엌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일찍이 아침을 지어 먹고 나무새기를 뽑으러 간다고 바구니를 끼고 바닷가로 나섰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깊은 물 속에다 그 돈을 던져 버리자는 것이다.
솟아오르는 아침 햇발을 받아 붉게 물들며 잔뜩 밀린 조수는 거품을 부걱부걱 토하며 바람결조차 철썩철썩 해안을 부딪친다.
㉣아다다는 바구니를 내려놓고 허리춤 속에서 지전 뭉치를 쥐어들었다. 그리고는 몇 겹이나 쌌는지 알 수 없는 헝겊 조각을 둘둘 풀었다. 헤집으니 일 원짜리, 오 원짜리, 십 원짜리, ⓐ무수한 관 쓴 영감들이 나를 박대해서는 아니 된다는 듯이 모두들 마주 바라본다. 그러나 아다다는 너 같은 것을 버리는 데는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넘노는 물결 위에다 휙 내어 뿌렸다. 세찬 바닷바람에 채인 지전은 바람결 좇아 공중으로 올라가 팔랑팔랑 허공에서 재주를 넘어가며 산산이 헤어져 멀리, 그리고 가깝게 하나씩 하나씩 물 위에 떨어져서는 넘노는 물결 좇아 잠겼다 떴다 솟구막질을 한다.
어서 물 속으로 가라앉든지, 그렇지 않으면 흘러내려가든지 했으면 하고 아다다는 멀거니 서서 기다리나 너저분하게 물 위를 덮은 지전 조각들은 차마 주인의 품을 떠나기가 싫은 듯이 잠겨 버렸는가 하면 다시 기웃거리며 솟아올라서는 물 위를 빙글빙글 돈다.
하더니, ㉤썰물이 잡히자부터야 할 수 없는 듯이 슬금슬금 밑이 떨어져 흐리기 시작한다.
㉯《아다다는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밀려내려가는 무수한 그 지전 조각은, 자기의 온갖 불행을 모두 거두어 가지고 다시 돌아올 길이 없는 끝없는 한 바다로 내려갈 것을 생각할 때 아다다는 춤이라도 출 듯이 기꺼웠다.》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잘못된 것은?
① 아다다의 심리 변화와 배경의 변화가 일치한다.
② 묘사→서사→묘사의 순으로 진술되고 있다.
③ 시간의 경과에 따라 인물의 위기 의식이 고조된다.
④ 아다다는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⑤ 아다다는 자기 중심적이며 단순한 성격의 인물이다.
2. 돈에 대한 ‘아다다’의 인식과 동일한 것은?
① 인생은 바다, 뱃머리는 돈이다. 돈이 없으면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다.
② 돈은 천하를 돈다. 다만 내 쪽을 제쳐 놓고 도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③ 돈은 사람에게 충직하고 정직한 심부름꾼에 불과할 뿐이다.
④ 사람이 현명하면 돈을 벌고, 돈을 벌면 어리석어진다.
⑤ 돈을 따라다니다가는 길을 잃고, 꿈을 잃고, 악을, 고통을 얻을 뿐이다.
3. ㉮의 표현과 동일한 것은?
①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② 감자를 굽는 게지, 총각 애들이/깜박깜박 검은 눈이 모여 앉아서/입술에 꺼멓게 숯을 바르고,/옛 이야기 한 거리에 감자 하나씩.
③ 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④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⑤ 벼는 서로 어우러져/기대고 산다./햇살 따가와질수록/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4. ㉯에 나타난 아다다의 태도를 적절히 비판한 것은?
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말랬어.
②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지.
③ 냉수 마시고 이 쑤시는 꼴이군.
④ 다 된 농사에 낫 들고 덤비는 격이군.
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꼴이군.
5. ㉠~㉤ 중, 사건 진행의 긴장감을 이완시키는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6. 아다다의 심리 변화 과정을 차례대로 쓰라.
7. ⓐ에 사용된 표현 기법을 모두 쓰라.
【핵심 정리】
▷ 작자 : 계용묵
▷ 갈래 : 단편 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 : 사실주의적 기법
▷ 제재 : 백치 아다다의 삶
▷ 주제 : 물질 중심적 삶에 대한 비판과 인간에 대한 순수한 애정
▷ 의의 : 인생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 탐구한 인생과 소설로 평가된다.
▷ 출전 : <조선 문단>(1935)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계용묵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인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순수한 인간에 대한 정이라는 작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아다다는 돈보다는 사랑을 추구하는 인물이며, 그가 백치이며 벙어리로 설정된 것도 세태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인물임을 드러내려는 작자의 의도이다.
선천적으로 백치에 가까우며, 벙어리인 아다다는 집안의 천덕꾸러기로 살다가 지참금을 가지고 겨우 시집을 가게 된다. 처음 5년 동안은 시집갈 때 가지고 간 논이 시집 사람들의 생계를 유지시켜 준 덕에 대우받으며 행복하게 산다. 그러나 남편이 돈을 벌어 첩을 얻은 뒤부터는 학대가 시작된다. 결국 친정으로 쫓겨온 아다다는 그녀는 그녀를 끔찍하게 위해 주는 수롱이와 결합하여 신미도에 들어가 산다. 그러나 수롱이가 돈을 가지고 땅을 살 계획임을 알자 불안해한다. 돈은 그녀의 삶을 불행에 빠뜨리는 화근이었던 것이다. 결국 아다다는 땅 살 돈을 바닷물에 던져 버렸고 뒤쫓아온 수롱은 격분한 나머지 그녀를 바다에 처넣고 만다.
[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렇게 말씀하신 교장 선생님부터가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지만 김옥임이가 그렇게 되다니 불쌍해 못 견디겠어요. ㉠예전에 셰익스피어의 원서를 끼구 다니구, <인형의 집>에 신이나 하고, 엘렌 케이의 숭배자요 하던 그런 옥임이가, ㉡동냥 자루 같은 돈 전대를 차구 나서면 세상이 모두 노랑 돈 닢으로 보이는지? 어린애 코묻은 돈푼이나 바라고 이런 구멍가게에 나와 앉었는 나두 불쌍한 신세이지마는 난 옥임이가 가엾어서 어제 울었습니다. ㉢난 살림이나 파산 지경이지 옥임이는 성격 파산인가 보드군요…….”
정례 어머니는 분하다 할지, 딱하다 할지, 속에 맺히고 서린 불쾌한 감정을 스스로 풀어 버리려는 듯이 웃으며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말씀을 하시니 나두 듣기에 좀 ⓐ괴란쩍습니다마는 다 어려운 세상에 살자니까 그런 거죠. 별수 있나요. 그래도 제 돈 내놓고 싸든 비싸든 이자라고 ⓑ명토 있는 돈을 어엿이 받아먹는 것은 아직도 양심이 있는 생활입니다. 입만 가지고 속여 먹고, 등쳐 먹고, 알로 먹고, 꿩으로 먹는 허울 좋은 불한당 아니고는 밥알이 올곧게 들어가지 못하는 지금 세상 아닙니까…… 허허허.”
하고 교장은 자기 변명인지 옥임이 ⓒ역성인지를 하는 것이었다.
이날 정례 어머니는 딸이 옆에서 한사코 말리며,
“그따위 돈은 안 갚아도 좋으니 정장을 하든 어쩌든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세요.”
하며 팔팔 뛰는 것을 모른 체하고, 이십만 원 표에 이만 원 현금을 얹어서 옥임이 갖다가 주라고 내놓았다.
정례 모친은 그 후 두 달 걸려서 교장 영감의 오만 원 빚은 갚았으나, 석달째 가서는 이 상점 주인이 바뀌어 들고야 말았다. 정말 교장 영감의 조카가 나서나 하였더니 교장의 딸 내외가 들어앉았다. 상점을 내놓고 만 바에는 자질구레한 셈속을 따진대야 죽은 아이 귀 만져 보기지 별수없지마는, 하여튼 이십만 원의 석달 변리 육만 원이 또 늘어서 이십육만 원인데, 정례 모녀가 사글세의 보증금 팔만 원마저 못 찾고 두 손 털고 나선 것을 보면, 그 팔만 원을 ⓓ에끼고 남은 십팔만 원이 점방이 설비와 남은 물건 값으로 치운 것이었다. 물론 옥임이가 뒤에 앉아 맡은 것이나, 권리값으로 오만 원 더 얹어서 교장 영감에게 팔아 넘긴 것이었다. 옥임이는 좀더 남겨 먹었을 것이로되, 교장 영감이 그 빚 받아 내는 데에 공로가 있었기 때문에 오만 원만 얹어 먹고 말았다. 또 교장은 이북에서 내려온 딸 내외에게는 똑 알맞는 장사라고 생각이 있어서 애초부터 침을 삼키고 눈독을 들이던 것이라, 이 상점을 손에 넣으려고 애도 썼지마는, ⓔ매득하였다고 좋아하였다.
정례 모녀는 일 년 동안이나 죽도록 벌어서 죽 쑤어 개 좋은 일 한 셈이라고 절통을 하였으나 그보다도 정례 모친은 오래간만에 몸 편해져서 그렇기도 하였겠지마는 몸살 감기에 울화가 터져서 그만 누운 것이 반 달이나 끌었다.
“마누라, 염려 말아요. 김옥임이 돈쯤 먹자만 들면 삼사십만 원쯤 금세루 녹여 내지. 가만 있어요.”
정례 부친은 앓는 마누라 앞에 앉아서 이렇게 위로하였다.
“옥임이 돈을 먹자는 것두 아니지마는 무슨 재주루.”
“김옥임이도 요새 자동차를 놀려 보고 싶어한다는데, 마침 어수룩한 자동차 한 대가 나섰단 말이지. 조금만 참어요, 우리 집문서는 아무래두 김옥임 여사의 돈으로 찾아 놓고 말 것이니…….”
하며, 정례 부친은 앓는 아내를 위하여 뱃속 유하게 낄낄 웃었다.
1. 이 글의 구성 단계상의 특징은?
① 사건의 실마리 ② 갈등의 시작 ③ 사건의 점층적 전개
④ 갈등의 최고조 ⑤ 사건의 종결
2. 이 작품에서 반동적(反動的) 인물 둘을 쓰라.
3.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서민들의 애환을 그림
② 서울 토박이 말을 씀
③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를 대비시킴
④ 비극적 결말 구조를 취하고 있음
⑤ 객관적인 시각으로 작품을 쓰고 있음
4. 이 작품이 극적인 결말 구조를 지니지 않고, 인물들을 제시하는 선에서 끝을 맺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작가 정신은?
① 풍자 정신 ② 사실주의 정신
③ 해학미 ④ 현실 변혁 의지
⑤ 분석 정신
5. ‘㉠→㉡’과 같은 변화에 대한 느낌을 나타내는 한자 성어를 쓰라.
6. ㉠이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① 옥임의 허영
② 지식인적 신여성인 옥임
③ 옥임의 성격
④ 정례 모친의 열등감
⑤ 당대의 사회상
7. ㉢의 결과를 초래한 것은 결국 무엇인지 2어절로 쓰라.
8. ⓐ~ⓔ의 뜻풀이가 잘못된 것은?
① ⓐ : 보고 듣기 창피하여 얼굴이 뜨겁습니다.
② ⓑ : 일부러 꼭 지적하여 말하는 이름
③ ⓒ : 덮어 놓고 한쪽만 편드는 일
④ ⓓ : 쓰지 않고 남겨두고
⑤ ⓔ : 사서 가짐
【핵심 정리】
▷ 작자 : 염상섭
▷ 갈래 : 단편 소설, 세태 소설, 본격 소설
▷ 구성 : 평면적 구성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광복 직후 서울 황토현 근처
▷ 표현 : 대조의 기법, 만연체
▷ 주제 : 물질적, 정신적으로 인간을 파산시키는 혼란한 사회상
▷ 출전 : <신천지(新天地)>(1949)
【작품의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광복 직후의 우리 사회가 겪는 물질적, 정신적 가치관의 혼류(混流)를 잘 보여 주는 일종의 세태 소설(世態小說)이라고 할 수 있다. 작자 염상섭은 노련한 필치로 옥임의 인간적 파산과 정례 모친의 경제적 파산을 대조해 가면서 담담하게 당대의 세태상을 묘사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문체를 고집하는 염상섭은 정례 모친의 심리와 함께 옥임의 심리도 상세하게 밝힘으로써 그들이 모두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다른 모습의 피해자임을 그리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목소리 높이 현실을 비판한 이념적 작품이 아니라 차분히 세상살이의 단면을 그려냄으로써 객관적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데 일정하게 성공한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큼직한 몸집을 한 주지중이 어머니를 보고 반색한다.
“아이구 정성도 지극해라. 이렇게 일찍부터…….”
어머니는 눈에 손수건부터 가져간다.
“시님, 우리 아이 천도 좀 잘 시켜 주세요. 부탁입니다. 너무 가엾어서…….”
콧물을 짠다. 어제 저녁에 실컷 ㉠어머니의 설움을 들었을 주지중은 새삼스럽게 그 말이 탐탁해질 리가 없다. 주지중은 극히 사무적으로,
“그런데 첫째로 하갔다던 서장 부인이 아직두 안 오시니 어떡허나.”
잠시 생각에 잠긴다.
무슨 서장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이 절에 있어서 대단히 소중한 손님인 모양이다. ㉡어머니는 비굴한 웃음을 띠면서 주지중을 쳐다본다.
“시님, 그만 우리 아일 먼저 해 주세요.”
주지중은 한 동안 어머니를 보고 있더니,
“……그럼 댁부터 해 드릴까…….”
주지는 그렇게 작정하고 마침 지나가는 중을 부른다.
“아우님!”
아우님이라고 불린 신중은 돌아본다. 얼굴이 쪼글쪼글 쪼그라진 그 신중은 아직도 팽팽한 주지에 비하여 훨씬 더 늙어 보인다. 게다가 표정마저 앙상하다.
“어제 저녁에 이천 환 낸 분인데 아직 서장 댁이 안 오시니 우선 하나라도 먼저 끝내지요.”
주지의 말투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한 것이었다.
늙은 중은 대답 대신 진영의 모녀를 훑어보더니 돈의 액수가 심에 차지 않아서 무뚝뚝하게 그냥 가 버린다.
진영과 어머니는 법당 앞에 서로 등을 보이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바라다보이는 산마루에 막 해가 솟고 있었다. 그 영롱한 아침을 진영은 벽화처럼 감동 없이 대한다.
진영은 최저의 돈을 내고 첫째로 하겠다고 새벽부터 온 것이 얼마나 ㉢얌통머리 없는 짓이었던가를 생각한다.
공양을 들고 젊은 중이 온다.
“여보세요, 그 키 큰 시님은 안 계시나요?”
어머니는 쌀을 팔러 온 중을 두고 묻는 말이다.
“그이는 절에 잘 ㉣붙어 있지 않아요.”
젊은 중은 간단히 대답하고 법당으로 들어간다.
곧 시식 불공이 시작되었다. 진영은 늙은 중이 목탁을 두드리며 조는 듯한 염불을 시작하자 적잖게 실망했다. 몸집도 크고, 목소리도 우렁찬 주지중이 아니었던 것이 섭섭했던 것이다. 기왕이면 ㉤굿 잘 하는 무당으로…… 하는 따위의 기분이었다.
1. 이 글의 주요 내용으로 볼 수 있는 것은?
① 어머니의 설움 ② 중들간의 갈등
③ 중들의 타락한 모습 ④ 절을 찾아간 동기
⑤ 절의 하루 일과
2. 이 글에 나타난 중들의 행위를 비판하는 말로 적절한 것은?
① 절에 가서 젓국 달라 한다.
② 제 절 부처는 제가 위해야 한다.
③ 절에 가면 중인 체, 촌에 가면 속인인 체한다.
④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
⑤ 저 중 잘 달아난다 하니까 고깔 벗어 들고 달아난다.
3. ㉡과 같이 행동한 근원적 이유로 적절한 것은?
① 불공이 끝나야 다른 일을 볼 수 있으므로
② 주지중이 서장 부인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③ 주지중이 다른 중에게 불공을 드리게 할까 염려되어서
④ 주지중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사무적이었기 때문에
⑤ 돈을 적게 내고 가장 먼저 불공을 드려 달라고 하였으므로
4. ㉢의 의미로 올바른 것은?
① 염치 없는 ② 무책임한 ③ 부도덕한
④ 인정 없는 ⑤ 불필요한
5. ㉣과 그 쓰임이 유사한 것은?
① 취직 시험에 붙었다니 참 다행이군.
② 주차장이 붙어 있는 집을 골라야 해.
③ 무려 열 명이 붙었어도 해결할 수 없었다.
④ 집에 붙어 있지 않고 어딜 싸돌아 다니니?
⑤ 요즘 나쁜 습관이 붙어서 잘 고쳐지지 않아.
6. ㉠의 구체적 내용을 이 글의 어휘를 이용하여 간단히 쓰라.
7. ㉤이 가리키는 구체적 대상을 찾아 쓰라.
【핵심 정리】
▷ 작자 : 박경리
▷ 갈래 : 단편 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내용 전개 : 백중날 목격하게 된 절의 타락상
▷ 주제 : 혼란기의 부정적 사회에 대한 분노와 고발
【작품의 이해와 감상】
남편과 사별한 진영은 유일한 희망인 아들 문수마저 의사의 무성의한 치료로 잃게 되는 비극적인 여인이다. 진영은 문수의 명복을 빌기 위해 절을 찾았으나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대접을 달리하는 타락한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사회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갖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시대 상황이 인간성을 어떻게 왜곡시키는가, 그리고 오늘의 삶이 있기 위해 어떠한 역사적 희생과 상흔이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정답 및 해설
◎ 현실 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소설
[1]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1. ①
→ ‘안’과 ‘나’는 각각 자기 자신의 확인밖에는 하지 못한다.
2. ③
→ ‘나’, ‘안’, ‘사내’는 이름조차 드러내지 않고 있다.
3. ⑤
→ 인물들간의 뚜렷한 갈등이 나타나 있지는 않다.
4. ③
→ (다)는 인물의 심리를 다루고 있는 단락이다.
5. ③
→ 밤, 차가운 바람, 펄럭이는 포장 등을 참고한다.
6. ③
→ ⓒ 미래의 희망, 나머지는 현실의 일회성을 의미한다.
7. ①
→ 거리에서와 같이 가야만 할 곳이 없어진 상태의 심리
[2] 『모래톱 이야기』, 김정한
1. ⑤
→ 이 글에는 ‘나’의 대화는 거의 없고, ‘나’를 제외한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나’라는 서술자는 인물의 언행과 사건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①
→ 건우 할아버지는 ‘나’에게 ‘썩어 빠진 글’을 쓰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는데, ‘썩어 빠진 글’은 열악한 농촌의 삶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감상적인 글을 말한다.
3. ④
→ ‘그런 짓’은 조마이섬 사람들을 부당하게 핍박하려 했던 사람들이 망했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잘못은 당연히 바른 길로 돌아온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4. ④
→ ㉡에는 권력을 쥔 자들은 으레 가난한 사람들을 핍박할 것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① 에는 즐거움이 곧 번뇌였음에 대한 깨달음이, ②에는 가까운 곳에서 낙원을 찾으려는 태도가, ③에는 인륜이 땅에 떨어진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④는 양반이란 누구 하나 다름이 없음을 말하여 양반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⑤는 금전이 주가 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5. ③
→ ‘나’가 찌릿해진 것은 건우 할아버지의 말 때문이다. 즉, 자신이 쓰고 있는 글이 혹시나 건우 할아버지가 말하는 썩어 빠진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뜨끔했던 것이다.
6. 썩어 빠진 글
→ 건우 할아버지는 삶의 현실을 외면한 글을 비판하고 있다.
7. 양반
→ ‘선비의 후손’이라는 의미이다.
[3] 『꺼삐딴 리』- 전광용
1. ⑤
2. ⑤
→ 개성적 인물은 발전적, 입체적 인물로 작품 내에서 성격이 변화하는 인물이다.
3. 직접적(분석적) 제시
4. 신문(기사)
5. ④
6. ③
→ 어떤 장면이 겹쳐 떠오를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7. ③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1. ⑤
→ ①은 천국에 사는 사람들(있는 집단)과 지옥에 사는 사람들(없는 계층)의 갈등을 말한다. ②는 화자의 삶, 지겹고 전쟁 같은 삶이 ‘지옥’으로 표현되었으니, ‘천국’은 화자의 삶과 반대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③은 서술자가 영수(전반부)에서 영희(<중략> 이후)로 바뀌었다. ④는 ‘계고장’으로 인해 난쟁이네가 철거를 당하고 아버지가 자살하게 된 것에서 알 수 있다. ⑤의 경우, 난쟁이네의 삶은 이 글의 전반부에 언급되어 있기는 하나 표현이 매우 추상적이며 지옥 같은 삶이라고 비유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2. ③
→ ㉠의 대상이 난쟁이네가 살던 집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난쟁이네의 집은 난쟁이네 가족들의 ‘삶의 터전, 보금자리’로, 난쟁이네는 집을 잃고 좌절과 비애를 느끼고 있다. 예문에서 ⓒ가 ‘잃어버린 보금자리, 삶의 터전’을 의미한다. ⓑ는 주택지라는 뜻으로 ㉠과 의미가 유사한 것 같지만, ‘상실한 보금자리, 삶의 터전’이란 면에서 보면 오히려 ⓑ 때문에 ⓒ를 상실한 것이므로 ⓑ는 답이 될 수 없다. 참고로 윗글은 산업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고통과 비애를 겪는 것을 보여 주며, 예문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3. ②
→ 이 글에서 ‘난쟁이’는 단순히 신체적 특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섯 식구가 지옥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어도, 삶의 터전인 집이 헐려도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무능하고 소외된 인간 즉, 산업화, 도시화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빈민 계층이 ‘난쟁이’에 비유되고 있다.
4. ③
→ ①은 ‘헐린 집터’(어머니가 헐린 집터에 서 계셨었다)라는 표현을 통해, ②는 ‘네가 집을 나가구~찾았는지 아니?’라는 표현을 통해, ④는 ‘아버지는 돌아가셨어’라는 표현을 통해, ⑤는 ‘철거반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③은 작품 전체로는 맞는 얘기지만 이 지문만으로 추리하기는 힘들다.
[5]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김승옥
1. ③
→ 1인칭 화자인 ‘나’는 독백적 어조로 자신과 ‘누이’가 느낀 도시의 개인주의와 고독감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누이’도 작중 화자인 ‘나’의 의식 속에서 재구성되어 표현되고 있다. ③은 ‘의식의 흐름’이라는 표현이 잘못됐다. 이러한 기법은 심리주의 소설에 쓰이는 것으로, 보통 내면에 잠재해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이러한 기법으로 그리곤 한다. 이 글은 누이의 침묵에 대해 화자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에서 원인 분석을 하고 있으므로 ‘의식의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
2. ④
→ ‘상징적’이라는 말에 주목한다. ㉠~㉢은 단순한 진술이며, 상징적인 의미가 드러나는 것은 ㉣, ㉤이다. 그러나 ㉤은 문제에서 제시한 ‘괴로워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누이가 도시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에서 ‘무서운 사건’은 정신과 문화가 황폐화된 도시적 삶을 의미하고, ‘희생자’는 도시적 삶에 실패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3. ⑤
→ ⓐ, ⓓ는 전원적 아름다움과 시골의 수동적 삶, ⓑ는 도시에서의 삶의 실패로 인한 누이의 고통, ⓒ는 도시적 삶에의 적응, ⓔ는 도시적 삶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 ⓓ와 ⓔ가 의미상 대조적이다.
4. ③
→ 도시에서의 누이의 삶은 개인주의로 인한 좌절과 고독과 비애라고 할 수 있는데, ③이 이와 가장 유사한 모습을 드러낸다.
◎ 물질주의 비판을 주제로 하는 소설
[1] 『백치 아다다』, 계용묵
1. ④
→ 아다다는 돈이 불행의 원인이라고 여기고 있어, 수롱이 밭을 사면 부자가 될 것이고 그러면 자신을 버릴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수롱이 모은 돈을 모두 바다로 던져 버린 것이다.
2. ⑤
→ 아다다는 돈을 불행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인식이 동일한 것은 돈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는 ⑤이다. ①은 돈의 필요성을, ②는 돈을 벌지 못하는 아쉬움을, ③은 돈이 절대적 가치를 지니지는 않지만 도구가 될 수 있음을, ④는 돈이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함을 각각 의미하는 진술이다.
3. ⑤
→ ㉮ 부분의 발상은 주체와 객체의 도치를 통한 의인화이다. ⑤는 일단 벼를 사람처럼 비유해 놓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에거 벼가 사람에게 자신을 맡긴다고 표현하여 주체와 객체를 전도시키고 있다.
4. ⑤
→ 아다다는 수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돈이 없어지면 자신이 행복해진다고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①은 불가능한 것은 일찌감치 단념하라는, ②는 위급한 지경에 이르면 아무것에나 기대려고 한다는, ③은 허세를 부림을, ④는 일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끝난 뒤 참견을 한다는 의미이다.
5. ③
→ ㉢은 독자들이 상황에 따라 모두 이해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서술자가 친절하게 진술하고 있다. 이는 작자가 모든 것을 제시해 독자로 하여금 내용 전개에 의심을 가지거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사건 전개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게 한다.
6. 불안감―갈등―행복감
→ 밭을 사려고 수롱이 모아 둔 돈 때문에 불안해하다가 돈을 없애버리려고 갈등하고는 바다에 돈을 던져 버리고 행복해한다.
7. 의인법, 대유법
→ 무수한 관 쓴 영감들은 지전에 그려진 인물들이므로 대유가 사용되었고, 그들이 서로 마주 바라본다는 표현은 의인화라고 할 수 있다.
[2] 『두 파산』, 염상섭
1. ⑤
→ 주제가 제시되고 사건이 마무리되고 있는 부분이다.
2. 옥임과 교장
3. ④
→ 이 작품은 냉정한 객관적 시각에서 그려지고 있다.
4. ②
5. 격세지감(隔世之感)
6. ②
→ 여성 해방론의 기치를 내건 스웨덴의 학자가 엘렌 케이이다.
7. 당대의 사회상
8. ④
[3] 『불신 시대』, 박경리
1. ③
→ 제시된 지문의 주요 내용은 (백중날) 아이의 영혼을 천도하기 위해 절을 찾은 진영이 돈을 적게 냈다고 푸대접을 하는 중들의 행태를 보게 되는 장면이다. 작자는 이를 통해 타락한 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 ④
→ 중들은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신도를 차별 대우하고 있다.
3. ⑤
→ 어머니는 주지중에게 불공을 부탁드리지만 주지중은 돈을 적게 낸 진영 모녀에게 그럴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돈을 적게 낸 처지에 가장 먼저 불공을 부탁하려니 자연 비굴해 보이는 웃음을 짓는 것이다.
4. ①
→ 최저의 돈을 내고 첫째로 불공을 하겠다는 것이 염치 없는 짓임을 말하고 있다.
5. ④
→ ㉣의 문맥적 의미는 ‘머물러 있다’이다. ①에서는 ‘합격하다’, ②에서는 ‘딸려 있다’, ③에서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달려들다’, ⑤에서는 ‘습관이나 버릇이 되다’의 뜻으로 쓰였다.
6. 아이가 너무 가엾다
→ 진영 모녀는 죽은 아이의 천도를 위해 불공을 드리러 왔다.
7. 주지중
→ 진영은 주지중이 불공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섭섭하게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