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저녁 후배들과 기다리던 ‘화려한 휴가’를 보았다. 영화의 작품성을 떠나 5.18 민중항쟁을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꼭 보고 싶었고
사실 5.18 민중항쟁은 20대의 나의 가치관을 만들어준 역사적사건이다.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아주 유명한 사진 속의 어린아이, 그 또래인 나에게 5.18은 위대한 민중들의 투쟁의 역사를 알게 해 준 사건이었다.
광주에서 대학에 다니던 시절, 최루가스를 마시며 '5월 학살자 전두환, 노태우를 처벌하자!'고 그 때만해도 생생했던 5.18 민중항쟁이 어느덧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려져 가는 것이 안타까왔는데 ‘화려한 휴가’ 로 다시 사람들 속에 뚜렷이 인식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 장면 장면과 내가 알고 있는 실제 상황과 비교해보며 아쉬움도 많이 남았지만 끝날 때 눈물을 흘리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을 땐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화려한 휴가를 또 기다렸던 이유는 5.18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뿌리이면서 미국의 실체를 알게 한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님 우연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환호를 냉정하게 잘라버리는 안성기(정확히 기억은 안남…….)의 대사에서는 미국의 존재가 나름 직접적으로 암시되고 있다.
80년 5월 22일 부산항에 입항했던 미 항공모함 '코럴시호' ---------------------------------------------------------------------------------------------------------------------- 글라이스틴 "미, 20사단 광주투입 승인" "존 위컴 주한 유엔군 및 한미연합군 사령관은 80년 5월 그의 작전지휘권 아래에 있는 일부 한국군을 군중진압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한국정부의 요청을 받고 이에 동의했다. 미국정부는 오키나와에 있는 조기경보기 2대와 필리핀에 정박중인 항공모함 '코럴시호'를 한국 근해에 긴급 출동시켰다." (1980년 5월 22일 백악관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 ----------------------------------------------------------------------------------------------------------------------
82년 3월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이 일어나고 그 후에도 수많은 반미운동이 일어났다.
82년 미문화원 방화 사건
미국과 5.18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영화의 제작에서부터 논쟁이 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많이 고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미국 관계자들에게 해명을 바라는 서신도 보냈던 걸로 알고 있다. 개봉 1주일 만에 140만이라는 관객을 사로잡은 이 영화의 열풍 속에 그야말로 이 열풍이 '이런 사실이 있었구나' 하는데 그치거나 ‘죽은 사람은 있는데 쏜 사람이 밝혀지지 않는 역사'가 되는 것이 아닌 철저한 역사인식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이 뒤 따라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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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열려라! 타임머신 원문보기 글쓴이: 양만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