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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은 젊음의 푸르름을,
죽음은 삶의 강렬함을
증명하는 선물이다.
지난해 여름, 미국의 유명 여성지 [얼루어(allure)]는 ‘안티에이징(anti-aging)’이란 단어를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나이는 싸움의 대상이 아니며 젊은이만 아름답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편집장의 철학이 신선하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이 나의 잘못으로 받는 벌이 아니다.”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Theodore Roethke)의 말처럼 나이를 먹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젊음에서 늙음으로 가는 것이 생명의 이치다. 노사연 씨의 노랫말처럼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신호들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걷는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살피고 가끔 뒤를 돌아보기도 하라는 뜻이리라. 구석구석 통증이 생기는 것은 젊은 날 혹사시킨 몸에게 일일이 사과하고 어루만져주라는 뜻이고,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는 것은 그 동안 지나쳐온 얼굴과 목소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라는 뜻이다. 문득 외로움이 밀려와 괜히 서운하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토록 분주했던 젊은 날을 추억하고 반성하며 소소한 일상에 감사할 여유를 얻은 것도 나이가 주는 선물이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늙어가는 동안에는 늙음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것이 인생이다. 젊은이는 나이 듦을 알지 못해도 늙은이는 젊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것도 나이가 주는 선물이다.
그 옛날 부모님이 늙어가면서 느꼈을 회한 - 당시 젊은 나는 알지 못했다 - 을 공감할 수 있는 것과, 나의 자식들이 젊음을 어떻게 보내야 한다고 조언해 줄 지혜도 나이가 주는 선물이다.
나이가 주는 더 큰 선물은 ‘인간은 죽는다’는 진리에 한 걸음 다가가게 하는 것이다. ‘삶은 죽음이 있어 아름답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나는 동의한다. 늙음은 젊음의 푸르름을, 죽음은 삶의 강렬함을 증명한다.
늙음은 낡음으로 빛이 바래는 것이 아니라 인생과 세상에 대한 혜안과 통찰, 깨달음으로 더욱 밝아지는 것임을 나는 날마다 알아가는 중이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으랴.
은퇴 후 7년 동안 틈틈이 기록한 글들을 모아 고희에 맞춰 펴낸 이 책도 ‘예(古)로부터 드물다(稀)’는 일흔의 나이가 나에게 준 선물이다. 이 책이 먼 훗날 나처럼 나이 들 자식들과 손주들, 그리고 오랜 세월 나와 함께 나이 들어온 사랑하는 아내 - 너무 미안해서 할 수만 있다면 그녀의 나이를 내가 몇 살이라도 가져왔으면 좋겠다 - 에게도 조그마한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목차
Prologue | 나이 듦은 퇴물이 아니라 선물이다 4
1 두 번째 선물 ●시니어하우스 9 ●인생의 황금기 11 ●은퇴의 설렘 14
2 삶의 재발견 ●아버지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하다 25 ●삶은 죽음이 곁에 있어 아름답다 30 ●바라나시 인생특강 34
3 추억은 인생학교 ●인생의 하이웨이를 달리는 법 41 ●인생을 풀어준 꽈배기의 추억 43 ●과잉치의 후회 49 ●타이거 우즈에게 배운 인생골프 53 ●친구 잃고 돈 잃고 56 4 브라보 마이 라이프 ●월급봉투 63 ●술집지배인 68 ●일하지 않을 권리 73 ●용기 있는 응원 77 ●최선의 아름다움 82 ●사치성 오락 87 ●자나 깨나 자식 조심 93 ●자식으로부터의 독립 94
5 아침엔 인사, 저녁엔 감사 ●거절예의 103 ●자만보다 무서운 적은 없다 106 ●신뢰의 기술 109 ●별거 아닌 인생을 살 만한 가치 115 ●명함이 없습니다 120 ●비난하면서 되고 싶은 것 124
6 작은 일상, 큰 행복 ●시네마 천국 131 ●아내와 운전기사 134 ●사소한 큰 일 137 ●일상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142 ●세잎클로버의 꽃말 145
7 서로 닮아가는 기쁨 ●며느리바보 153 ●한여름의 꿈 161 ●Welcome to Earth! 167
Epilogue | 또 한 해가 갔다 171
은퇴 후 틈틈이 써 놓았던 글을 모아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나이가 주는선물” , 책 제목이다. 나이 듦은 퇴물이 아니라 선물이다고 생각 하면서 용기를 내었다. 늙음은 젊음의 푸르름을 ,죽음은 삶의 강렬함을 증명하는 선물이다. 나이를 먹는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잘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 가족의 권유로 책을 출간했는데 , 은퇴 전에 ”일단 저질러봐”를 출간 하였을 때보다 더 설레인다. 많은 공감이 있길 기대해 본다 -구자홍님 페북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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