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을 받고
눈 푸른 수도자처럼 걸림이 없이 성큼 성큼 앞으로 나가야 한다.
흔들림이 없이 좌우 눈치를 보지 말고 뚜벅 뚜벅 걸어가야 한다.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다. 어느 샌가 나를 보고 나를 믿고 내게
의지하며 함께 가는 분들이 있어 이젠 슬퍼할 시간도 아껴야 한다.
온전히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끊임없이 깨우치고 있다.
어제 이용인 가족중 청각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지신 000님이 아침
에 센터에 오자마자 내게 푸른 비닐에 싸인 베지밀 검은 참깨두유
한박스를 주시면서 ‘회장님 아프지 마세요. 건강하세요’ 하는데
그 어려운 가정 사정을 안 내가 울컥해서 혹시 볼까봐 눈을 돌렸다.
70년도 넘은 집에 노모를 모시고 사시는데 두 번정도 가정방문을
통해 아직도 이렇게 사시는 분들이 대한민국에 있구나 하는 애닯음
을 넘어 절망감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오늘 오후 3시경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책상에 하얀봉투
가 놓여 있길래 보니 겉에 센터이용인 00어머니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
도대체 뭐지? 열어보니 그 안에는 생일을 축하한다는 축하글과 감사함
그리고 상품권까지 들어 있었다. 글을 읽어 내려가는데 끝까지 읽지를
못하고 자꾸 창밖만 바라보았다. 이분들도 기초수급자로 사는 형편을
아는데 어떻게 상품권까지 넣어서 선물을 할 생각을 하셨나. 그저 나는
죄인이 된 기분이 되기도 하고 삶의 보람, 사람으로부터 얻는 최고의
인간적인 선물을 받은 기쁨, 그리고 초심이 흔들려선 안되겠다는 다짐을
하는 시간이 되었다.
00어머님도 지적장애인이신데 이렇게까지 고마움을 제게 표현할 만큼
내가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저 국가에서 지원되는 복지를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한 것 뿐인데 참으로 센터일은 할수록 귀한 일인 것 같다. 00어머님네는
가족 3분이 전부 장애인분들이라 저희센터 모두이용하신다. 그런데
이 가족분들외에 매일처럼 내 책상에는 각종사탕이
아침마다 쌓여있다. 달콤함! 즉 서양에서는 캔디가 곧 사랑이라고
하는데 우리 발달장애인가족들이 그것을 너무나 잘 아는 가 보다.
살아 있는 천사들! 거짓말시켜도 누구나 다 알수 있고 곧 탄로가 나서
더욱 귀엽고 이쁜 우리 발달장애인분들! 제가 약속하겠습니다.
우리센터 매일매일을 이벤트같은 날로 만들겠습니다. 제가 힘들면
업고 가겠습니다. 외롭게 하지 않겠습니다. 절망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2023. 8. 29
철원군지적장애인협회장 한 경 희.
※ 생일은 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