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는 생명을 이루는 기본 단위이다. 동시에 세포는 하나하나가 생명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형태이다. 실제로 아메바나 세균처럼 세포
한 개로 이루어진 생명체도 있다. 그리고 인간의 신체에는 60조 개의 세포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세포 각각에도 수명이 있다는 것이다. 피부는 2~4주,
위 세포는 2~9일, 백혈구는 2~5일, 적혈구는 120일이다. 이같이 장기마다 세포가
살고 죽는 기간이 제각각이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의 모든 세포는 각자의 주기에
맞춰서 매번 새롭게 갱신된다. 이 과정을 세포자살(apoptosis)이라고 부른다. 이는
몸 전체를 유지하기 위한 세포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로써 신체 내의 오래되고
불필요하며 건강하지 못한 세포들이 제거된다. 건강한 신체를 위해 각 기관이 새로운
세포를 만들면, 세포자살을 통해 기존의 오래된 세포들을 없애는 것은 신체 생리에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암은 세포자살을 해야 할 상황에서 제멋대로 증식하는 것이다. 즉, 세포들은
제 역할을 다하면 전체 시스템을 위해 죽는 세포자살이 일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어떤 세포는 주변 세포들과 함께 세포자살 상태로 변화하는 공생 관계를
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바로 암세포이다. 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덩어리가 만들어지면 '암'에 걸렸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암세포는 빠르게
증식한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암세포는 장기나 혈액, 림프샘 같은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는 성질도 갖고 있다. 암세포의 특징은 자신만 빠른 속도로 자라면서 정상
세포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암이라는 용어를 살펴보면 영어로 캔서(cancer)라고 부른다. 캔서는 원래 '게'(crab)를
뜻하는 라틴어 명사이다. 히포크라테스가 암세포의 전이 모습이 게의 집게발처럼
밖으로 뻗어 있는 모습과 닮아, 암을 '게'(crab)라 명명한 데서 유래했다. 암세포가
기원 종양(일차 병소)에서 떨어져 나와 신체 전체(이차 병소)로 집게발처럼 퍼져 나가는
현상이 전이 (metastasis)이다. 신체 전반에 암세포가 전이되면 장기들이 제 기능을
하지못해 결국 사망에 이른다.
암은 하나의 용어이지만 수많은 장기에 생기는 암세포 덩어리를 총칭한 말이다.
"암세포는 근본적으로 정상 세포이며, 세포 안의 일부가 나쁜 것으로 변화된 것"
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암세포는 바깥에서 들어온 적군이 아니라 내 몸의 세포 중
일부가 변형을 일으킨 것이다. 그래서 세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암세포가
생겨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암세포는 날마다 몸에서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놀랍게도 몸 안에 있는 면역세포가 매일 암세포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녁 11시부터 몸을 편히 쉬고 취침하기 시작하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청소하는 데
아주 유리하다. 그래서 잠만 잘 자도 암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고 하는 것이다.
- 이여민 저, ‘동네병원 인문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