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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쓴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스토리보드를 돌아보고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킹 헤일로와 나리타 타이신, 하루 우라라 모두 스토리가 맵기로 유명한 우마무스메들이 아니었던가! 슬슬 상쾌한 맛으로 독자들을 입가심해줄 필요를 느꼈다. 그리고 여기에 딱 어울리는 우마무스메를 찾았으니, 초보 트레이너에게 우마뾰이 전설을 보여주는 ‘사쿠라 바쿠신 오’다.
바쿠신 오는 커뮤니티에서 ‘머리가 나쁜 우마무스메’의 대표로 꼽힌다. 다만, 이와 별개로 성격이 참 밝고 착해 호감을 느끼는 트레이너가 많다. 나쁜 머리도 귀여운 개성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정작 게임 속 담당 트레이너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그녀를 교육하고 있다.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함께 만나보자.
오늘의 키 퍼슨: 이런 반장은 처음이야~♪
먼저 사쿠라 바쿠신 오의 프로필이다. 내용과 외모만 보면 여느 미소녀 게임에 등장하는 평범한 동급생 캐릭터로 보인다. 하지만, 첫인상으로 바쿠신 오를 판단하는 건 금물이다. 그녀는 ‘사람은 겪어봐야 알고, 강은 건너봐야 안다’라는 말의 산증인이다. 사실 겪어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트레센 학원을 거닐다 보면 어디선가 ‘박↗시이이인↑!’이라는 고성과 함께 달려오기 때문이다.
바쿠신 오를 이루는 큰 줄기는 반장 속성이다. 여러분은 반장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에어 그루브처럼 깐깐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완벽 초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바쿠신 오는 ‘바보 + 모범생’이라는 전혀 다른 타입의 반장이다. 시종일관 학우들을 돕기 위해 트레센 학원을 질주하며, 주체하지 못한 의욕을 성량으로 발산한다. 아, 어마어마하게 시끄럽다는 뜻이다.
여기에 성우 ‘미사와 사치카’의 시원한 연기와 독특한 말버릇이 더해져 인기가 더욱 상승했다. 단어의 원래 뜻을 무시하고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바쿠신’, 당황했을 때 나오는 ‘쵸왓!’은 트레이너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종종 트레이너들도 해당 단어를 쓰고는 하는데,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분위기에 몸을 맡기면 된다.
주요 인물 관계도는 서포트 카드로 익숙한 친구들이 많다. 니시노 플라워는 육성 스토리의 라이벌이다. 실제 말 바쿠신 오의 단거리 성적은 12전 11승이었는데, 유일한 패배를 안긴 상대가 니시노 플라워인 걸 반영했다. 키타산 블랙은 바쿠신 오가 첫 눈에 호감을 느낀 대상이다. 물론, 이것도 실제 말의 고증이다. 키타산 블랙은 그녀의 외손자다.
그런데 트레이너의 설명이 조금 이상하다. ‘사실 제일 나쁜 사람’이라니? 이건 어느 정도 팩트에 기반을 둔 설명이다. 스토리 내내 바쿠신 오를 속여 레이스에 참가하게 하고, 내심 은근 심한 생각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기껏 그녀가 밸런타인 초콜릿을 준비해 줬더니 ‘바쿠신 오가 밸런타인데이를 알아?’라니, 좀 너무하잖아!
실제 말의 주요 실적
다음은 실제 말 사쿠라 바쿠신 오의 성적이다. 지난달 레전드 우마무스메로 등장해 전적에 대한 기대가 클 텐데, 기록이 21전 11승이라 ‘엥?’이라며 실망할 수 있다. 이 전적은 자세히 뜯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단거리 레이스 전적만 콕 집으면 12전 11승이라는 무서운 수치가 나오기 때문이다.
21전 11승 기록은 사쿠라 바쿠신 오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낸다. 1,200~1,400m 경기에서는 패왕이지만, 1,600m 이상은 전패다. 인게임의 마일 적성 B가 고증 오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전적은 일본 경마계에 큰 영향을 끼쳤으니, 단거리와 마일 종목을 구분하는 계기가 됐다.
단거리 종목의 역사를 다시 쓴 만큼, 전문 스프린터로서의 기량은 정말 뛰어났다. JRA 최고의 스프린터를 꼽으라고 하면 반드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며, 은퇴전인 1994년 스프린터즈 스테이크스에서는 5살 고령의 나이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본인의 한계를 넘어선 은퇴라니, 정말 로망이 넘친다.
우마무스메가 떠올라 ‘설마 실제 말도 기운 넘치는 바보 속성인가?’란 의문이 들었다면 정답은 ‘No’다. 실제 말 바쿠신 오는 느긋하고 사람의 말을 잘 듣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경기에 나서면 투쟁심을 발휘하는 똑똑한 말이었다. 우마무스메에서 독특하게 각색한 셈이다. 대신 투쟁심 부문은 제대로 고증했으니 경기 영상을 확인하자. 진지한 표정을 지을 때는 ‘누구세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트레이너: 속이려던 건 아닌데, 어디서 자꾸 이야기가 꼬이는 거지?
얘가 자꾸 장거리 레이스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어떻게 설득하죠?
바쿠신 오의 이야기는 ‘착각물 + 개그’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시작부터 트레이너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개인 스토리 1편 도입부부터 정신없기 그지없는데, 첫 등장에서 트레이너를 들이받을 뻔한다. 그러고는 혼자 뭐라고 떠들더니 ‘바쿠신, 돌진~!’하며 사라진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게임 속 트레이너도 똑같은 감상을 남겼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다음 장면도 혼란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위 이미지는 바로 다음 장면의 로그를 촬영한 것으로, 몇 마디 하더니 바로 신이 넘어가는 신출귀몰한 모습을 선보인다. 얼마나 열심히 뛰어다니는지 지나가던 트레이너의 시야에 계속 들어와 눈도장을 찍었고, 과거사와 선발 레이스를 보러 오라는 이야기로 1편이 끝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개인 스토리 1편이다. 직접 보면 ‘게 눈 감추듯이 이런 거구나’란 생각이 자연스레 들 것이다.
그녀에 대한 소감이야 어쨌든, 주인공 트레이너는 담당 우마무스메를 구하기 위해 선발 레이스에 참가한다. 그리고 오늘도 기운 넘치는 사쿠라 바쿠신 오를 만나는데, 어딘가 이상하다. 천성 스프린터인 그녀가 장거리 선발 레이스에 나선 것이다. 다른 선배 트레이너들도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뭔가 생각이 있겠지’라는 기대감을 품고 경기를 지켜본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힘차게 도주하던 그녀는 순식간에 체력이 방전돼 그대로 퍼지고 만다. 그래도 트레이너들은 딱히 실망하지 않았다. 바쿠신 오의 적성과 특기는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기가 끝나자마자 중견 트레이너가 스카우트를 신청했고, ‘함께 최고의 스프린터를 노리자!’라는 의욕을 불태운다.
이에 바쿠신 오가 돌려준 답변은 위 이미지와 같다. 멋진 포즈를 취하며 거절하고는 ‘저쪽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라며 쫓아낸다. 당연히 중견 트레이너와 주인공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리고 주인공의 반응을 눈치챈 바쿠신 오가 왜 거절했는지 설명하는데, 바로 ‘나는 반장이니까’라서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반장은 모두의 모범이 되는 존재여야 하므로, 단거리, 마일, 중거리, 장거리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전략은 당연히 스피드 올인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골인하면 우승이라는 이유다. 뭐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어느 코스에나 도주마는 있기 마련이니까.
일련의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던 주인공 트레이너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대뜸 ‘스피드! 함께 스피드의 정점을 목표로 하자!’라며 일갈한다. 이게 바쿠신 오의 취향을 직격했는지 그대로 스카우트로 이어졌다. 이쯤에서 저 문장을 다시 살펴보자. 스피드의 정점을 목표로 하는 건 좋은데, ‘어디서’가 빠져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장대한 착각물과 심리전(?)이 펼쳐진다.
거짓말인 듯 아닌 듯 거짓말 같은 트레이너~♪
두 사람의 첫 트레이닝 겸 심리전은 바쿠신 오의 선제공격으로 막을 올린다. 하루빨리 부모님에게 ‘아리마 기념 – 재팬컵 – 텐노상 – 타마라즈카 기념 – 국화상 – 일본 더비’에서 우승한 소식을 보고하고 싶다고 말이다. 이 정도로 흔들리면 트레센 학원의 트레이너가 될 수 없다. 사뭇 진지하게 ‘방금 언급한 G1에서 우승하려면 모든 능력이 필요하지’라고 고민하는 척하더니, 망설임 없이 스피드 트레이닝 버튼을 누른다. 인게임이나 현실이나 바쿠신 오 트레이너가 생각하는 건 다 똑같은 모양이다.
물론, 이 점은 기억하자. 사쿠라 바쿠신 오의 스탯 보너스는 스피드 20%에 지능 10%다. 바보 속성이 있다 한들, 의외로 눈치 빠른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곧바로 ‘이거 단거리 트레이닝 메뉴잖아요!’라는 태클을 걸고, 놀랍게도 장거리를 단련하려면 페이스 조절이 우선 아니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제안을 한다.
이에 트레이너가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답변한 말이 걸작이다. ‘모든 레이스에 우승하는 비결이란 스피드! 그러니까 스피드를 단련하는 거야!’라는 내용이다. 얼마 전 바쿠신 오가 똑같은 말을 했던 걸 궤변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맞나 의심이 든다.
아직 놀라긴 이르다. 도끼눈을 뜨고 화면을 넘기면 다음 경기 결과가 나오는데, 놀랍게도 사쿠라 바쿠신 오가 데뷔전으로 더트 1,200m를 제패했다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잠시 게임을 켜 그녀의 경기장 적성을 확인하고 오자. 더트 G로 데뷔전을 우승했다고? 이거 사실 신입이 아니라 인자 풀 빵빵한 트레이너가 초보자 스킨을 쓴 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1,200m 경기를 3번 연속 하면 3,600m 장거리 경주가 돼!
이 정도로는 바쿠신 오의 성이 차지 않는다. 더트든 잔디든 결국 1,200m 단거리 경주니 말이다. 그리고 두 바보의 궤변과 바람 잡기가 이어진다. 정확한 패턴은 ‘은근슬쩍 스프린터 적성을 살리려는 트레이너 → 이를 눈치챈 바쿠신 오의 태클 → 트레이너의 궤변 → 이걸 확대 해석하고 폭주하는 바쿠신 오’의 흐름이다.
육성 중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예시가 레이스 후 선택지 등장하는 선택지다. ‘본보기가 되는 달리기였어!’를 고르면 평범한 회화가 오가지만, ‘떽! 아직 멀었어!’를 고르면 ‘때가 오지 않았다고요!? 다음에는 더 굉장한 레이스에 나가는 거군요!’라며 혼자 불타오른다. 무심코 한 말이 눈덩이가 돼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게 착각물의 황금 패턴이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수습하는 건 우리가 아니라 트레이너인걸!
시트콤 한 편을 찍으면서까지 그녀를 단거리 경기에 보내려는 트레이너의 판단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프롤로그에는 바쿠신 오가 2,400m 훈련을 시도하고, 1,200m를 넘는 순간 바로 무너지는 장면이 나온다. 게다가 일정이라며 1년 이내에 G1 30경기에 나가려고 하니, 수단이야 어찌 됐든 진로를 바로잡아줘야 한다.
물론, 바쿠신 오를 속인 건 사실이라 즐길 거리에 굶주린 트레이너들이 이렇게 재미있는 소재를 그냥 넘어갈 리 없다. ‘지금 저 속고 있는 건가요?’라며 진실에 접근한 바쿠신 오를 주인공 트레이너가 꼬드겨 단거리 경기에 나가게 하면, 스토리를 감상하던 트레이너들이 ‘어떻게 이렇게 착한 바쿠신 오에게 그럴 수 있어!’라며 놀린다.
그중 전설로 남은 궤변이 ‘단거리 3경기 = 3,600m 장거리’란 기적의 산수다. 바쿠신 오가 ‘그동안 장거리 경기에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어, 스케줄에 의문이 든다’라고 하자,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내민 카드다. 1,200m 단거리 레이스를 3회 나가면 총 3,600m를 달리는 셈이니, 장거리 레이스에 나간 것과 같다는 논리다. 웃긴 건 바쿠신 오가 여기에 넘어갔다는 점이고, 나중에 니시노 플라워가 그 말을 듣고 ‘?’라는 반응을 보이자 재빨리 입단속을 한다. 자, 여기서 주인공을 향해 외쳐보자. 바쿠신 오는 선생님이 꼭 장거리에서 이기게 해줄 거라고 믿었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현실의 일부 트레이너는 바쿠신 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마개조를 하곤 한다. 인자로 마장 적성을 보완해 중장거리를 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거리 레이스에서 우승하면 엔딩에서 바쿠신 오의 대사가 바뀐다고 한다. 그녀를 진짜배기 모범적인 반장으로 만들고 싶은 트레이너라면 한 번 도전해 보길 바란다.
※ 따끈따끈 신규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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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신 트레이너 너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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