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화요일, 화요공부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오전부터 여기 저기서 전화가 쇄도하더니 점심 먹고는 담양교육지원청을 다녀왔어요.
교육청에서 공간을 리모델링하는데 책상과 캐비넷을 폐기할 예정이래요.
우리 학교에 필요하냐고 물으셔서 물건을 보고 왔어요.
책상은 너무 커서 행정실에 사용할 것 하나만 가져오기로 하고,
캐비넷은 시설위원장님이 모두 가져오자고 하셔서 그러기로 했습니다.
3시쯤 또 전화가 왔습니다.
태인아버지가 새학사 건물 위치를 잡고 있는데 도면 상에서 보던 것과 실제로 많이 달라서 수정이 필요하다고 하시네요.
교육회의를 포기하고 김경민 선생님과 달려갔어요.
가보니 우리 터에 놓여진 본관건물 윤곽이 군청에서 새로 내주기로 한 길과 너무 가깝고
강당은 남쪽 지반이 약하기도 하고 이웃집과 너무 붙어있어서 수정이 필요해보였습니다.
제가 도착한 시간은 3시 40분
건축위원들이 모두 모인 시간은 6시 20분
두 시간동안 새 터를 여기 저기 구석 구석 걸어보았습니다.
본관이 될 곳, 아이들의 새로운 놀이터가 생길 곳, 강당이 놓일 곳, 넓은 운동장이 될 곳...
머릿 속에 그려지는 그림들이 모두 달라서 이야기가 쉽게 모아지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장승규 선생님이 강의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회의를 하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대요.
내가 너무 잘 알아서 내 뜻대로 하고자 회의를 하는 사람,
내가 너무 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고자 회의를 하는 사람.
저는 후자의 인간입니다.
저는 너무 몰라서 건축위원들 한 분 한 분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어요.
결국 마지막에는 교사들의 뜻대로 하자고 결론이 났지만
내가 정말 옳은 결정을 한 것인지 확신이 없어서 힘이 듭니다.
건축위원회는 이렇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 잘 알아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없고
모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뭐 하나 결정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그래도 본관 터 안에서 창 밖으로 바라볼 풍경을 상상하고, 여기 저기 아이들이 놀 공간을 찾고
강당 터에 서서 입학식과 월례발표회를 할 상상을 하면서 함께 웃을 수 있는 분들이라서 참 고맙습니다.
갑자기 내리는 비 덕분에 급하게 회의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시간은 6시 45분.
7시에 공부가 시작이라서 저는 남은 쇠고기 토란국을 탈탈 털어서 밥을 말아 먹었어요.
비를 맞아서 서늘한 몸이 따뜻해지더군요. 김경민 선생님도 비건 토란국에 밥을 맛있게 드셨습니다.
고단한 하루, 힘을 주는 따뜻한 밥상이 있어서 참 고맙습니다.
첫댓글 밥천사님들에게 기쁨을 주는 글이네요. 밥천사님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선생님들의 몸이 따뜻해지고 힘을 얻는 것일테니까요. 맛있는 밥 준비하는 엄마들도 맛있게 드셔주시는 선생님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회의중에 잠자는 사람도 있어요~~~ 여기요~~~ ^^;;
따뜻한 밥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밥천사님들 복 받으실거에요~~~
화요밥상 정말 맛나게 먹었습니다. 토란국 엄청 맛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