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춘향은 이몽룡을 모른다/ 최필립
성춘향과 이몽룡은 가끔 동일인물이다
다른 꿈을 꾸다가 모르는 유원지의 카페에서 만났다
성춘향은 그네를 타다 자주 커피를 엎지른다
바닥에 얼음이 구르다 원두처럼 녹아내리지
그들은 과거에 멈춰 있었고
어떤 품종은 계수나무 아래서만 자라서
공간 속에 품어나가는 것, 그러나 관측되지 않도록 수학적 거세를 이어나가며
머리 없는 뿔로 피카소를 들이받았지
성춘향은 이몽룡을 (더는) 모른다
망각은 피카소가 유명해지는 데 걸린 시간보다 빨리 지나가서
기억을 한 번에 들이켜 버리자 유영의 속도를 줄여나가며
목구멍에 처넣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지만
이몽룡은 고대의 책에서 공룡으로 등장한 바 있다
거울을 이해하지 못하면 화석이 돼야 해
뷰파인더에 잡힌 성춘향은 이족 보행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얼굴을 매만져도 누가 누구인지 알 수가 있나
수학자가 계산기를 두드린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탄소 연대를 측정 중입니다 규모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니까요
라이브 카페에서 내가 색소폰을 불고 있었다
음악에 맞춰 둘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 order of magnitude.
2021상반기 《현대시》 신인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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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춘향은 이몽룡을 모른다/ 최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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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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