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3일 월 丁巳일
상관 왕, 식신 록, 천살.
식상 왕성한 날, 식상이 입묘한 봄이.
검순이 다섯 자녀 중 가장 기갈 센 퉁퉁이 봄이가 새벽에 졸했다.
그리하여 오행에서 사계절이 되고 다시 음양이 되어 남았던 아이들 중 결국 순둥이 여름이만 남았다.
역시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것이 강한 거다 실감한다.
모두 숙면에 든 새벽에 단말마의 비명을 남기고 이승을 하직해버린 봄이.
시신을 거두려고 보니 어미 검순이와 여름이가 이미 싸늘해진 봄이를 감싸며 지키고 있다.
검순이는 무심히 비 오는 먼 산만 보고,
여름이는 좀 전까지도 물고 뜯고 놀던 제 형제를 염하듯 햝아 댄다.
그 속에서 시신을 흰 수건에 싸서 옮기는데 먼 산 바라기하던 검순이가 벌떡 따라나선다.
안장팀의 전언에 따르면 검순이는 제 새끼가 땅 속으로 들어가는 걸 다 보고
새끼 묻은 자리까지 먼저 꼬옥 꼭 다지기 했단다.
매장된 육신은 땅 속으로 들어가 우주의 티끌로 환원되겠지만
함께 파묻지 못한 기억은 성성한 추억이 되어 얼레의 실처럼 자꾸 되감긴다.
남은 사람이 힘든 건 먼저 간 자의 부재 때문이 아니라 그 부재 중에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 때문이다.
한 사람이 이승의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떠난 이후로 주말 휴일 장대비가 줄창 오는데 부고가 계속 뜬다.
멀쩡하던 집이 상가가 되기도 하고, 상가를 조문할 일이 생기기도 하고,
하다못해 반려견의 타계를 알리는 또 다른 견주도 연락을 해온다.
키우던 짐승의 죽음은 저승사자가 ‘누군가’의 목숨 값 대신 데려가는 것이라며
남아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그 ‘누군가’가 되어 숙연해지기도 한다.
무튼 갑자기 동기동창이 늘어난 저승행 연락선에 승선한 봄이.
부디 다음 생엔 강건하게 태어나 원 없이 기갈부리며 이승의 꽃밭에서 뛰놀아보길 기원한다.
그러고 보면 온 산천을 휘젖고 다니며 장수하고 있는 라떼 세식구는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다.
눈먼 개 휴가 낳은 여러 자식 중 가장 못나고 연약한 아이가 살아남아 결국 2대째 집을 지키고 있는 형국.
못생긴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
어젯밤부터 그리 퍼붓던 비가 오전까지도 진정되지 않더니
입천정 오르는 길이 계곡으로 변신, 물이 넘쳐나고,
먼지 풀풀 나던 평지의 마른 하천은 맹렬하게 급류 흐르는 성난 강으로 변했다.
장마철에도 비가 흔치않다던 영해. 과거를 무색케하는 폭우를 보며
누군가는 그리 씻어낼 우환이 많은가 생각하고, 누군가는 단맛 다 차기 전에 복숭아 떨어질까 걱정이다.
분명한 것은 이 빗속에 가야할 사람은 가고, 와야 할 사람은 오고, 남을 운명인 사람은 버티고 남는다는 것.
가고 또 옴이 둘이 아닌,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가 돌고 도는 운동이라는 것. 그래서 미련둘 일이 없다는 것...
긴 비가 잦아드는 저녁에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가는 것은 늘 느닷없고 아프다.
첫댓글 우주에서는 인간같은 형태의 생명체를 가진 유기체가 정상적이지 않은(표현이 맞는가 모르겠네) 상태라고 한다.
전부라고 표현될 정도의 대부분은 인간같지
않은 형태로 존재한다.
죽음은 그러한 평균값에 수렴하는 것이 아닐까
망상을 해본다.
우리는 습관에 좌지우지되어
별거 아닌것에 의미를 가지고 버둥되다가
모서리로 밀려나 버린다.
전부라고 표현될수 있는 대부분이...
그래서 혹자가 그런말을 했는지 모른다.
"인생에 의미를 두지마라.
사는것은 그저 욕망일 뿐이다."
그렇거나 저렀거나
봄이는 천당에 갔을거야~~
하아 ~
짧은 탄식이 저절로ㅠ
좋은데 가거라~~~♡
음... 아프네,,,,
마이~좀 아프네요~~-__()__
이럴땐 딱히 마음을 표현할 말이 없네요~~ㅠ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 분의 죽음보다 입천정 봄이의 죽음이 더 마음에 찌는 건 왜 일까?
더불어 선생님의 마음이 어떠실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