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 일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무언가 한가지 일에 빠지면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린다
전기기사 실기시험이 한달도 안 남았는데 공부는 아예 안하고 밭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 그 노동은 다름 아닌 화덕을 만드는 일이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 했는데 이제 만사 제쳐놓고 그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
농사를 짓다가 오순도순 가족들 또는 지인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거나 피자 한판 멋지게 만들어서 파티를 벌이는 상상을 하다가 그만 그 일에 빠져서 일주일 내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결국 전기기사 시험을 포기했다
똥오줌 못가리는 일은 또 있다 각종 자격증을 따는 일인데 젊어서 허송세월 한게 아까워 늙어서라도 그걸 보상해 보려고 시작한 일인데 이제 거의 마니아 수준에 이르렀다
서암 선생 말에 의하면 "반푼수 집안 망한다"고 하면서 한가지 자격증에 올인해야 하는데 갖가지 허접한 자격증을 쓸어모아 어디에 쓰느냐고 핀잔을 준다
참 모르는 소리다 자격증 시험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합격 불합격을 알려주는 CBT 시험의 짜릿함을 얼마나 느껴 보았는가 아니면 하나 하나 자격증이 쌓여 갈때마다 느끼는 희열을 알기나 하는가 말이다
굳이 어디다 쓰겠다고 작정한게 아니고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을 보다보면 실력도 늘고 잡생각도 사라지며 치매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되는게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 지나친 감은 있다 그러나 전기기사 시험이 주는 중압감도 있고 여러가지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 방편을 시험 보는걸로 떼우는 걸 알고 나면 그리 비난할 일은 아닐게다
내친 김에 또 일을 저질렀다 건설장비 면허를 따기로 마음 먹었다 아직 굴삭기나 지게차도 면허를 못 딴 상태이지만 몇가지 건설장비를 따기 위해 필기시험을 보기로 했다
그러나 화덕 만들기에 재미를 붙이다가 그만 시간을 다 놓치고 말았다 오늘이 시험인데 어제 밤까지 전혀 공부를 못한 상태였다 서암이 전화를 걸어와 수다를 떨다보니 밤 늦은 시간까지 책을 보지 못했다
어제 밤 9시 36분 !! 서암과 전화를 끝낸 시간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때 부터 기출문제를 뒤졌다 밤 늦게 까지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몸이 피곤해 결국 12시를 채 못넘기고 포기하고 말았다
오늘 아침 7시 !! 다시 인터넷을 뒤져 기출문제를 찾아 암기에 나섰다 시험 시간이 10시 부터라 불과 2시간 정도 밖에 시간이 없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서산중앙고등학교 저번에 전기산업기사 시험을 본 장소라 낯설지를 않다 시험시간 까지 30분이 남아있어 다시 유튜브를 뒤져 보았다
CBT시험은 이제 너무 익숙해 전혀 긴장감이 없다 감독관의 설명이 오히려 잔소리로 들린다
첫시간 시험과목은 롤러기능사다 아스팔트공사 할때 땅을 다지기 위해 쓰는 장비가 롤러다 모든 용어도 낯설고 장비 이름 역시 처음 들어보는 소리다
어제 밤부터 풀어본 기출문제를 되살려 시험에 신중을 기했다 역시 젊은이들은 순식간에 문제를 풀고 나간다 나는 이제 이런 광경은 익숙해 전혀 부담이 없다 끝까지 문제를 붙들고 늘어졌다
"답안제출" 보턴을 힘껏 눌렀다
"합격을 축하 합니다 71.6점 입니다 "
아싸 ! 기분이 상쾌하다 초단시간에 이룬 쾌거라 남다른 기쁨이 밀려온다 감독관에게 찡긋 윙크를 던져주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시험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시험 시간까지 30분이 남았다 초 읽기로 다음 시험 준비를 했다
첫댓글 ㅎㅎㅎ 참 가지가지 하십니다. 죽을래야 죽을틈이 없으니 장수하시겠고...
한가지 머리가 비상한 것은 인정합니다. 하루 이틀 공부해서 합격을 해대니 뭐라고 할 말 없습니다.
나는 제트엔진이 아니라 플로펠러 엔진이라 한가지도 제대로 못합니다. ㅎㅎ
젯트엔진은 쳐박을 때도 있지만 프로펠러 엔진은 훨씬 안전합니다 ㅋㅋ
참..대단하십니다.
그나저나 롤러 실기는 어떻게 연습하실건가요?
초단기간에 합격 하시는지 비결이 궁금합니다^^
만드신 화덕을 보니, 옛날부터 꼭 따고 싶었던 조적기능사, 미장기능사, 타일기능사를 올해 꼭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10년전 전기산업기사를 2년만에 극적으로 합격했거든요.
사칙연산도 제대로 못하던 제가 그 어려운 전기관련 수학을 어떻게 공부하여 합격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물론 그 당시 아주 절실한 마음으로 공부했었지요.
전기산업기사를 따지 못하면 아파트에서 평생 격일제 근무나 하며 지하 전기실을 빠져나오지 못할테고 또한 장가도 못갈거라는 압박감에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 승승장구 하시는군요.
롤러 실기는 쉬울 것 같아요. 땅 다지기 그까이꺼 앞으로 뒤로 전진, 후진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축하드립니다. 지게차, 굴삭기는 아직 진행중 이신가요?
문제는 연습할곳이 없어요 ㅠㅠ
옛날에 시험장에서 롤러 실기시험 보는 것을 봤는데요.
말씀처럼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쉬운 장비라도 단 한번이라도 타보고 연습할 수 있어야 되는데요.
롤러를 갖춘 학원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중장비 운전기능사 시험중 제일 취득이 수월한 것은 롤러와 로우더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