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곡 인테노라, 프톨로매오
우글리노 백작은 먹이에서 입을 떼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내 얘기를 하자니 생각만 해도
너무나 절망스러운 고통이 밀려와
가슴을 짓누르는구려.
우글리노 백작은 로지에르 대주교에게 치욕을 안겨주기 위해 이 이야기를 한다고 하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골리노 백작은 전통적으로 기벨리니에 속한 귀족 가문 출신이었습니다. 그는 사위 조반니 비스콘티와 함께 궬피가 피사를 장악하도록 도왔습니다. 이 배신행위로 망명을 하기도 했으나 피사의 궬피 정권을 이어 받았습니다.
루지에르 대주교는 처음에 우골리노와 함께 비스콘티를 제거하기로 했으나 이를 어기고 기벨리니 당을 등에 업고 도시를 손에 넣은 뒤 우골리노를 두 명의 아들과 두 명의 손자를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나는 이놈을 믿었다가 속임수에 사로잡혀 죽임을 당했는데 나의 죽음은 이해되지만 두 아들과 두 손자를 탑에 가두고 굶어 죽게 했습니다. 그 어린 나이의 두 손자가 무슨 죄가 있었겠는가?
당신은 내 죽음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들어 보지 못했겠지. 그걸 들으면
이놈을 원수로 여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할 거요.
달빛이 여러 번 내 앞에 드리워지고 난 뒤,
난 내 앞날의 너울을 벗겨 주는
정말 흉측한 꿈을 꾸었소.
꿈에서 루지에르 대주교가 나타났는데 피사의 귀족들과 함께 피사인들을 사냥해 가는 무리의 대장처럼 보였소.
그런 꿈을 꾸다가 새벽녘에 잠이 깼는데
나와 함께 갇혀 있던 자식과 손자들이 잠결에
울면서 빵을 달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소.
탑 아래의 입구에서 문에 못질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미동도 않고 나의 어린 자식들을 우두커니 바라보았소. 나는 울지 않았으나 속은 돌이 되었소. 어린 아들이 “아버지, 왜 그렇게 바라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아들들은 무슨 일인지 모르고 있었소. 나는 울지도, 대답하지도 않고 밤을 새웠소.
장남 가도가 “아버지 날 좀 도와주세요!“ 하고는
이내 죽어 버렸소. 당신이 지금
날 보고 있듯이. 닷새, 엿새가 지나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나머지 세 명이 죽어 가는 것을 지켜보았소.
벌써 눈이 먼 나는 그들의 몸을 더듬었소.
아이들이 죽은 뒤 이틀 동안 이름을 불렀는데
고통보다 배고픔을 참을 수가 없었소. (이 시구 빼려다 넣었습니다.)
우골리노 백작은 여기까지 말했을 때 가여운 아들과 손자들이 생각나는지 눈을 부릅뜨고 그 억센 이빨로 그 처참한 머리를 다시 물어뜯었습니다.
아 피사여! ‘시’ (이탈리아 전체를 뜻함)소리가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수치여!
주위 도시가 너를 응징하는 데 늑장을 부린다면.
섬을 움직여 아르노 강 어귀에 강둑을 쌓아 너의 모든 사람이 물에 빠져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단테의 분노입니다.
비록 우골리노 백작이 너의 성들을
팔아먹었다는 소문이 있지만, 그렇다고
네가 그의 자식들마저 십자가에 매달 수는 없었다!
새로운 테베여! 우구치오네와 브리기타
또 앞서 말한 두 아이들이
그 나이에 무슨 죄가 있었겠는가?
단테는 이러한 피사의 갖가지 죄악이 과거 그리스의 테베와 똑 같이 악독했다고 비유하고 있습니다.
지옥의 문 - 2019년 파리 로댕 미술관에서
로댕의 ‘지옥의 문’에 지옥 중에서 로댕이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소재로 ‘우골리노와 아이들’이란 작품의 이름으로 지옥의 문에 우골리노 백작의 조각되어 실려 있습니다.
지옥의 문 위의 ‘우골리노와 아이들’ 작품 외에 독립된 작품으로 '우골리노' 조각 작품이 로댕 미술관에 있습니다.
로댕 우골리노 - 파리 로댕 미술관에서
지옥편 제5곡에서 이야기 했는데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사랑이야기'와 제33곡 “우골리노와 아이들‘이 로댕의 ’지옥의 문‘에 조각되어 있습니다.(제5곡의 이야기는 비련의 비극이고, 제33곡의 이야기는 배신의 비극입니다.) 로댕의 작품 구성도 참 놀랍습니다. 그 많은 지옥의 인물 중에서 지옥편 맨 앞 림보 뒤 애욕의 편에서 그리고 지옥편 맨 뒤 주테카 앞 곡 '안테느로'에서 비련의 비극과 배신의 비극으로 골라 로댕의 '지옥의 문'에 조각하였습니다.
로댕이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수 백번(?) 읽었다고 해서 놀라워했는데 이제 이해가 됩니다.
여기까지 조국과 동료를 배반한 안테느로 지역입니다.
왼쪽 문 위 우골리노 - 파리 로댕 미술관에서
세 번째 지역 친구를 배신한 자들이 벌을 받는 지역 프톨로매오입니다.
우리는 다른 한 무리가 처참하게 얼어붙은 곳에 이르렀습니다. 한 무리들이 얼굴을 모두 위로 쳐들고 있었습니다.
거기서는 울음이 울음을 허용하지 않았다.
울음은 두 눈을 가로막는 고통스러운 눈물로 변해
안으로 스며들어 가슴을 죄는 듯한 불안을 키웠으니,
울음에 두 눈에서 눈물이 나오면 그 눈물은 딱딱한 응어리가 되 눈꺼풀이 수정으로 된 듯 두 눈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지독한 추위가 모든 감각을 죽여 버린 듯 했지만 바람이 살랑거림을 느꼈습니다.
“선생님, 누가 이 바람을 일으킵니까? 열기가 있어야 바람이 일 텐데 이곳에는 그런 게 없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이제 곧 네 눈에 그 바람의 원인을 알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 바람은 주데카에 있는 루키페르의 날개가 퍼덕이면서 세 방향으로 바람을 일으켜 코키토스를 얼게 하는 바람입니다.)
그때 차가운 얼음을 뒤집어 쓴 비참한 망령이 마음을 찢는 고통을 호소해 줄 수 있게 해 달라고 합니다. 단테는 내 도움이 필요하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 달라고 하니 그는 수도사 알베리고라고 합니다.
“저런, 당신은 벌써 죽었단 말이오?“
그가 내 말을 받았다. “저 위 세상에서 내 육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난 전혀 모르고 있소.
알베리고 수사는 만프레디 가문에 속하는 향락수도사입니다. 친척들과 불화 관계에 있었는데 화해를 하자고 초대를 하여 그들을 살해했습니다.
수도사 알베리고는 여기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 프톨레매오(손님을 배신한 영혼이 벌을 받는 구역)는 특권이 있어 아트로포스(생명의 세 여신 중 생명의 실을 끊는 여신)가 생명을 저 세상에서 끊기 전에 영혼이 이리로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운명의 여신인 이들은 클로토는 실을 짜고 라케시스는 실을 늘리고 아트로포스는 실을 짜릅니다.
영혼이 제 육신을 배반할 때 저 위 세상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영혼이 지옥에 있을 수가 있답니다. 이승에 살고 있는 것은 육체만 살아있고 육체 안에는 영혼 대신 마귀가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혼은 지옥으로 떨어져 고통 받고 있답니다. 프톨레매오가 그런 곳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방금 내려왔으니 조금 전 얼굴을 위로 하고 눈물이 눈을 덮었던 이가 브란카 도리아인 것을 알거라고 합니다.
단테가 도리아는 멀쩡히 잘 있는 것을 내가 보았는데 당신이 날 속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란카 도리아는 제네바 귀족으로 미켈란 찬케의 사위였습니다. 사르데냐의 로구도로 관구를 차지하기 위해 장인을 연회에 초대하여 살해했습니다. 미켈레 찬케가 도착하기 전에 영혼 대신에 마귀를 육신 안에 밀어 넣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자기의 눈을 열어 주라고 했는데 나는 그의 눈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무자비 한 것이 그에게 예의였으니까.
사악한 죄 때문에 영혼은 코키토스에 빠져 있지만 육신은 아직도 저 위에 살아있을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