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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수필100년 100인선집 수필로그리는자화상5
류인혜 수필선집 『불러보고 싶은 이름』
979-11-7155-008-1 / 192쪽 / 147*210 / 2023-10-23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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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한국현대수필 100년 100인 선집 제5권, 『불러보고 싶은 이름』, 류인혜 작가가 40년 수필 쓰기 인생 중에 쓴 많은 수필 가운데 가장 눈길이 머문다는 작품들을 선정하였다.
작가에게 언제나 정신적 기둥이 되어 주었다는 <사랑>, <생명>, <사람>, <침묵>, <기억>, 이 다섯 단어의 집에 나누어져 들어앉은 작품은 1981년 작 「앞치마」부터 2021년 작 「수필가 주영준 선생」까지 모두 39편이다.
■ 저자 소개
류인혜
1984년 《한국수필》 수필 등단
1985년 《현대시조》 시조 등단
□ 소속문학단체
한국문인협회 이사 역임
한국수필작가회 고문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계간문예》 기획위원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및 심의위원
한국식물연구회 이사
□ 수상
한국수필문학상, 펜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송헌수필문학상, 한국문학인상
□ 작품집
수필집 『풀처럼 이슬처럼』 『움직이는 미술관』 『순환』 『나무 이야기』 『류인혜의 책읽기-아름다운 책』 『나무에게 묻는 말』 『수필이 보인다』 『나무를 읽는다』
수필선집 『마당을 기억하며』 『불러보고 싶은 이름』
시집 『은총』
■ 목차
머리말│무심히 설 때
1부 사랑
앞치마 / 하늘 / 서 있는 나무 / 등나무 반지 / 마음 접어들고 / 해후 / 벌집 이야기 / 아름다워라
2부 생명
장 보고 국밥 먹고 / 보물지도 / 나무와 채송화 / 완전자동 버튼을 눌러놓고 / 사랑의 줄 / 생명의 근원 / 서늘한 기운이 돌거든
3부 사람
아버지의 안경 / 할아버지 나무 / 회귀 / 옛날 영화 구경 / 블랙커피를 위하여 / 강력한 항생제 / 꽃과 같은 사람
4부 침묵
걷는 연습 / 꽃보다 더 아름답게 / 정령들의 춤 / 식구 / 먹 번지다 / 천천히 걸어가는 길 / 퇴계원을 지나며 / 아버지들 이야기
5부 기억
노래 부르기 / 뇌가 기억하는 아픔 / 씨앗 주머니를 간수하는 때 / 사랑하는 이유 / 소통의 한계 / 낯선 길에서 / 불러보고 싶은 이름 / 봄날의 풍경화 / 수필가 주영준 선생
작가 연보
■ 출판사 서평
오래전(1984년) 수필의 길에 들어선 작가가 쓴 초기 작품들에서 만나는 투명하고 섬세한 사유의 그늘이 깊고 넓고 아름답다. “생각이 깊으면 사유의 그늘도 깊어진다. 그것에 흠뻑 젖어 오직 홀로라는 자각이 뚜렷해질 때 서 있는 자리를 깨달아 존재의 의미를 터득할 수 있게 되나 보았다,”(「서 있는 나무」),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이 많았던 시절에 친구로 가까웠던 하늘이 아닌가. 하늘에 계신 분을 잊고 있었다. 침묵한 채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그 깊은 마음을 잊었다.”(「하늘」), “먼 곳에서부터 천천히 흔들려오는 영혼의 완벽한 떨림,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았다. 음률이 주는 아름다움이 도리어 아픔으로 다가오자 마음을 닫게 되었다.”(「해후」) 같은 구절은 오래도록 맘속으로 우리 자신을 되새기게 한다.
작가는 ‘나’만이 생이 아닌 ‘너’의 생을 생각하는, ‘나’에서 ‘너’로 뻗어서 나간, 너와 내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간절히 작품에 담고 있다. 해외에 입양되어 모국을 떠나는 어린 장애아 아기를 향한 “믿고 싶다. 아이는 나의 심장이 전해주는 애틋함을 기억할 것이다. 또 핏줄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조그마한 씨앗이 결국은 뿌리를 내릴 그리운 땅을 향해 눈길을 돌릴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있을 것이다.”(「등나무 반지」)라는 믿음은 “우리 은네(인혜) 잘되게 해주세요,”(「아름다워라」)라고 늘 기도해주시던 할머니의 사랑, 그것처럼 아름다운 삶의 이유가 인생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삶이 사랑이어야 하는 이유가 “생명”에 있음을 알기에 작가는 세상 모든 생명체를 경이와 존중의 눈으로 바라본다. “생명에 대한 집착은 사람의 원초적 본능이다. 사람을 흙으로 만드신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생기가 시작이다. 생명을 주신 이가 하나님이고 거두어 가시는 이도 하나님이다. 보이지 않는 큰 힘이 지금 내 생명을 주관해 오신 것이다.”(「생명의 근원」) 그래서 집안에 만들어진 말벌의 벌집을 보며 예전 남의집살이할 때 뒷방에서 세 들어 살던 또 다른 가족의 다섯 아이를 떠올리고 차마 벌집 떼기를 주저하고(「벌집 이야기」), 그래서 동설난 화분 귀퉁이에 핀 노란 채송화나 시댁 집안에 심긴 모든 나무의 사연을 헤아려본다거나(「나무와 채송화」) 천진한 ‘예닮원’ 식구인 지적장애인 청년의 “엄마”라는 말에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사랑의 줄」)이다.
「아버지의 안경」, 「할아버지 나무」, 「회귀」, 「옛날 영화 구경」, 「강력한 항생제」 등은 “사람”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문학의 뿌리가 되어 주었던 아버지를 향한 회한이나 무성한 나무처럼 든든하게 삶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었던 할아버지가 손수 만든 송곳에 얽힌 사연, 할머니에게 배웠던 삶의 교훈이 된 경구 警句, 한마음이 되어 삶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보통 사람들의 큰 힘 등 꽃처럼 마음이 고운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마침내 소원이든 꽃구경을 했다. 먼 곳에서 피는 백련은 다음으로 미루고, 여름 뙤약볕에서 꽃을 피우는 분홍빛 연꽃을 보고 왔다. 왜 연꽃은 무더운 여름에 피어나는 것인지, 그래서 향기로운 추억의 냄새를 기억하게 하는지, 꽃을 바라봄은 사람의 아름다움을 기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사람의 모습이 향기롭게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무지개를 찾아 나서려는 허망을 접고 가까이 꽃처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자. 선한 눈으로 보면 모든 사람이 꽃과 같이 아름다울 것이다.”(「꽃과 같은 사람」 중에서)
“말하지 않음이 일상의 기본이 되었다.”(머리말에서) “침묵”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작가 내면에 깊이 모인 사색의 언어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어떤 험한 일이라도 사는 것의 한 부분”(「걷는 연습」), “나무는 한자리에 우뚝 서서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가지를 뻗어 새잎을 무성히 돋아내고 많은 열매를 맺는다.”(「꽃보다 더 아름답게」), “살아 있는 것은 움직인다. 움직일 수 있는 생명은 어울려야 한다. 정신과 육신이 함께 그 생명의 찬란함을 누려야 한다.”(「정령들의 춤」) 등, 노년에 접어든 작가가 건네는, 용기를 샘솟게 하는 충고의 말씀이다.
『불러보고 싶은 이름』에는 이 외에도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소중한 말들이 참 많이 있다. “11월의 고개” 앞에서, 인생의 씨앗 주머니에 소중히 갈무리한 작가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의 본성은 그게 아니다. 우주 만물 즉 자연의 기본을 긍정이라고 여기면 천지에 녹아있는 흥겨움이다. 아름다움에서 솟아나는 기쁨이다. … 살아가는 것은 싱싱한 움직임이다.”(「노래 부르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