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기원은 BC 2세기 한漢나라의 '쿠주'Cuju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기차기와 유사한 쿠주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세계 최초의 '발로 차는 경기'로 인정했다. 쿠주는 현대 축구 경기와 비슷하다. 두 팀이 맞붙어 상대 팀 그물에 있는 작은 구멍에 공을 넣는다. 경기 중 공이 땅에 닿으면 안 된다는 게 현대 축구와 다르고, 손을 제외한 신체 모든 부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 축구와 유사하다. 쿠주에 사용된 공은 모양과 구조에서 현대 축구공의 초기 조상 격이다. 쿠주 공은 가죽 주머니에 깃털과 양모를 채워 넣어 형태를 잡은 구조였다.
이후 로마 제국에서 '하르파스툼'Harpastum이 등장했다. 미식축구에 더 가까운 형태의 스포츠였음에도, 이 경기에 사용된 공은 가죽 주머니에 모래와 깃털을 채워 만들었고, 이후 동물의 방광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은 내피가 사용되기도 했다.
1863년까지 축구공은 주로 동물의 방광을 이용해 만들었다. 방광을 건조하고 가공한 다음, 공기를 불어넣고 돼지나 황소의 가죽으로 겉을 감쌌다. 이 공은 가볍고 탄성이 좋았지만, 표면이 상당히 울퉁불퉁했고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방광의 형태와 사용된 동물의 크기가 저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방광 축구공의 구조는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현대 축구공의 중요한 틀을 제공했다. 1863년에 결성된 축구협회(FA)가 축구공을 표준화하는 최초의 규격을 규정하게 된다.
미국 화학자 찰스 굿이어가 1839년에 끈적끈적한 '천연 고무'를, 탄성있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열에 강한 고무로 바꾸는 '가황 처리법'을 발견했다. 이 덕분에 인류는 두 가지 중요한 선물인 '타이어'와 '축구공'을 얻게 되었다.
합성 고무의 도입은 축구 경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지만, 공을 감싸는 가죽 겉면에는 여전히 문제가 있었다. 공을 감싼 가죽은 소가죽의 서로 다른 부위에서 잘라낸 것이었고, 바느질 패턴도 균일하지 않았다. 게다가 가죽은 자연적으로 물을 흡수하여 경기 중 무게가 무거워지고 공의 모양이 변형되었으며, 공의 바느질선은 선수들이 헤딩할 때 통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는 필드 플레이어들에게도 힘든 일이었지만, 골키퍼들이 가장 힘들어했다. 공중에서 공의 궤적이 극도로 불확실해서, 실책을 하고 쉽게 막을 수 있는 골을 허용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덴마크의 골키퍼 에이길 닐센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섰다. 닐센은 가죽 외피를 퍼즐처럼 구성했다. 가죽 패널마다 수분을 공급하고 늘여서 형태가 뒤틀리는 것을 방지했다. 또 공에 공기 주입구를 추가하여, 공의 끈을 풀고 수동으로 바람을 넣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었다. 닐센의 노력은 성공을 거두었고, '깎은 정이십면체' 구조를 개발했는데, 이 공은 12개의 오각형과 20개의 육각형을 사용한 32패널 공이었다. 완벽한 구형은 아니었지만, 이 공은 축구계를 혁신시켰으며 1946년부터 2006년까지 축구공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때로는 완벽한(?) 디자인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완벽한 공의 형태는 완벽한 구형일 것 같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2010년 월드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바느질 대신 열 접착 패널 방식으로 제작한 '자블라니' 공은 선수들과 비평가들로부터 "너무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느질 없이 패널을 접착한 자블라니의 표면은 너무 매끄러웠다. 자블라니는 2006년 월드컵에서 사용되었던 14개의 접착 패널을 가진 전작 '팀가이스트'를 개선한 제품으로 개발되었는데, 결과적으로 더 나쁜 퍼포먼스를 보였다.
자블라니 공에 대해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골키퍼들이 이 공을 "썩었다", "예측 불가능하다"고 불평했다. 자블라니의 예측 불가능한 거동은 '너클볼 효과(무회전 효과)' 때문이었다. 너클볼은 공중을 비행할 때 회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공 주변의 공기 흐름에 따라 훨씬 더 불규칙하게 움직이는데, 이는 공이 '임계 속도'에 도달할 때 특히 두드러진다. 임계 속도에서는 공 주변의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져 공에 작용하는 힘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며, 그 결과 공이 갑자기 뚝 떨어지거나 꺾이게 된다. 전통적인 32패널 공의 임계 속도는 56km/h, 팀가이스트는 72km/h, 자블라니는 89km/h였다. 89km/h는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차는 평균 슈팅 속도였기 때문에, 2010년 대회에서는 유독 무회전 너클볼이 쏟아져 나왔다.
2026 월드컵에서는 단 4개의 패널로 제작된 '트리온다'가 공인구로 등장했고, 대회 중 이 공의 비행 궤적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2026년 3월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트리온다 공을 대상으로 풍동 실험 및 궤적 분석 실험을 진행했다. 트리온다가 단 4개의 패널만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계 속도는 지난 5번의 월드컵 공인구 중 가장 낮은 시속인 45km/h에 불과했다. 이는 공 표면에 적용한 거친 질감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혁신은 공의 외형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일어났다. 트리온다에는 단 몇 초 만에 매우 정확한 데이터를 심판진에게 제공해주는 최첨단 센서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매 대회마다 새로운 공이 디자인되면서, 축구공은 계속 진화하고 있고... 동시에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 동네 친목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센서 탑재 축구공은 필요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첫댓글 박학다식하십니다.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