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담불라(Dambulla)-황금 사원과 석굴사원
불심 깊은 스리랑카 사람들 / 황금 사원의 황금 불상
버스로 2시간 정도 북쪽으로 달리면 담불라(Dambulla)라는 작은 마을(邑 정도)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유명한 시기리야(Sigiriya) 요새와 폴론나루와(Polonaruwa) 고대도시 관광거점이 된다.
담불라(‘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뜻)가 가까워지면 평원(밀림) 가운데 꼭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 같은 커다란 바위산이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바위산 밑에 황금사원(Golden Temple)이 있고 바위산 정상 부근에 석굴사원(Rock Temple)이 있다.
황금사원은 바위산 밑에 엄청나게 큰 황금색의 좌불상(높이 30m)을 모셨는데 지붕 역할을 하고 그 밑에 대웅전에 해당하는 법당들을 배치하였으며, 널찍한 마당과 또 한 쪽에는 유물들을 전시한 전시관도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황금 불상을 향하여 줄지어 가고 있는 스님들과 코끼리의 행렬을 설치해 놓은 것이 이채로웠다.
이 황금사원 한쪽에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냥 법당을 드나들기에 유물 전시관 입장료인가보다 하고 나도 입장료를 내지 않고 법당과 둘레를 둘러본 후 계단을 올라가 황금 불상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가 보니 불상 뒤쪽에 바위산 위쪽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 행렬이 보인다. 나도 무작정 따라 오르는데 그다지 가파르지는 않지만 더워서 그런지 무척 멀게 느껴지고 힘이 든다.
계단 중간은 구걸하는 사람, 음료수를 파는 잡상인들, 사람들이 던져주는 음식물들을 받아먹느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원숭이 떼들로 제법 북적인다. 30분쯤 오르면 정상 바로 밑까지 오르는데 거기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그 유명한 석굴사원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었다.
결국 황금사원(Golden Temple)과 석굴사원(Rock Temple)은 같은 하나의 사원이었고, 입장료는 이 석굴사원을 들어가는 입장료였던 셈이었다. 이곳을 들어가려면 일일이 몸수색도 받고 전자문(電磁門)도 통과해야 한다.
표를 받는 사람한테 표를 사지 못했으니 이곳에서 구입하면 안 되겠냐, 혹은 돈을 직접 내면 안되겠냐....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애걸을 해도 다시 내려가서 표를 사 오라고 막무가내다. 이런 낭패가 있나 이 더운 날씨에 어떻게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올 수 있겠는가?
석굴사원 외부 / 현란한 색채의 벽화와 불상들
옆에서 지켜보던 40대 사내가 재빨리 달려와서 자신이 대신 끊어다 줄 테니 수고비를 달라고 한다.
입장료 1.200루피, 수고비 200루피를 합하여 총 1.400루피(35.000원)다. 조금 억울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돌아설 수도, 내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자신도 없어 결국 돈을 내밀고 올라올 때까지 나무 그늘에 앉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40분쯤 기다렸더니 사내가 헉헉거리며 올라와 표를 내민다. 바로 나 같은 사람을 겨냥한 전문 심부름꾼(?) 이었던 모양이다. 내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니 신발 맡기는 곳의 사람이 생각보다 먼 거리라며 심부름 값 200루피(5.000원)가 비싼 것이 아니라고 위로를 한다.
신발 맡기는데 다시 20루피. 그러나 석굴사원을 보는 순간 모든 억울함이 일시에 사라지고 말았다.
총 다섯 개의 석굴로 석굴 수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크기와 섬세함, 그리고 화려한 색깔에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다.
중국의 용문 석굴, 둔황의 막고굴도 보았지만, 절대 뒤지지 않는 훌륭한 석굴사원이었다.
BC 1세기, 싱할라 왕조 때 건축되었다는 이 석굴사원은 암벽 밑의 흰색 벽으로 이루어진 회랑 안쪽에 자연 상태의 바위산을 파낸 5개의 석굴이 연이어져 있는데 제일 큰 제2 석굴은 가로세로 52m×23m, 천장 높이 7m의 어마어마한 규모로 황금색 불상과 여러 가지 불상(佛像)들이 안치되어 있는데 다섯 굴을 합하면 모셔진 불상이 총 157좌나 된다고 하니 놀랍다.
그뿐만 아니라 천장과 벽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현란한 색채의 프레스코화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제2 석굴 외에도 제1 석굴의 거대한 부처님 열반상, 제3 석굴의 수많은 좌불상과 입상들이 인상적이었고, 화려한 색깔로 그려져 빽빽하게 채워진 천장화 등은 2.000년 전에 조성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소중한 불교의 보물이자 인류의 유산으로 생각되었으며 가슴 가득 밀려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제3 석굴 가운데에는 철망으로 둘러쳐진 작은 공간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 항아리가 하나 놓여있고 사람들이 들여다본다.
석굴 천장에서 작은 물줄기가 쉴 사이 없이 떨어져 항아리에 넘치는데 아무리 가물이 들어 평지의 다른 샘들은 말라도 바위산 꼭대기의 이 물은 절대로 마르지 않는다고 하며, 이곳 지명이 ‘담불라’라고 부르게 된 연유로,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의미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